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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이슈 사드, 2년간 방치하다 외교문제로 키웠다

중앙일보 2015.03.17 01:02 종합 2면 지면보기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16일 외교부를 방문해 조태용 1차관과 이경수 차관보를 만났다. 류 부장조리는 18일 일본에서 열리는 중·일 안보대화에 참석한다. [강정현 기자]
외교부의 전망이 빗나갔다. 방한 중인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이처럼 뚜렷하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에 ‘우려’의 목소리를 낼 거라 말한 외교부 당국자는 없었다.


미국·중국에 끼어버린 한국
정부 '전략적 모호성' 내세우다
타이밍 놓치고 입지만 좁아져
한미동맹에 부담만 초래하고
중국에게도 의심만 사게 돼

 그러나 류 부장조리는 16일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를 만나 “사드에 대한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 줬으면 좋겠다”고 직설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 기자들을 만나선 “사드 문제에 관해 솔직하고 자유로운 대화를 했고 중국의 생각을 알렸다”고도 했다. 외교 관례상 조율된 내용 이외의 언급은 해당국에서 하지 않는 게 관례지만 이번엔 달랐다.



 외교부 청사를 떠난 류 부장조리는 국회도 찾아가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도 그는 사드 문제를 꺼냈고, 청와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도 비공개로 면담했다. 마치 사드 반대 홍보대사처럼 움직였다. 외교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군사 문제를 외교 문제로 바꿔버린 건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주한미군이 군사무기를 들여올 때 논란이 된 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사드는 예외였다.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동원하며 무력 시위를 해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국방부와 외교부가 모두 ‘쉬쉬’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앞세우는 동안 미국의 속마음을 읽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DB]
 한국이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동안 급기야 미국은 지난 12일 “이미 사드 배치를 염두에 두고 부지 조사를 했다”면서 먼저 사드 문제를 치고 나왔다.



 이런 미국의 태도는 다시 중국을 자극했고, 급기야 류젠차오 부장조리가 한국에서 사드 반대 행보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른바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이란 외교적 접근이 동맹외교에 부담만 초래하고 만 셈이다. 한미연합사령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예비역 장군은 “1992년 철수한 핵무기를 들여올 때도 이런 논란이 없었다”며 “사드는 안보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미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검토하기 시작(2013년)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타이밍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전직 외교관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건 미국에도, 중국에도 의심을 살 만한 표현”이라며 “솔직한 얘기를 할 수 없는 관계라면 굳건한 동맹관계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동맹의 기초는 결국 군사 분야인 만큼 보다 솔직한 대화와 협의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해결하도록 한국은 판단을 미루는 듯한 행동에서 벗어나 안보적 측면에서 판단해 미국과 중국 양쪽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솔직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방부 당국자는 “한반도 안보 환경을 고려한 미국의 입장과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모호성’은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글=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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