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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거나 혹은 가볍거나 … 20대를 보는 두 가지 시선

중앙일보 2015.03.17 00:05 종합 22면 지면보기
홍석재(左), 이병헌(右)
한국 청춘영화의 가뭄 속에서 20대를 소재로 한 두 편의 영화가 단비처럼 연이어 관객을 찾는다. 12일 개봉한 ‘소셜포비아’와 25일 개봉을 앞둔 ‘스물’이다. 두 편 모두 20대를 갓 지난 30대 신예 감독이 2015년 현재의 20대를 조망한다. 취업난으로 ‘오포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집 마련 포기)가 된 암울한 20대 이야기는 그동안 외면받기 일쑤였다. 오랜만에 청춘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가 나오자 관객들은 반갑다는 반응이다. 제작비 2억원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소셜포비아’는 개봉 4일 만에 15만 관객을 돌파했고, 김우빈·강하늘 등 스타를 앞세운 ‘스물’ 역시 개봉 전부터 입소문이 자자하다. 두 영화는 같은 세대를 말하지만 바라보는 시선과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홍석재 감독'소셜포비아'
"에고는 강한데, 알맹이 없는 애들"
SNS 허상에 빠진 20대 파고들어

이병헌 감독'스물'
"좋을 때다 그러는데 뭐가 없어 … "
세 친구 일상 유쾌하게 그려 위로

영화 ‘소셜포비아’(왼쪽)와 ‘스물’엔 지금 가장 주목받는 20대 남자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소셜포비아’에는 변요한(29·사진 왼쪽)과 이주승(26)이 출연한다. [사진 CGV아트하우스·NEW]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우울한 초상=‘소셜포비아’(Social+Phobia)는 20대의 인터넷 악플 문화 속에 깊숙이 침투한 영화다. 이들이 어째서 남을 비방하는 일에 열중하게 됐는지, 무엇이 이들의 정신을 빈곤하게 만들었는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2013년에 나온 ‘잉투기’가 악플과 ‘현피’(웹상의 싸움이 현실로 번진 것) 문화의 외피를 다뤘다면 ‘소셜포비아’는 스릴러 장르의 문법을 차용해 좀 더 실체에 접근한다.







 영화는 서울 노량진 고시촌의 삭막한 풍경으로 문을 연다. 고시원에 살며 경찰 시험을 준비하는 지웅(변요한)과 용민(이주승)은 한 군인의 자살 소식에 악플을 단 여성 네티즌 ‘레나’에 분노한다. 인터넷에선 레나와 ‘현피’를 하겠다는 원정대가 조직되고, 지웅과 용민도 참여한다. 하지만 현피 당일 레나가 시체로 발견된다. 네티즌은 레나를 죽였을 법한 사람들을 돌아가며 ‘마녀사냥’한다.



 탈출구가 없는 20대에게 인터넷은 분노의 배설 창구다. 영화는 비좁은 고시원의 남루함을 닮은 20대의 찌든 얼굴과, 익명의 바다에서 악플을 즐기는 섬뜩한 얼굴을 번갈아 포착한다. “에고(ego)는 강한데, 에고를 지탱할 알맹이가 없는 거. 요즘 애들은 다 그렇죠”라는 대사는 기댈 곳 없는 대한민국 20대의 우울한 초상이다. ‘소셜포비아’란 제목처럼 영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공포에서 시작해 한국 사회의 배타성에 대한 공포로 확장한다. 홍석재(32) 감독은 우리가 젊은 감독에게 기대하는 최대치를 보여줬다. ‘올해의 발견’이라 부를 만하다.



영화 ‘소셜포비아’(왼쪽)와 ‘스물’엔 지금 가장 주목받는 20대 남자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스물’에는 이준호(사진 왼쪽부터·25), 김우빈(26), 강하늘(25)이 출연한다. [사진 CGV아트하우스·NEW]


 ◆젊으니까 괜찮아=‘스물’은 꿈도 사랑도 젬병인 스무 살 세 친구의 일상을 젊은 세대 특유의 ‘병맛’ 유머에 실어 유쾌하게 풀어냈다. 청춘의 고뇌를 무겁게 고찰하기보다 스무 살의 치기와 시행착오를 보다 낭만적 시선으로 다룬다. 여기에 코믹하면서 때론 냉소적 대사를 곁들여 영화의 균형을 맞췄다. 예컨대 치호(김우빈)가 “고작 연애, 여자가 고민이라고? 너 자살해라. 청춘영화 보면 자살 하나씩은 꼭 하잖아. 그럼 우리의 고뇌는 한층 무게감이 실리는 거야”라고 말하면 동우(이준호)가 “나 내일 알바비 나오는데”로 받아치는 식이다.







 목표를 잃은 잉여 세대의 전형 치호, 대기업 입사를 위해 스펙 쌓기에 매진하는 경재(강하늘), 가난과 투쟁하는 동우는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88만원 세대의 얼굴이다. 경재의 “우리 보고 좋을 때다 그러는데, 분명 불안하고 답답한데 어디 가서 힘들다고 말하면 배가 불렀다고 그러고, 애매하게 뭐가 없어”라는 대사는 기성세대와의 단절과 불통에서 오는 고민을 드러낸다. 하지만 ‘스물’의 청춘은 마냥 우울하지 않고 쾌활하고 긍정적이다.



 이병헌(35) 감독은 첫 번째 연출작 ‘힘내세요 병헌씨’(2013)를 통해 찌질한 청춘 군상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냈다. 그 정서는 ‘스물’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아직 젊기에 길을 잘못 들어도 다시 돌아갈 시간은 충분하다’는 메시지는 다소 뻔하게 들리지만 험난한 20대를 버텨온 젊은 감독의 진심이 담겨있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영상 유튜브 ItsNEWKorea·Torak Kozak 채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소셜포비아



★★★☆(이용철 영화평론가): 젊은 세대가 자기 세대를 직시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영화. 젊고 신랄하고 아프다. 변요한과 이주승의 언밸런스한 조화도 매력적.



★★★★(장성란 기자): 공격적인 인터넷 문화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연출력은 물론, 요즘 세대가 왜 그것에 매달리는지 ‘마음’을 통찰하는 시선까지 깊이 있다.





▶스물



★★★★(강유정 영화평론가): 찌질하고 못나도 괜찮아. 젊음의 당당한 고백. 한국 청춘 영화의 체위 전환!



★★★(김나현 기자): 젊은 배우들의 쾌활한 기운과 재기발랄한 대사가 일품. 성긴 이야기 전개와 설득력 부족한 여성 캐릭터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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