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서울시교육청 '촌지와의 전쟁'이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2015.03.17 00:05 종합 30면 지면보기
“새 학기를 맞아 학부모가 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잦아짐에 따라 한번쯤은 ‘빈손으로 갈 것인지 선물을 사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이제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에 가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3일 ‘불법찬조금 및 촌지 근절대책’을 내놓은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대책은 1만~2만원짜리 상품권을 받은 교사도 경고 등 징계를 내리는 강력한 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1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파면·해임의 중징계를 내린다. 액수만 따지면 ‘김영란법’보다 더 빡빡하다. ‘촌지와의 전쟁’을 선언한 셈이다.



 눈에 띄는 것은 교사의 금품수수 사실을 신고한 사람에게 수수액의 10배, 최고 1억원의 포상금을 준다는 내용이다.



 최근 수년간 촌지와 불법찬조금으로 징계·경고 등을 받는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2012년 19건, 2013년 10건에서 지난해엔 8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촌지 수수 관행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09년 초·중·고교생 학부모 16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부모 5명 중 1명이 촌지를 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서울 강남 지역 학부모는 전체 평균의 두 배나 됐다.



 지난 1월엔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계성초등학교 교사 2명에 대해 파면을 요구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교사는 각각 수백만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들키지 않았을 뿐이지 상당수 학부모들이 아직도 교사들에게 촌지를 주고 있다는 얘기다.



 교사들의 잘못된 촌지수수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깨끗한 교직사회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서울시교육청의 대책에 일부 보완할 점이 있다.



 우선 촌지를 준 학부모도 처벌하는 ‘쌍벌제’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에게 돈을 준 사람에게도 과태료를 물리도록 돼 있다. 반면 교육청 대책엔 촌지를 준 학부모에 대한 처벌 규정이 보이지 않는다.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금품을 주는 데는 자기 자식을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잘 대우해 달라는 청탁이 깔려 있다. 금액이 수백만원이 넘는다면 당연히 ‘대가성’이 있는 뇌물로 봐야 한다. 아이의 성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뚤어진 풍조를 방치할 경우 촌지 관행은 뿌리 뽑기 어렵다. 오히려 수법만 더 은밀하고 교묘해지게 될 것이다.



 또 ‘학파라치’까지 동원한 감시·처벌 위주의 대책에 머물 게 아니라 교사들의 자정(自淨) 노력을 유도해야 한다. 교사가 일방적인 감시 대상으로 전락하면 교직사회는 더욱 삭막해지고 교사들의 사기와 자긍심만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교사들이 주체가 돼 적극적으로 나설 때 우리 학교에서 촌지 비리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