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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치매환자 30% 연명의료 … 치료비 1425만원

중앙일보 2015.03.17 00:41 종합 8면 지면보기
부산의 피모씨는 2012년 중풍(뇌졸중)을 맞았다. 20년 전에 이어 두 번째였다. 고령이다 보니 후유증이 심했다. 대표적인 증세가 치매였다.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했고 거동을 못했다. 요양병원에 오래 누워 있다 보니 엉덩이에 심한 욕창이 생겼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았다. 욕창은 해결했으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더 이상 할 게 없어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때부터 석 달간 연명의료가 이어졌다. 산소호흡기를 달았고 콧줄을 통해 영양을 공급했다. 그러다 이듬해에 82세로 세상을 떴다. 욕창 수술 후 2000여만원이 들어갔다. 피씨의 며느리는 “ 자식 된 도리로 치료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5년간 7만5000명 임종까지 치료
암 환자는 사망 1달 전 1336만원
"병세 회복 못 시키고 가족도 고통
연명치료 거부 뜻 미리 밝혀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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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중풍·파킨슨병·암 등으로 수발보험(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받는 환자 10명 중 3명이 피씨처럼 임종 직전까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연명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 한은정 박사팀이 2008~2012년 장기요양 등급을 받고 치료를 받다가 숨진 23만7385명을 분석한 결과다. 이 가운데 임종 한 달 전에 심폐소생술·인공호흡 등의 연명의료를 받다 숨진 사람이 7만5451명(31.8%)이다. 건보연구원은 2009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연명의료 행위로 규정한 9가지 의료 행위를 분석했다. 가장 빈번하게 이뤄진 연명의료는 인공영양 공급, 컴퓨터단층촬영(CT), 인공호흡, 중환자실 입원, 심폐소생술 순이었다. 네 가지 이상을 겪은 환자도 3만2432명에 달한다.



 장기요양 이용자 23만여 명은 임종 1년 전에 1425만원(비보험 진료비는 제외)의 건강보험 진료비를 썼다. 사망 12개월 전 65만원에서 1개월 전에는 209만원으로 증가했다. 이 중 치매 환자는 숨지기 직전 요양병원에서 88만원, 상급종합병원(대형대학병원)에서 452만원을 썼다.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숨진 치매·신부전증 환자(75)는 석 달여 동안 8300만원(가족 부담 3300만원)을 썼다.



 장기요양보험 대상자가 아닌 암 환자는 더 심각하다. 건보연구원 최영순 박사팀이 암 사망자의 건보 진료비를 분석했더니 6개월 전엔 775만원이었다가 1개월 전에는 1336만원으로 증가했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고윤석 교수는 “일부 치매 환자들은 요양병원 등에 있다가 폐렴 등으로 호흡 곤란 증세가 나타나면 종합병원 응급실로 오지만 대부분 중소 병원에서 인공호흡 치료 등을 받다가 숨진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윤영호 연구부학장은 “연명의료는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 병세를 회복시키지 못하면서도 불필요한 고통을 준다. 현행법상 불법이라서 의사는 법적 책임 때문에, 또 가족은 심리적 부담이 커 중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고 교수는 “70세가 넘으면 병에 걸려 사망할 위험이 올라가기 때문에 평소 잘 아는 의사에게 ‘ 연명의료를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이를 가족에게 알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런 뜻을 문서(사전의료의향서)로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연명의료를 줄이려면 요양시설의 질이 올라가야 하는데, 현재는 수발서비스 위주라서 임종환자 관리가 거의 불가능하다. 한 요양시설 운영자는 “임종실 같은 게 따로 없어 환자가 임종할 경우 같은 방(4인실)의 다른 환자가 못 보게 커튼을 친다”고 말했다. 건보연구원 한 박사는 “장기요양 서비스에 임종기 케어가 포함돼야 하며 이를 위해 간호사 등 의료인력이 충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 기자 ssshin@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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