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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붓다의 말 "똥이 더러운가, 탐욕이 더러운가"

중앙일보 2015.03.14 00:04 종합 23면 지면보기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법인 지음, 불광출판사

322쪽, 1만4000원




붓다는 ‘맞춤형 힐링의 대가’였다. 불가촉천민 중 제일 낮은 취급을 받는 똥 치우는 신분의 니디에게 "몸에 묻은 똥이 더러운 게 아니라 마음의 탐욕이 더러우니” 주눅들지 말라고 격려했다. 따뜻하고 자상했지만 때로는 날카롭고 준엄했다. 향락에 빠진 젊은이와 계급이 낮은 이들을 천대하는 귀족들을 꾸짖었다. “나는 출생을 묻지 않는다. 단지 행위를 물을 뿐이다.”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교육부장을 지낸 불교계의 대표 다독가(多讀家)인 저자 법인 스님(일지암 암주)은 이런 붓다의 행적을 소개하며 우리 사회 힐링 열풍을 돌아본다. 아픈 이들에게 힐링은 필요하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삶을 힘들고 괴롭게 하는 원인을 정확하고 정밀하게 찾아내 이를 해결해야 한다. (…) 상처는 일시적으로 은폐하거나 봉합하는 것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그가 바라보는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사유의 힘을 잃은 것’이다.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다양성의 시대라지만 오히려 획일적인 생각이 사회를 휩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생각하는 법을 잃고 만성적인 우울감에 빠져 있다. 스님은 템플스테이의 전신인 ‘새벽 숲길’ 프로그램과 청년출가학교 등을 운영하면서 여러 젊은이들을 만났다. 그렇게 자신을 찾아왔던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그는 “사유·사색·성찰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가장 든든한 생존의 무기”라고 말하며 외부에서 자꾸 답을 구하려 하지 말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돌아보라고 말한다. “위로받기 전에 진단해보라. 내 삶은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가. 나는 지금 남의 삶을 눈치보며 흉내내고 있지는 않은가.” 행복하고 좋아보이는 것, 모두가 동의한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뒤집어보며, 헛된 욕망을 내려 놓고, 연민과 자애의 눈으로 세상을 정직하게 바라보라고 말한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의 말과 삶에 편견 없이 귀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계속 물어라. “이미 그대들도 알고 있다. ‘묻지 않으면 진리가 내게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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