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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프리뷰] 피아니스트 좌절시키는 천재 피아니스트

중앙일보 2015.03.18 00:01 강남통신 12면 지면보기
금발의 천재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 테크닉과 파워를 갖춘 그가 18, 20, 21일 독주회를 연다. [사진 오푸스]


표지 사진에 금빛 머리칼이 꽉 찼던 음반을 기억하는지? 그 음반에서 받았던 충격도 생각나는지?

발렌티나 리시차 독주회



 그렇다면 당신은 피아노 음악의 오래된 팬이 맞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42)의 1996년 데뷔 음반 ‘비르투오사 발렌티나’다. 4세에 첫 독주회를 열었다는 천재의 전형이다. 데뷔 음반에서 프란츠 리스트의 고난이도 곡을 아무렇지도 않게 연주하는 데에 많은 사람이 놀랐다. 발렌티나가 연주하면 어려운 곡 같지가 않았다. 기교가 완벽했지만 음악도 세련됐다.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종)’ 같은 곡에서는 음악적 긴장을 줬다 뺐다 하며 듣는 이를 쥐고 흔들었다. 그래서 이 음반은 많은 피아니스트를 좌절시켰다.



 리시차가 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할 곡목은 또 한번 피아니스트들을 무안하게 한다. 우선 공연 시간이 3시간이다. 보통 피아노 독주회의 두 배 정도 된다. 곡목을 보자. 베토벤 소나타 ‘템페스트’, 리스트 소나타 b단조, 브람스 소품 14곡, 쇼팽의 연습곡 24곡을 한꺼번에 연주한다. 한 곡 한 곡이 보통 피아노 독주회의 메인 프로그램이 되는 작품이다. 그런데 보란 듯 한 무대에서 몰아서 연주하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리시차는 이번에 한국에서 독주회를 세 번 연다. 용인(18일)·대구(20일)·서울에서다. 위에서 소개한 프로그램은 대구·서울에서 하루 간격으로 똑같이 연주한다. 그런데 용인 포은아트홀에서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을 짰다. 17세기 바흐부터 20세기 스크리아빈까지,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는 곡들이다. 가능할까 싶지만 리시차이기 때문에 의심을 거두게 된다.



 리시차는 이번에도 거뜬히 이 곡들을 연주해낼 것이다. 흠결 없이, 체력의 문제도 없이 거뜬히 연주하고 무대에서 내려올 것이다. 언제나처럼 금빛 머리칼을 풀어헤치고 힘차게 연주할 듯하다. 연주 후에는 힘든 내색도 없이 여러 곡의 앙코르를 들려줄 모습도 눈에 보이는 듯하다. 2013년 가을의 내한 공연에서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당시 오후 8시에 시작한 공연은 팬 사인회까지 포함해 다음 날 새벽 1시에 끝났다. 청중은 그 뜨거운 무대에 홀린 듯 자정을 넘겼다.



 리시차의 유튜브 동영상은 6000만 클릭을 기록하고 있다. 청중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테크닉과 파워, 이 둘이 최정점에서 만나는 보기 드문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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