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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기 나선 한국, 내년 3.5% 이상 성장 … 지속적으로 혁신하느냐에 달렸다

중앙일보 2015.03.16 00:59 종합 4면 지면보기
사공일 본사 고문(왼쪽)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세계 경제의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위험요소 등의 주제를 놓고 대담을 하고 있다. 사공 고문이 한국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물론 일본에 비해서도 낮은 게 문제라고 지적하자 라가르드 총재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성장을 돕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사공일 본사 고문 겸 세계경제연구원(IGE) 이사장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시작된 2009년 이후 긴밀히 교류해 왔다. 두 사람의 공통 관심사는 세계 경제 활력 회복과 국제 금융질서 재편이었다. 이 두 사람이 이달 6일 미국 워싱턴 IMF 총재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날 폭설로 인해 IMF는 전 직원의 출근시간을 오전 11시로 늦췄다. 그러나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 출국이 예정돼 있던 사공 고문과의 대담을 위해 담당 직원들에게 오전 9시 출근을 지시했다.

[세계 경제의 길] <2부> 사공일이 만난 국제기구 리더 <1> 라가르드 IMF 총재
미국 곧 금리인상 돈줄 죄는데
유럽은 양적완화 시작 돈 풀어
엇갈린 정책, 세계 경제에 부정적
미국 달러값 상대적으로 올라
신흥국서 자금 빠져나갈 수 있어
일부 선진국은 디플레 우려도





▶사공일=IMF 총재의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인데 시간을 내줘 고맙다. IMF가 세계 경제 전망을 올 1월에 업데이트했다. 세계 경제를 어떻게 내다보나.



 ▶크리스틴 라가르드=우리(IMF)는 올해 세계 경제가 3.5%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물론 나라 간 편차가 있어 성장이 고르지 못할 전망이다. 선진국은 2.4% 정도 성장할 전망이다. 선진국 가운데 미국이 선도적 역할을 하고 영국도 괜찮을 듯하다. 신흥국과 저소득국은 올해 4.7%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세계 경제가 나쁜 편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20여 년간 평균치와 비슷하다. 하지만 금융위기 직후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는 시기의 성장률로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과거 선진국의 경우 깊은 침체 뒤엔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했다.



 ▶사공=현재 세계 경제는 여러 가지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리스크 요인이 혼재돼 있는데.



 ▶라가르드=그렇다. 우선 낮은 국제유가를 세계 경제 전체 차원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일본·인도·중국 같은 나라엔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부정적 요인으로 먼저 미국과 유로존 등 주요국 통화정책이 한 방향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아마 올해 안에 금리 인상과 함께 통화 긴축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양적완화(QE)를 막 실시했다. 이는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 모두에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사공=이론적으로 좀 복잡한 이야기를 했는데,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라가르드=(중앙은행의 정책 의도가) 시장에 정확하게 전달돼도 돈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 미국 달러화가 유로나 일본 엔화에 비해 강세가 될 것이다. 달러 강세가 되면 일부 신흥국과 저소득국은 자본 유출 타격에다 수출 경쟁력이 (유로존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중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와 별개로 규모가 큰 유로존 등에서는 우리가 ‘로-로(low-low) & 하이-하이(high-high)’라 부르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낮은 인플레-낮은 성장 & 많은 부채-높은 실업률’을 의미한다. 이는 세계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셋째로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의 태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와 나이지리아에 이르는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요소를 들 수 있다.



 ▶사공=세계 경제의 단기 전망을 잘 요약해 줬다. 그런데 디플레이션과 장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나.



 ▶라가르드=디플레이션과 장기 침체 가능성은 일부 선진국에 해당한다. 세계의 대다수 국가가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 현재 몇몇 선진국은 아주 공격적으로 돈을 풀고 있는데도 디플레이션은 아니지만 낮은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지만 노동시장 참여율을 기준으로 본 고용이 기대만큼 늘고 있지 않은 게 문제다.



 ▶사공=당신이 미국 Fed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관련해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IMF와 국가 간 경제정책 협력을 위한 G20 등 글로벌 포럼의 역할을 한 번 짚어보자. 폴 볼커 전 Fed 의장은 오래전에 자본시장이란 거대한 바다에서 선진국을 대양을 가로지르는 여객선에, 신흥국을 남태평양(폴리네시아) 사람들이 타는 카누에 비유한 적이 있다. 신흥국들은 이제 모터보트 정도가 되었더라도(웃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IMF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IMF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와 이를 위한 IMF 쿼터와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미국 의회가 2010년 G20 서울 회의에서 합의한 IMF 지배구조와 지분(쿼터) 개혁 방안을 비준하지 않고 있어 우려된다. IMF의 강화된 금융안전망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제 자본시장의 불안요소는 줄어든다.



