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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소학 읊으며 예절공부…까불이들이 공손해졌어요

중앙일보 2015.03.17 00:08 종합 21면 지면보기
14일 전북 정읍시 선비문화관에 열린 향교 일요학교에서 사자소학 수업을 마친 교사와 학생들이 두 손을 배꼽 위에 얹고 공수례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라. 불감훼상(不敢毁傷)이 효지시야(孝之始也)니라.”

전북 '향교 일요학교' 24곳 운영
한학자, 전직 교사 등 강사 나서
초·중·고생 인성교육 요람으로



 지난 14일 전북 정읍시 장명동 선비문화관 2층 ‘향교 일요학교’ 강의실. 40여 명의 학생들이 칠판에 적힌 한문을 운율에 맞춰 노래하듯 읽어 내려갔다. 옛날 서당에서 가장 먼저 배우던 ‘사자소학(四字小學)’ 효행편에 나오는 글귀다.



 3년째 다니는 문세영(12·동신초 6년)군은 “친구들과 심한 장난을 하거나 싸움을 하면 몸을 다칠 우려가 있으니 불효”라며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문군은 그동안 한자 6~8급 자격증을 땄으며 곧 5급 자격증 시험을 볼 예정이다.



 오전 8시30분 시작한 수업은 낮 12시30분에 끝났다. 학생들은 책상·걸상을 가지런히 정리한 뒤 두 손을 배꼽 위에 얹고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선생님께 공수례를 올렸다.



 전북도가 향교를 인성교육의 요람으로 키우는 데 발벗고 나섰다. 조선시대 미풍양속을 가르치고 인재를 키우던 향교를 왕따·자살 등 학교 폭력의 치유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도내 14개 시·군 24개 향교에서 일요학교를 운영 중이다. 반마다 20~40명을 모집해 주말마다 문을 연다. 방학 땐 주중에도 운영해 연인원 6만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직 교사나 한학 강사들이 직접 나서 천자문을 비롯해 한자·서예·전통예절 등을 가르치는 것도 특징이다. 도는 강사료 등으로 3억원을 지원하고 학습 프로그램도 보급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읽고 쓰기를 반복하면서 부모님께 효도하기, 스승 공경하기, 형제 간 우애, 친구들끼리의 우정 등 생활 규범을 익히게 된다. 이는 자연스레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의 바르게 앉아 경청하기, 대화할 때 성심성의껏 듣고 중간에 말 자르지 않기 등 생활예절도 어느새 몸에 배었다.



 학부모 유충금(35·주부)씨는 “2년째 향교에 다닌 초등학생 딸과 아들이 꼬박꼬박 어른들께 존댓말을 쓰고 식사 땐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먼저 드세요’라고 말하곤 한다”며 “주위에서도 ‘아이들을 예의 바르게 키웠다’는 칭찬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정읍여중 1학년 강효(13) 양은 “예전엔 동생들이랑 많이 다퉜는데 요즘엔 엄마가 늦게 오시는 날이면 동생들 숙제도 봐주고 씻겨주기도 한다”고 했다.



 일부 향교에서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유교경전 강독, 한시 짓기 등 유교 아카데미도 운영한다. 남원향교는 인근 학교와 연계해 전통예절을 배우는 선비문화 체험 코스도 마련했다. 이후열(85) 정읍향교 일요학교장은 “향교 인성교육을 통해 자라나는 학생들이 예의범절을 익히면 학교 폭력과 가정 불화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읍=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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