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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백팩' 배송비 70% 할인 … 마윈, 역직구시장 삼킨다

중앙일보 2015.03.13 03:00 종합 3면 지면보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한국에서 물류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한류 덕에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한국 상품의 대(對)중국 ‘역직구’ 시장의 전 과정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알리바바의 자신감은 중국 전역에 거미줄처럼 깔린 배송 네트워크와 최대 70%까지 싼 물류 수송비에서 나온다. 한국 기업들이 넘기 힘든 경쟁력이다.


중국서 한국제품 온라인 구매 때
알리바바가 결제·배송 선점 나서
한국, 이제야 공인인증서 없애는 중
국내 기업 '마윈 생태계' 쏠림 우려



 지난해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천송이코트’ 논란 이후 1년 가까이 공인인증서 의무규정 없애기에 매달리던 사이 알리바바는 결제를 넘어 물류망까지 확보하며 중국 역직구 시장의 길목을 장악할 가능성이 커졌다.



 알리바바 그룹 내 전자결제 기업인 알리페이(支付寶)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빌딩에서 물류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알리페이는 다음달부터 알리바바 그룹의 물류기업인 차이냐오(菜鳥)와 함께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결제·물류 통합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백화점을 비롯해 대형 유통기업·소셜커머스·화장품 업체 등 중국 내 해외직구족, 일명 하이타오(海淘)족을 상대로 사업하는 200여 개 기업 담당자들이 모였다. 두 기업의 국내 업무를 대행하는 아이씨비 이한용 대표는 “‘차이냐오’는 중국어로 ‘인터넷에 미숙한 사람’이라는 뜻”이라며 “알리바바는 차이냐오들도 전자상거래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결제·물류 통합서비스가 시작되면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제품 해외직구의 전 과정은 알리바바의 우산 밑에서 해결된다. 예를 들어 항저우에 사는 중국인이 알리바바의 해외직구몰인 ‘티몰 글로벌’이나 알리페이로 결제 가능한 한국 기업 온라인몰에서 ‘이민호 백팩’을 주문·결제하면 알리페이가 업체에 정산해주고 차이냐오는 대행업체를 통해 업체의 창고에서부터 중국 세관 통관, 중국 내 배송까지 일사천리로 해결한다. 특히 알리바바는 파격적인 배송비를 내걸었다. 현재 EMS로 중국에 500g짜리 상품을 보내려면 배송비가 1만5000원 남짓이다. 알리바바 배송비는 EMS의 30% 수준인 4800원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소셜커머스 관계자는 “배송비가 워낙 저렴하고, 계정 8억 개를 가진 알리페이의 파워를 생각하면 알리바바 물류를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알리페이 관계자는 “결제와 배송은 알리바바에 맡기고, 기업에선 마케팅에만 집중해 물건을 더 많이 팔도록 돕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중국 해외직구 시장의 성장세는 무섭다. 지난해 27조원, 2018년엔 40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이 시장에서 현재 한국의 비중은 1%도 안 된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대중국 역직구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분야도 역직구다. 하지만 간편결제도, 물류도 주도권은 이미 중국 측에 넘어가고 있다.



 알리바바가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력은 더욱 세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대박’의 기회를 찾는 기업들은 알리바바가 만든 ‘게임의 룰’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물류는 알리바바·아마존·구글 등 전자상거래 패권을 노리는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다. 결제가 편리해도 배송이 느리면 소비자는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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