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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10개월 경제팀의 한계

중앙일보 2015.03.16 00:03 종합 28면 지면보기
고현곤
편집국장 대리
2009년 2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을 추진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전재희 장관이 반대했다. 그해 내내 이 문제로 재정부와 복지부가 충돌했다. 경제팀 수장은 윤 장관이었지만, 친이계 실세인 전 장관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재정부는 초조했다. 한국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해 돈을 풀어주길 바랐다. 처음에 한은은 ‘돈으로 해결하는 건 하수(下手)’라며 꿈쩍도 안 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앞다퉈 돈을 풀었다. ‘우리는 뭐하고 있느냐’는 비난이 일자 그제야 한은이 움직였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실세 중 실세였지만, 이성태 총재의 한은 때문에 애를 먹었다.



 내각과 청와대·여당·한은을 망라한 경제팀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이 주도권 다툼을 했고, 당과 내각이 각을 세우기도 했다. 재정부와 한은은 좋은 때보다 불편한 때가 더 많았다. 다행히 박근혜 정부 경제팀은 팀워크가 좋다.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는 인물은 별로 없다. 한은이 여전히 소극적이지만, 엊그제 금리를 내리는 걸 보니 예전보다는 나아졌다. 당도 판을 깰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일할 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괜찮다.



 경제팀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런저런 관계로 연결돼 있다. 우연이 아니다. 최 부총리 구상대로 집권 중반 경제팀이 짜였다고 보는 게 맞다. 최 부총리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안종범 경제수석은 미국 위스콘신대 출신이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시절 윤 장관이 기획조정실장으로 같이 일하기도 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 부총리의 연세대 상대 동문이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대구고 후배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친박계 동료 의원.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구·경북(TK) 동향이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경부 R&D기획단에서 최 부총리와 일한 인연이 있다.



 최경환 감독 겸 주연의 경제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경제부총리도 이 정도 그립을 쥔 적은 없는 것 같다.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티격태격하고 혼선을 빚는 것보다 머리를 맞대고 뭐라도 해보려는 지금의 구도가 낫다. 결과로 평가받으면 그만이다. 비상 상황이니 비상한 경제팀으로 돌파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있을까.



 그런데 찜찜한 구석이 있다. 정권 말도 아닌데 경제팀이 시한부다. 감독 겸 주연인 최 부총리는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듯하다. 그는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정치인이면 총선을 해야 한다. 정치를 계속해야 책임감을 갖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현직 의원인 유일호·유기준·안종범 등도 출마 대상이다. 몇몇 다른 장관들 이름도 나온다. 내년 초 경제팀을 다시 짜야 할 판이다.



 당사자들이야 장관 간판 달고 금의환향하니 바랄 게 없다. 그러나 경제난국을 극복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문제가 적지 않다. 정책의 순수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 디플레를 타개하기 위해 부양책을 쓰거나 시장에 개입하면 ‘선거 나가려고 저러나’라는 의심을 받게 돼 있다. 올 하반기로 갈수록 논란이 커질 것이다.



 경제팀을 새로 짜면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게 과제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24개 핵심 개혁 과제, 4대 개혁 등 정부 어젠다가 산만하고 넘친다. 사람이 바뀌는 와중에 추진동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진짜 말 못할 고민은 인사를 또 해야 한다는 점이다. 몇 개월씩 하마평이 나돌고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누가 위장전입을 했고, 누구는 병역기피 의혹이 있고…. 먹고살기 힘든 때다. 장관 후보의 위장전입까지 들어줘야 하는 국민은 짜증나고 지친다. 낙마하는 사람이라도 나오면 반년이 휙 지나간다. 해수부 장관이 이주영에서 유기준으로 바뀌는 데 3개월이 걸린 것을 생각해보라. 사람 바꾸고, 총선 치르면 내년 하반기다. 정부 정책보다 대선 공약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하는 시기다. 경제팀이 의욕 있게 일을 추진하긴 더 힘들어질 것이다.



고현곤 편집국장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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