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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PS 키맨 인터뷰③ 한국전력 서재덕

중앙일보 2015.03.17 08:23
[사진 중앙포토DB]




최근 프로배구에서는 리시브가 가장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스파이크 서브가 점점 강력해질 뿐만 아니라 무회전으로 날아오는 플로터 서브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면서 전문 리시버들조차 진땀을 흘린다. 20일 시작하는 남자 프로배구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1~3위 삼성화재·OK저축은행·한국전력의 대결도 결국 '리시브 싸움'에 달려 있다. 리시브 라인을 책임지는 삼성화재 류윤식(26·1m96㎝)과 OK저축은행 송희채(23·1m90㎝)·한국전력 서재덕(26·1m94㎝)의 어깨가 그만큼 무겁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세 선수를 만나 경쟁자인 두 선수에 대한 느낌, 그리고 올 시즌을 마친 소감을 들었다.



"내가 미치면 우리 팀 이긴다."



프로배구 한국전력이 봄 배구를 시작한다. 그 중심에는 숨은 일꾼 레프트 서재덕이 있다.



왼손잡이 라이트였던 서재덕은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한 거포였다. 하지만 걸출한 외국인 공격수가 포진한 프로배구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포지션을 바꿨다. 공격과 블로킹에 치중하는 라이트와 달리 레프트는 수비와 공격을 모두 해야 한다. 서재덕은 화려한 역할은 동료에게 넘기고 리시브를 받아내기 위해 몸을 날리는 수비형 레프트다. 이번 시즌 리시브 1위(세트당 5.97)·수비 1위(세트당 7.60)에 오른 서재덕은 "사실 포지션 변경이 많이 힘들었다. 지난해 신영철 감독님이 먼저 포지션을 바꿔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작년엔 배우는 단계라서 실수도 많았는데 올해는 드디어 실력이 발휘되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 시즌 꼴찌에서 이번 시즌엔 3위로 수직 상승,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서재덕의 어깨는 무겁다. 서재덕은 "내가 미쳐야 한다. 내가 공을 못 받으면 끝난다"며 "걱정 마라. 잘 받아서 공격을 도와줄 수 있다. 우승하면 팬들이 시키는 건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리시브를 잘 하게 된 비결이 있나?



"원래 초등학교 때부터 여러 포지션을 경험했다. 당시 동기들이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나는 이거 저거 다 했다. 공격 수비 모두. 그 때 리시브 기본기를 잘 다진 것 같다. 그래도 사실 포지션 변경이 많이 힘들었다. 지난해 신영철 감독님이 먼저 포지션을 바꿔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작년엔 배우는 단계라서 실수도 많았는데 올해는 드디어 실력이 발휘되고 있는 것 같다."



-공격에 대한 욕심은 없나.



"리시브를 하면서 공격이 떨어진 것도 맞다. 두 부분을 다 잘하기는 힘들다. 둘 다 잘 되는 날은 한 시즌 전 경기 중 많으면 10경기에 불과하다. 그것도 사실 잘 안 된다. 내가 '공격을 잘해야지'하고 코트에 들어가면 오히려 더 안 된다. 마음을 비우고, 무조건 리시브에서 흔들리지 말자고 하고 들어가면 잘 된다."



-원래 집안에 운동하신 분이 있나.



"집안에서 운동한 분은 할아버지가 유일하다. 씨름 선수를 하셨다. 예전에 씨름하시던 사진을 봤는데 체격이 딱 지금 나 같았다. 아버지는 작고, 어머니는 키가 큰 편이시다. 동생도 배구를 했는데 둘 다 뒷바라지가 힘들다고 동생을 공부로 돌렸다. 요즘 내가 잘하니까 부모님이 좋아하신다. 지난 시즌까지 부모님이 돈 관리하다 이번 시즌부터 내가 관리하는데. 승리수당이 많아서 용돈 두둑하게 드리니까 어머니가 "재덕아 앞으로도 잘해라"라고 했다(웃음)."



-먹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다.



"나는 간식비로 용돈이 다 나간다. 침대에 누워있으면 '뭐 먹지' 생각만 한다. 감독님이 피자, 치킨, 탄산음료 절대 안 된다고 하는데. 휴가 길게 받으면 나가서 한 번씩 먹는다. 그럼 2~3kg 쉽게 쪄서 하루에 꼭 30분씩 러닝을 한다. 난 관리를 잘해야 하는 몸이다. 배구도 살 빼려고 시작한 것이다. 하도 먹는 걸 좋아해서 선배들이 나보고 '넌 먹기 위해 뛰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잘 먹는 음식은 고기, 초밥, 채소 등 가리지 않는다. 못 먹는 건 딱 하나 두부. 어렸을 때 먹고 식감이 안 좋아서 뱉었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배구를 오래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나에겐 관리가 필수다. 비시즌엔 관리 안하면 5kg정도 찐다. 그래서 별명이 곰이다. 팀내 귀염둥이 역할 맡았다. 장난기가 많아서 그런가 보다. 어쨌든 그래서 뛰고 또 뛰고 계속 관리한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각 팀의 레프트 포지션 류윤식(삼성화재),송희채(OK저축은행)를 평가한다면. 자신이 가장 나은 점은?



