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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상징 된 결혼 … 미국 저소득층 50%'싱글'

중앙일보 2015.03.18 00:52 종합 16면 지면보기
이대로 가면 미국에서 결혼이 이례적인 일이 될지 모르겠다. 25세 이상 미국 성인 중 결혼한 사람의 비율이 점점 낮아져 거의 절반에 이르기 때문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이 비율은 미국 역사상 최저다. 1960년 72.2%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2013년엔 50.3%까지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가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켰다. 불황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지면 아무래도 결혼에 소극적이게 되기 때문이다.


소득 최상위 그룹은 83%가 기혼
신생아 10명 중 2명 미혼모 출산
동거·이혼·비혼 … 가난 대물림

 그런데 혼인율 하락 현상을 좀더 따지고 들어가면 소득 불평등과 맞닿아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CNN 인터넷판에 따르면 30~50세 남성의 경우 대졸자는 76%가 혼인 상태이지만, 고졸자의 혼인 비율은 절반도 안 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2011년 당시 30~50세 남성 가운데 소득 최상위 10% 그룹의 83%는 혼인 상태였다. 그러나 중간소득 남성은 64%만, 소득 최하위 25% 남성은 절반 정도만 결혼해 있었다. 1970년대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소득 최상위 10% 남성 중 95%가 기혼인 가운데 중간소득 남성의 기혼 비율도 91%나 됐다. 최하위 그룹의 결혼 비율도 60%였다. 각 계층별로 결혼에 대한 욕구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런 현상은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소득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면서 저소득층이 배우자의 경제적 조건을 더 많이 따지게 됐지만, 마땅한 배우자를 찾는 것은 더 힘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진보정책연구소(PPI) 윌 마샬 회장은 CNN에 “미국 사회에서 결혼이 경제적 엘리트들을 위한 사치품이 돼 가고 있다”고 썼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혼인율 하락은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1~2013년에 태어난 신생아 10명 중 4명(43.9%)은 부모가 혼인상태가 아니었다. 2명 이상(25.9%)은 부모가 동거 중이었고, 약 2명(18%)은 결혼도, 동거도 않고 있는 미혼 여성에게서 태어났다. 사회학계의 각종 통계에 따르면 이런 경우 양친이 있는 가정의 아이보다 경제적 혜택을 덜 받게 된다. 이코노미스트는 빈곤 가정의 약 70%는 부모가 결혼 상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부모의 결혼 여부가 빈곤의 대물림의 출발점으로 작용했을 소지가 있다는 통계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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