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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화 명장 1호 유홍식씨 "이탈리아 명품보다 멋진 구두 만들어"

중앙일보 2015.03.17 00:01 라이프트렌드 3면 지면보기
“품질과 디자인만큼은 이탈리아 명품보다 더 좋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기획 │ 라이프 트렌드

 가죽 냄새가 짙게 풍기는 매장에서 구두 명장 유홍식(66·드림제화 대표)씨는 거침없는 말투로 54년 구두 인생을 얘기했다. 말마디마다 구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넘쳤다.



 지난 9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교각 밑, 수제화공동판매장인 ‘from SS’ 7번 가게에서 그를 만났다. 4평 남짓한 그의 매장에는 그가 만든 수제화가 가득 진열됐다. 그는 수제화 한 켤레를 가리켰다. 발목에는 호피 모양의 털이 달렸고 붉은색 가죽에 가는 줄이 새겨진 부츠다. 이 구두엔 그가 자랑하는 ‘특 가보식 기술’이 적용됐다. 통가죽을 조각 내어 작업하는 기법으로 옛 사람들이 짚신을 만들 때 쓰던 방법을 구두 제작에 적용한 것이다. 지푸라기를 꼰 듯한 물결 모양의 줄무늬가 태극 문양처럼 새겨진 디자인도 특색이다.



 그가 처음 수제화를 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다. 서울 명동에서 아버지가 구두가게를 운영하는 친구 집을 찾았다가 친구 아버지로부터 수제화 기술을 배우게 됐다. 예술인이 많은 집안 내력 덕에 타고난 감각으로 일찍 솜씨를 발휘했다.



 이후 광주·전주·서울 등지로 스카우트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후보 선수가 아파 빠진 자리를 대신해 나간 1972년 기능경기대회 처녀출전에서 동메달도 받았다.



 그는 매일 오전 5시면 어김없이 집을 나와 성수동에 있는 자신의 구두 판매점을 둘러본 뒤 from SS 매장으로 와 저녁 무렵까지 구두를 만든다.



“제 평생 이 일을 하면서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남은 인생은 제자를 기르는 데 헌신하려고요. 이탈리아 구두를 즐겨 신는다는 강남의 한 노신사가 10개월 전 저의 비싼 구두를 대량으로 사면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반드시 후계자를 기르시오. 이 좋은 기술로 혼자 벌어먹고 죽으면 나쁜 사람이오’라고요.”



 서울시는 그의 기술력을 인정해 지난해 말 그를 수제화 명장 1호로 선정했다. 쟁쟁한 7명의 후보 가운데 뽑힌 유일한 한 사람이다.



박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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