"류윤식, 송희채는 다 좋은 선수들이다. 윤식이는 레프트로서 공격을 잘하고 희채는 리시브 잘한다. 나보다 더 안정적인 것 같다. 내가 잘하는 건 서브(웃음). 요즘 서브를 넣을 때 자신감이 많다."



-세 명의 외모 순위를 매긴다면.



"당연히 1위는 윤식이다. 잘생기지 않았나. 마음으로는 물론 내가 1위다. 그런데 주위에서는 나보고 잘 생긴게 아니라고 한다. 그냥 귀여운 거라고. 남자가 귀엽다는 말 들으면 싫은데..."



-상대팀에서 서브받기 힘든 선수가 있나. 포스트시즌 상대팀 중 어떤 팀이 어려운가.



"아무래도 삼성화재 레오 서브가 강하다. 가장 까다로운 팀도 삼성화재다. 어느 팀이나 허점은 있지만 삼성은 거의 결점이 없는 팀이다. 우승 경험도 많아 제일 무시할 수 없다. OK저축은행은 솔직히 해 볼 만하다. 하지만 이민규가 제일 걸린다. 배구는 '세터놀음'이라고 하는데 우린 종종 '민규놀음'에 당한다. 토스할 때 동작이 빨라서 어느 쪽으로 주는지 예측이 어렵다. 민규가 잘 풀리면 이상하게 우리가 잘 당한다. 경기가 쉽게 끝나버린다. OK저축은행에 지면 이상하게 분위기도 다운되고. 그러나 걱정하지 마라. 우리 팀은 다 극복할 것이다(웃음)."



-한국전력에서 포스트시즌에 미쳐야하는 선수가 있다면



"나와 세터 (권)준형이. 쥬리치도 잘하고 (전)광인이도 하던대로 하면 된다. 그럼 역시 나와 준형이가 미쳐야 하지 않을까. 감독님이 항상 강조한다. 리시브 잘 하고 올려주는 연결만 되면 공격은 언제든지 해결 가능하다고. 즉, 우리 둘만 잘하면 된다는 뜻이다. 특히 내가 미쳐야 한다. 내가 못 받으면 끝난다. 삼성화재는 목적타가 좋다. 다른 팀은 실수로 리베로에게 서브하기도 하는데. 삼성화재는 나에게 목적타를 많이 날린다. 근데 난 그게 더 좋다. 잘 받아쳐서 공격하게 도와줄 수 있으니(웃음)."



-감독님이 특별히 주문하는 점이 있나.



"'기본을 잘해라'라고 많이 하신다. 감독님이 화이트보드에 인상적인 문구를 쓰시는데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게 그걸 잡아라'였다. 현대캐피탈에 하루 갔을 때 그 문구 생각을 많이 했다. 이건 기회이니 잘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했다. 현대캐피탈 숙소에서 하룻밤 뜬 눈으로 지새면서 계속 생각했고, 돌아와서도 또 잘 보여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그게 역효과를 내서 좀 슬럼프도 있었는데 다시 편하게 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이번 시즌을 돌아본다면 몇 점 주고 싶나.



"이번 시즌은 60점 정도. 부족한 게 많다. 항상 노력하는 내 모습에는 100점을 주고 싶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한 게 많다. 사실 우리 팀이 이 정도까지 올거라 생각 못했다. 이제 패배의식이 없다. 2세트까지 져도 이길 거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든다. 이게 자신감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번 시즌 목표는.



"플레이오프에 가는 게 목표였는데 이제 더 높아졌다. OK저축은행 넘고 삼성화재와 챔피언결정전 제대로 치를 것이다. 그럼 그 땐 우승이 목표가 될 것이다. 아무래도 삼성화재는 우승도 여러번 해보고 만만치 않은 상대지만. Ok저축은행은 비슷한 상황 아닌가. 오히려 우리 팀이 낫다. 베테랑 형들도 있고 할 만하다."



-'우승 하면 무엇을 하겠다'라는 공약이 있을까.



"우승하면 팬들이 시키는 건 다하겠다."



의왕=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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