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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김영란법 논란

중앙일보 2015.03.17 00:05 종합 26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3월 5일 30면>



김영란법, 시행 전에 반드시 보완해야 실효 거둔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금품수수금지법)에 대해 보완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야의 압도적인 찬성표로 통과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4일 “입법의 미비점이나 부작용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목소리를 듣고 앞으로 1년6개월의 준비 기간에 입법에 보완이 필요하면 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문제가 있는 조항은)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청렴도를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대상과 처벌범위가 명확해야 한다. 또 이 법의 조항이 헌법과 형법 등 다른 법률과 충돌해선 안 된다. 이 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법 시행 이전에 문제점을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우선 적용 대상 중 공직자가 아닌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시킨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 헌법 전문가 중 상당수가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반대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와 정당인은 광범위한 예외조항을 둬 빠져나갔다. 국민 세금으로 보수를 받는 선출직 공직자야말로 이 법의 대상에 꼭 포함시켜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처벌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이 법은 100만원 넘는 금품·접대를 받으면 직무관련성·대가성을 불문하고 처벌하게 돼 있다. 사회상규에 비춰볼 때 공직자가 100만원 넘는 돈을 받을 경우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100만원 이하라도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과태료 처벌을 하게 돼 있다. 현 공무원 윤리강령은 1회 접대비 한도를 3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소갈비에 소주 한잔 걸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도 검찰은 대가성이 있는 경우 설렁탕·삼겹살집에서 접대받은 금액까지 뇌물액수에 포함해 기소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수사권을 남용할 소지가 다분하고,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따라서 법 취지를 살리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처벌 대상과 범위를 보다 명확히 규정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2015년 3월 5일 31면>



‘김영란법’, 성급한 흠집내기를 경계한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개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4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히는 등 위헌 논란도 본격화할 조짐이다.



 법률이 시행도 되기 전에, 더구나 시행령이나 예규 등을 통해 실제로 어떻게 집행될지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기도 전에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은 성급할뿐더러 어색한 일이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김영란법의 취지와 그 대강에 찬성하는 마당에 괜한 흠집내기로 비치기 십상이다.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한 만큼 지금은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게 지혜와 노력을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 수정과 보완을 한다면서 법 취지를 훼손하거나 예외조항 추가 등의 편법으로 법을 형해화시키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애초 김영란법의 또 다른 축인 ‘이해충돌 방지’ 부분에 대한 입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원래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부분과 ‘이해충돌 방지’ 부분이 함께 시행되도록 설계됐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 부분은 위헌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미뤄졌지만, 처음 구상대로 이들 부분이 함께 종합적으로 시행되어야 부패 차단과 투명사회 실현이라는 목표가 온전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추가 입법이나 개정 등 어떤 형태로든 같은 시점부터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영란법이 실효성 있게 집행되려면 이것 말고도 가다듬어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졸속으로 언론 등 민간영역을 추가하는 바람에 이 법의 좋은 취지가 언론 탄압이나 길들이기에 악용될 위험에 대한 대비책 등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검찰과 경찰의 권한이 크게 확대된 데 반해 이들의 자의적인 법 집행을 막을 장치는 허술하기만 하다. 국회 일각에서 적용 대상을 노조·시민단체·변호사 등 민간의 다른 영역으로 더 확대하자는 말도 나오는 모양이지만, 이는 지금보다 더한 ‘물타기’로 법을 무력화하려는 꼼수일 뿐이다.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원천 차단하자는 애초 입법 취지에 맞추려면 오히려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는 게 더 시급하다.



 시행령을 통해 법 집행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일도 중요하다. 구체적인 문제들을 꼼꼼하게 담아 규율해야 법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실물경제에 끼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법 시행을 연착륙시키는 지혜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런 수정과 보완은 법의 실행력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논리 vs 논리



“취지 살리되 부작용 최소화” … “법 실행력 높여 보완해야”




김영란(서강대 석좌교수)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10일 오전 서강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에 대해 `반쪽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강정현 기자]
국제투명성기구 발표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는 175개국 가운데 43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가운데는 27위로, 대한민국은 태국과 대만보다도 청렴하지 못한 국가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이런 배경 아래서 나왔다. 이 법이 시행되면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처벌을 받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김영란법 통과를 ‘뇌물이 오랫동안 문화의 일부처럼 여겨졌던 한국적 풍토를 바꿀 획기적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김영란법은 만들어지자마자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겨레와 중앙은 이런 현실을 한목소리로 비판한다. 한겨레는 “법률이 시행도 되기 전에, 더구나 시행령이나 예규 등을 통해 실제로 어떻게 집행될지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기도 전에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은 성급할뿐더러 어색한 일”이라고 비판한다. 중앙 또한 “김영란법은 OECD 국가 중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청렴도를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김영란법의 당위성을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두 사설은 김영란법에는 문제가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중앙은 “적용 대상 중 공직자가 아닌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시킨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는 점을 짚어냈다. 실제로 대한변협이 헌법소원을 낸 이유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을 포함시킨 데 있었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는 과잉입법이라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원래 ‘공직비리 척결’에 초점을 맞춘 법이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는 법에 언론 등 민간 영역을 끼워 넣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이 법의 좋은 취지가 언론 탄압이나 길들이기에 악용될 위험”이 있음을 지적한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금품수수는 그 자체만으로도 범죄 혐의로 인정돼 처벌을 받게 된다. 기존 형법에서 돈을 주고받은 일이 죄가 되는지는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김영란법에서는 돈을 받은 사람이 죄가 안 된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범죄임을 입증하는 것보다 죄가 아님을 해명하는 쪽이 훨씬 어렵다. 돈이 오가는 일은 일상에서 끊임없이 일어난다. 권력을 쥔 쪽이 나쁜 의도를 품는다면 이는 언론을 길들이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공직사회 부패 척결’이라는 김영란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공직사회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두어야 한다. 중앙은 “국민 세금으로 보수를 받는 선출직 공직자야말로 이 법의 대상에 꼭 포함시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한겨레 또한 “김영란법의 다른 축인 ‘이해충돌 방지’ 부분에 대한 입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며 힘을 보탠다.



 ‘이해충돌 방지’란 공직자가 자신의 자녀를 특채하거나 친인척 회사에 정부 공사를 발주하는 것 등을 금지하는 규정을 말한다. 상식적으로 볼 때, ‘공직사회’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국민 세금으로 보수를 받는 선출직 공무원에게 김영란법이 먼저 적용돼야 마땅할 듯싶다. 나아가 이해충돌 방지에 대한 입법도 공무원 조직의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입법 대신 언론 등 민간 분야로 법의 적용 분야를 넓힌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물타기’로 법을 무력화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하는 한겨레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처벌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애매모호하다”는 중앙의 지적 또한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겠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지난 10일,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이 법은 “공직자 처벌법이 아니라 공직자 보호법”이라고 주장했다.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영란법은 사양과 거절을 위한 충분한 구실이 된다. 나아가 김 전 위원장은 이 법을 통해 “단순히 형사법적인 처벌 문제에 집착하기보다 근본적으로 부패문화를 바꾸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큰 틀에서는 중앙과 한겨레의 입장도 김 전 위원장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법의 실행력’을 높이는 수정과 보완이 있어야 한다”는 한겨레의 주장과 “법의 취지를 살리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중앙의 생각이 꼭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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