 ▶라가르드=IMF 쿼터 조정과 재원 확충을 통한 금융안전망 확충을 염려해 줘서 정말 고맙다. 한국이 의장국으로 활동한 G20 서울 회의에서 중대한 진척이 이뤄졌다. 신축적 신용공여제도(Flexible Credit Line)와 예방적 대출제도(Precautionary Credit Line)가 마련됐다. 멕시코·콜롬비아·폴란드·모로코 등이 두 제도를 활용했다. 반응도 아주 좋았다. 앞으로 이 제도가 더 잘 활용되길 바란다. 그런데 금융안전망에 필수적인 쿼터 조정에 대한 비준을 미 의회가 꺼리고 있다. 이 바람에 금융안전망 강화를 위해 중앙은행 간 통화 스와프 계약을 맺는 방식이나 IMF가 자본 확충을 위해 돈을 빌리는 대안도 생각하고 있다. 미국이 IMF 재원 확충과 지배구조 개편의 중요성을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사공=최근 미 의회 한쪽에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환율 조작 관련 규정을 포함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나는 TPP 같은 양자 간 협상 테이블에 환율 문제를 올리면 정치 문제로 비화하기 십상이라고 본다. 대신 환율 문제는 IMF의 협조를 받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현재 미국 의회에선 환율 조작 문제가 다시 이슈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거시경제정책의 일환인 QE가 환율 조작이 주목적은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문제도 국제 협력을 위해 G20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 반대로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일본의 QE에 대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게 목표”라고 말해 한국 등 경쟁국의 QE 자체에 대한 반발을 초래한 바 있다.



 ▶라가르드=일본의 QE 불가피성은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 등에서 설명됐다. 일본의 유일한 대안이기도 했다. 일본 경제가 살아나면 세계 경제에 좋다.



 ▶사공=일본은 세계에서 셋째로 큰 경제일 뿐 아니라 한국의 주요 교역 파트너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본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웃의 이해와 국제 협력을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ECB도 QE를 시작했다. 며칠 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를 만날 예정이다.



 ▶라가르드=QE는 초기에 전인미답의 영역이었다. ECB는 좀 더 정교한 방식으로 QE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IMF)는 ECB의 QE가 어떻게 효과를 낼지 챙겨 볼 것이다.



 ▶사공=유로존 국가의 장기 금리는 이미 아주 낮다. 반면 미국이 처음 QE를 실시할 때는 4% 수준이었다. 따라서 ECB QE는 미국 QE에 비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은 분명하다. 소득 또는 부의 불평등 문제를 이야기해 보자.



 ▶라가르드=불평등 문제와 관련해 정책 담당자들이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첫째, 지금의 저금리 상황을 활용해 조달한 자금을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는 것이다. 둘째,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와 관련해 여성 취업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셋째,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200여 년 동안 가장 더운 10년이 지난 12년 사이에 모두 일어났다는 놀라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공=중국 경제를 어떻게 보는가.



 ▶라가르드=나는 중국에 대해 아주 낙관적이다. 성장률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다. 중국 리더들은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제대로 대응할 줄 안다. 그들은 부패와 환경오염을 인정하고 개선하려 한다. 물론 그림자금융 문제와 지방정부의 많은 빚을 지적할 순 있지만 중국은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본다.



 ▶사공=나도 중국이 흔히 말하는 경착륙(Hard Landing)은 겪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라가르드=한국이 올해 3.5%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본다. 내년엔 좀 더 나을 전망이다. 한국은 지난 20년 동안 다른 나라에 견줘 놀라운 성장 스토리를 썼다. 최근 한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펴고 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발전할 것인가’이다.



 ▶사공=나는 거시지표를 통해 본 현재 한국 경제보다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빨리 떨어지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 노동시장을 개선하고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난 개혁을 제대로 하면 현재 3.5% 수준의 잠재성장률을 5년 내에 1%포인트 정도 끌어올리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의 여성 인력 활용도를 현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만큼만 올려도 잠재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는 추산도 있다. 현재 일본보다 낮은 여성 인력 활용도를 늘려야 한다.



정리=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사진=채병건 특파원





크리스틴 라가르드(1956년생)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프랑스 산업통상·농업·재무장관 역임

-미국 베이커 앤드 멕킨지 회장 역임

-2012 미국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파리정치대학교 정치학 석사

-파리 제10대학교 법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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