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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길·밤길 안전하게 모셔요 관산동 '주민 보디가드' 떴다

중앙일보 2015.03.17 00:10 종합 21면 지면보기
고양시 관산동 자율방범대원인 엄호용·박보선씨(왼쪽 두 사람)가 밤 늦게 귀가하는 조경란씨를 안심 귀가 동행 서비스 차량을 이용해 집 앞까지 바래다주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11일 오후 9시쯤 경기도 고양시 관산동 관산파출소 인근 버스정류장. 버스에서 내린 40대 주부가 대기 중이던 승합차로 향했다. 고양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여성 안심 귀가 동행 서비스’ 차량이었다. 한 여성 대원이 차에서 내리더니 “어서 오세요. 조심해서 타세요”라며 친절하게 안내했다. 이 주부는 이날 여성 대원과 함께 차를 타고 시 외곽에 있는 집까지 3㎞를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남녀 32명 자율방범대 구성
집 앞까지 귀가 동행 서비스
일상생활 불편까지 찾아 개선
인근 4개 동도 잇따라 시행



 이용객 조경란(41·여)씨는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어두운 골목길을 지날 때마다 늘 무섭고 조마조마했는데 시민들이 이렇게 집 앞까지 차로 바래다주니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모른다”며 “특히 여성 대원이 동승해주니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동행 서비스에 나선 박보선(42·여·공인중개사무소 대표)씨는 같은 동네 주민이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이 서비스를 이용해 도움을 받은 뒤 ‘나도 이웃에게 도움을 주자’는 생각에 자원봉사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양시 관산동 주민들로 구성된 자율방범대가 시민들의 안전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은 밤 늦게 귀가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1년4개월째 안심 귀가 동행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대원은 모두 32명. 여성도 12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들은 남녀 대원이 2인1조를 이뤄 매주 월~금요일 오후 8시30분부터 자정 무렵까지 자원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엄호용(45·자영업) 자율방범대장은 “넓은 지역에 도시와 농촌이 뒤섞인 이곳 특성상 어두운 골목길이 많다 보니 늘 안심 귀가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며 “이웃의 안전을 우리 스스로 지키자는 취지로 나서게 됐다”고 소개했다. 처음엔 하루 한두 명씩 이용하다 입소문이 나면서 요즘엔 하루에 20명 넘게 찾고 있다.



 30~40대 회사원과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이들은 귀가 동행 외에도 동네 골목길을 순찰하며 밤길 치안도 살피고 있다. 최근엔 시민들 호응이 높자 급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낮시간이라도 긴급환자가 발생하거나 노인·장애인이 급히 이동할 일이 생기면 언제든 차량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일상 생활에서도 안전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4일엔 한 대원이 통일로를 지나다 도로의 맨홀 뚜껑이 벗겨져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즉시 휴대전화로 현장을 촬영한 뒤 경찰에 신고해 사고를 막았다.



 관산동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고양동·고봉동·탄현동·송산동 등 인근 4개 동도 지난해 2월부터 똑같은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고양시도 힘을 보태고 나섰다. 최성 고양시장은 “현대자동차와 업무협약을 맺고 올 1월부터 12인승 승합차 5대를 전용차량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시민 안전을 위한 자원봉사인 만큼 유류비와 간식비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양규철 관산파출소장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귀가 동행 서비스가 정착되면서 경찰은 심야 취약시간대 치안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자원봉사자들도 귀가한 뒤엔 경찰이 동행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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