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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팔계 류현진' 공감 1773건 … 빵빵 터진 댓글놀이

중앙일보 2015.03.17 00:05 종합 24면 지면보기
지난 10일 박주영(30)이 프로축구 K리그 FC 서울로 복귀한다는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뜨자 순식간에 2000건에 육박하는 댓글이 달렸다. 그 중 가장 공감을 많이 받은 글은 ‘박주영 블루마블, 이번엔 서울 걸렸네요’였다. 7년동안 4개국 5개팀을 거쳐 다시 친정팀 서울로 온 것을 세계여행 게임(블루마블)에 빗댄 글이었다. 그의 복귀를 크게 반기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됐다. 한때 넘치는 사랑을 받았던 축구 천재 박주영은 지난 2011년 부진과 함께 병역기피 논란이 불거지면서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이후 박주영 기사에는 그를 풍자하는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이른바 ‘댓글유희(遊<6232>)’다.


다저스 선발 커쇼·류현진·그레인키
손오공·저팔계·사오정 별명 짓고
김기태, 윤석민 투구 숨어서 보자
"롯데처럼 CCTV로 보면 되지"
전문가 수준의 식견, 촌철살인 풍자
'악담' 넘치는 정치댓글과는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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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대중들은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손쉽게 의견을 올리기 시작했고, 더 직접적이고 빠른 의견 개진을 위해 기사에 달린 댓글 기능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모바일을 통한 뉴스 소비가 일상화하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생각이 쏟아진다. 이에 따라 댓글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대중들은 기사를 읽은 후, 댓글을 달고 그에 동조하거나 반박하는 댓글을 또 단다. 댓글마다 ‘공감’ ‘비공감’ 아이콘을 누르는 등 ‘댓글놀이’에 빠져 있다. 다음카카오 뉴스 서비스 권오상 총괄은 “국가적인 이슈가 있을 때는 7000~8000여개의 댓글이 달린다. 100명이 기사를 본다면 50명 정도가 댓글을 읽거나 쓴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간 댓글은 감정표현의 ‘배설창구’로 여겨졌다. 정치·사회 기사에는 진영논리와 지역감정을 담은 댓글이 달린다. 세월호 희생자를 성적으로 모욕한 댓글은 큰 충격을 줬다. 그러나 스포츠 기사에 달리는 댓글은 좀 다르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 댓글을 다는 만큼 즐겁고 재기발랄한 글들이 많다.



 프로야구 김기태(46) KIA 감독이 메이저리그 도전 후 돌아온 투수 윤석민(29)의 불펜 피칭을 숨어서 봤다는 기사에는 ‘부끄럽게 숨어서 보다니 롯데처럼 CCTV(폐쇄회로TV)로 보면 되지’가 최고의 댓글로 꼽혔다. 지난해 롯데 구단이 숙소 CCTV 영상으로 선수들을 사찰한 것을 꼬집은 댓글이다. 스포츠사회학자인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스포츠 기사 댓글을 보면 평론가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식견이 있다. 그만큼 전문성을 가지고 댓글을 달기 때문에 허를 찌르는 풍자가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별명도 댓글놀이를 통해 탄생한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선발 3총사 류현진(28)·클레이턴 커쇼(27)·잭 그레인키(32)에 관한 기사에 한 네티즌이 ‘저팔계(류현진)·손오공(커쇼)·사오정(그레인키) 올해 60승 합작하자’는 댓글을 달아 1773개의 공감 클릭을 받았다. 세 명이 고전 서유기에 등장하는 저팔계·손오공·사오정과 분위기가 비슷해 붙여진 별명이었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의 별명 ‘기묵직’도 댓글에서 시작됐다. 과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기성용이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며 최강희 당시 대표팀 감독을 조롱하는 글을 올려 비난 받았다.



그가 부진할 때 네티즌들은 댓글에 ‘기묵직’이라 써 그를 비꼬았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한국인 선수 최다골(6골)을 넣으며 활약하자 이 별명은 ‘묵직하게 축구를 잘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댓글보다 댓글 다는 사람이 화제인 경우도 있다. 홈런왕 박병호(29·넥센)의 기사에 어김 없이 악플을 다는 ‘국거박’이다. 국거박은 ‘국민 거품 박병호’를 줄인 말로 박병호의 실력이 거품이라는 비난 댓글을 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도한 댓글놀이에 이장석 넥센 사장은 국거박을 향해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까지 날렸다. 정 교수는 “스포츠 팬들에게 댓글란은 스트레스를 날리는 놀이터가 됐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댓글놀이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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