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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공격수 임무는 수비 … 배구 ‘왼쪽남’의 이중생활

중앙일보 2015.03.17 00:05 종합 24면 지면보기
최근 프로배구에서는 리시브가 가장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스파이크 서브가 점점 강력해질 뿐만 아니라 무회전으로 날아오는 플로터 서브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면서 전문 리시버들조차 진땀을 흘린다. 20일 시작하는 남자 프로배구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1~3위 삼성화재·OK저축은행·한국전력의 대결도 결국 ‘리시브 싸움’에 달려 있다. 리시브 라인을 책임지는 삼성화재 류윤식(26·1m96㎝)과 OK저축은행 송희채(23·1m90㎝)·한국전력 서재덕(26·1m94㎝)의 어깨가 그만큼 무겁다.


플레이오프 승부 가를 '레프트'3인
서브 강해지며'리시브'가 승패 열쇠
화려한 스파이크 대신 팀 위해 헌신

 세 선수의 포지션은 레프트다. 공격과 블로킹에 치중하는 라이트와 달리 레프트는 수비와 공격을 모두 해야 한다. 두 명의 레프트 중 한 명은 공격에 치중하고, 나머지 한 명은 리시브 등 수비에 중점을 두는 이른바 수비형 레프트다. 세터가 올려주는 토스가 10개라면 수비형 레프트가 때리는 건 1~2개 뿐이다.



 반대로 이들은 상대의 서브 10개 중 4~5개를 받아내야 한다. 화려한 역할은 동료에게 넘기고, 궂은 일을 맡는다. 맨유 시절 박지성(34)이 ‘찬양받지 못한 영웅(unsung hero)’이란 별명을 얻었듯 수비형 레프트 역시 그늘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포지션이다.



 이들이 처음부터 수비형 레프트였던 건 아니다. 프로에 오기 전에는 잘 나가는 공격수였다. 1980년대 명센터로 활약했던 류중탁 명지대 감독의 아들인 류윤식은 대학 시절 시간차 공격에 능한 선수였다. 송희채도 고등학교까지는 경기당 30~40점을 거뜬히 올렸고, 경기대 1학년까지 팀 동료 송명근과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왼손잡이 라이트였던 서재덕은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한 거포였다. 하지만 이들은 걸출한 외국인 공격수가 포진한 프로배구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포지션을 바꿨다.



 류윤식은 “배구는 리시브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각 팀에서 외국인 선수가 공격을 주도하는데 세트플레이로 연결하려면 정확한 서브 리시브가 필요하다. 공격수 부담을 줄여주는 게 서브 리시브”라고 말했다. 서재덕은 “신영철 감독님이 포지션 변경을 제안했다. 지난해에는 실수가 많았는데 올해는 실력 발휘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송희채는 “솔직히 공격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나 팀 승리를 위해서 누군가 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빛나지 않는 포지션이지만 이들의 외모만큼은 빛난다. 김요한(LIG손해보험)·문성민(현대캐피탈)과 함께 대표적 미남 선수로 꼽히는 류윤식은 “부모님께 감사할 뿐”이라며 웃었다. 세 사람의 외모 순위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류윤식은 “절대 뒤질 수 없다”며 자신을 1위에 올렸다.



 서재덕은 “당연히 윤식이가 가장 잘 생겼다. 사실 마음으로는 내가 1위인데 주변에서 난 귀여운 스타일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송희채는 “형들이 각자 1·2위라고 주장하지 않던가. 내가 외모 서열 3위라는 걸 인정한다”고 말했다.



 경쟁자가 보는 서로의 모습은 어떨까. 송희채는 “재덕이 형은 대표팀에서도 손꼽히는 공격력을 가졌다. 윤식이 형은 서브, 나는 블로킹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류윤식은 “두 선수 모두 리시브가 안정적이고, 기복이 없다. 지고 싶지 않은 선수들”이라고 했다. 서재덕은 “윤식이는 레프트 공격을 잘하고 희채는 리시브가 나보다 좋다. 나는 서브가 자신있다”고 말했다.



김효경·김원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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