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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만으론 경기회복 한계 … 구조개혁 병행해야

중앙선데이 2015.03.15 01:03 418호 18면 지면보기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하한 다음날인 13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지하 2층 중회의실. ‘경제장관-경제 5단체장 간담회’가 열린 자리에서 최경환 경제 부총리가 모두 발언을 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경제의 활력 회복과 저물가 상황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의 기대대로 금리 인하가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인가. 금리 인하는 가라앉은 소비와 투자에 온기를 불어 넣어 저성장에서 빠져나오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반면 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른 가계 빚만 더 늘릴 뿐 경기 회복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부작용만 불러올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사상 첫 1%대 금리 시대] 경제 전문가에게 묻다

중앙SUNDAY는 각계의 대표적 경제 전문가에게 이번 금리 인하의 적절성과 효과, 미국 금리 인상과의 연관성, 부작용, 대책에 대해 물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연세대 경제학 교수),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이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금리 인하만으론 경기회복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규제완화, 구조개혁 같은 후속 조치가 동시에 이뤄져야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생산과 소비, 투자 등 각종 지표가 모두 나빠진 상황에서 나왔다.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7%, 광공업 생산은 3.7% 각각 줄었다. 소비와 투자 역시 전달보다 각각 3.1%, 7.1% 감소했다. 이주열 한은총재도 금리 인하 배경과 관련 “수출이 감소하고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금리 인하가 투자와 소비를 살릴 수 있느냐다.

금리 인하가 위축된 투자·소비 심리를 살릴 수는 있다. 투자하고 싶어도 자금 여력이 없는 기업은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금리 인하로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져 집값이 오르면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겨 돈을 더 쓸 수도 있다. 하지만, 한은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지만 실물 경기는 여전히 활력을 찾지 못했고 기업들 역시 상당한 사내유보금을 쌓아 두고도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김정식 교수는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건 금리보다는 불투명한 미래전망, 규제, 노사관계 등 다양하다”며 “금리 인하와 함께 구조 개혁이 성과를 내야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송원근 경제본부장도 “금리 인하는 단기적 대응에 불과하다”며 “국회에 묶여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통과되고 규제도 대폭 풀려야 투자가 늘 것”이라고 했다.

기준금리 1.75%. 한국 경제는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다. 금리 인하는 가라앉은 경기를 살리는 그린 라이트가 될 것인가, 부작용만 불러올 레드 라이트가 될 것인가. 12일 금리 인하를 발표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모습 위로 방송 카메라를 통해 반사된 그린 라이트와 레드 라이트가 동시에 들어와 있다. [뉴시스]
‘깜짝 발표’ 바람직하지 않아
기준금리 인하 시기의 적절성에 대해선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여론·정부에 떠밀려 한 모양새”라는 지적이 많았다. 인하 폭 (0.25%p)에 대해서는 “적절하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상의 전수봉 본부장은 “조금 늦었지만 현재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더 늦은 것 보다는 낫다”며 “과거 4~5%대에서 0.25%p를 내리는 것과 비교할 때 2%에서 0.25%p를 내리는 것은 인하 폭이 작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한은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깜짝쇼 형태로 금리 인하를 발표한 것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나왔다. 애초 시장에서는 3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하고 4월에 내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그간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정식 교수는 “시장의 예상을 깨는 게 좋은 것은 아니다”며 “특히 금리 정책을 펼 때는 시장 안정성을 위해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이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기준금리의 추가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변수는 향후 경기 회복의 정도다. 안병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은이 예상보다 앞서 금리를 내린 건 경기회복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라며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를 내린 것이니 회복이 미진할 경우 추가로 한 번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도 “인하의 시작이라는 느낌”이라며 “기준 금리가 1.5%까지도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김정식 교수는 “가계부채, 부동산 거품 우려가 상당한 상황에서 1%대까지 낮췄는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추가로 더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추가 인하 여부는 4월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 이후의 실적에 달려있다. 실적이 수정 경제전망치를 밑돌면 한은이 또다시 금리 인하 카드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여부도 주요 변수다. 시장에서는 Fed가 이르면 6월, 늦어도 연내에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이 금리를 내리고 Fed가 올릴 경우 양국은 반대의 길을 가는 것이다. Fed가 금리를 올린다고 한은이 따라서 올려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한은이 금리 인상 압력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자본유출 가능성 때문이다. 역시 관건은 소비와 투자의 회복이다. 윤창현 원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자금이탈과 연결될 수는 있지만 거꾸로 우리의 경제부양 효과가 좋아서 성장 기조가 정착되고 주가가 오르면 외국 돈이 들어올 것”이라며 “우리 상황에 맞는 정책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정식 교수는 “과거사례를 보면 Fed가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1년 정도 후에 금리를 높여왔다”며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할 경우 자본 이동·가계부채 등을 면밀히 살피고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가계부채보다 디플레이션 탈피 더 중요”
금리 인하 부작용으로는 부동산 거품, 가계부채 증가 가능성이 가장 먼저 꼽힌다. 금리가 떨어지면 대출이 늘어나 가계 빚이 더 늘 것이란 우려다. 가계부채 총액은 지난해 말 현재 1089조 원으로 사상 최대다. 가계부채는 정치권에서도 민감하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묘안을 짜내야 한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은 “가계부채 대책 없는 기준금리 인하는 화약이 가득 실린 차의 제동 장치를 제거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가계부채의 증대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우려하지만 해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신민영 부문장은 “가계부채가 심각한 만큼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반면 윤창현 원장은 “아직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가계부채보다는 디플레이션 탈피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가계부채의 대부분이 부동산 담보 대출인데 가벼운 인플레로 집값이 적당히 오르면서 거래가 잘 되면 가계부채가 문제가 안 되지만 디플레로 집값이 떨어지면 문제가 되니 디플레 탈피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식 교수는 “DTI(총부채상환비율)·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다시 조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테고 대신 건전성 규제 등 적절한 대출 통제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염태정·김경미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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