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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자영업 창업 교육, 대학이 나서라

중앙일보 2015.03.17 00:02 경제 8면 지면보기
김창봉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산업창업경영대학원장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한다.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나면서 이 속언(俗言)이 유행어가 되지 않을까 새삼 걱정된다. 자영업 창업시장에도 ‘다른 사람은 다 망해도, 나는 성공하겠지’라는 창업자들의 근거 없는 믿음이 있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미국 프린스턴대학 프렌티스 교수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나오는 인지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 한 대기업이 퇴직자들에게 아웃플레이스먼트 일환으로 창업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다. 그 회사의 임원은 퇴직 대상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힐링의 인문학 강좌를 특히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교육생들의 반응은 시근퉁했다고 한다. 오히려 실제로 창업해서 위기를 극복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와 창업전반에 관한 정보와 방법론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당장 나한테 위기가 왔는데, 감성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다는 뜻일 게다. 우리 대학이 처한 인문학의 위기와 오버랩 된다.



 창업은 과학적이어야 한다. 실행 방법론이 있어야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더구나 다른 산업에 비해 경쟁이 심하고 실패율 또한 높은 자영업 창업은 더 과학적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자영업 창업자의 인지적 오류를 막는 입구전략과 창업성공에 이르는 방법론은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제 대학은 상아탑 학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실용학문이 시대의 요청이다. 물론 자영업 분야에까지 대학이 나서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570만 명에 이르고, 그 중 영세 소상공인만 300만 명에 육박한다. 게다가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이 임계점에 도달한 국가 경제구조는 당분간 자영업자 수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없는 듯하다. 자영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대책을 세우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우선 대학은 인식의 대 전환을 해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식자인체 하는 우월감, 구시대의 유물인 사농공상이라는 직업의 계급의식에 부응(?)하는 교육 프로그램, 외부전문가에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 배타성은 이제 과감히 벗어 던져야 한다. 대신 축적된 학문적 역량을 현장의 실무와 조화시키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이론과 통계에 기초한 창업환경의 연구결과는 자영업 창업의 입구전략의 기초를 제공할 것이고,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과 창업방법론 교육은 서민의 건실한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사회안전망을 지키고, 기초가 튼튼한 국가경제를 구축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자영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프랜차이즈 교육도 중요하다. 가맹점과 공생하고 소비자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프랜차이즈기업가 양성, 프랜차이즈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배출, 글로벌프랜차이즈 육성 등도 대학의 교육 인프라가 잘 할 수 있다. 불평등 문제가 자본주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서민부자, 프랜차이즈 기업가를 육성해 계층 간 이동통로를 넓혀야 하는 일에 대학이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김창봉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산업창업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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