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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로들까지 나선 한·일 관계 물꼬 트이길

중앙일보 2015.03.13 00:13 종합 30면 지면보기
한·일 관계의 경색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다. 양국 관계가 이토록 악화된 것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이란 얘기도 들린다.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충돌할 게 뻔히 보이는데도 브레이크를 안 밟고 마주 보고 달리는 두 기관차 같다.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양국의 원로급 지도자들이 발벗고 나섰다는 소식에 귀가 번쩍 뜨이는 이유다.



 한·일 관계를 이대로 방치하면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하고 있는 양국의 원로급 지도자 10여 명이 오는 22~23일 도쿄에서 만나 특단의 대책을 강구키로 했다고 한다. 한국 쪽에서는 이홍구 전 총리를 좌장으로 대일(對日) 외교에 깊숙이 관여한 경험이 있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 이승윤 전 부총리,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일본 측에서는 모리 요시로 전 총리를 비롯해 가와무라 다케오(일·한 의원연맹 간사장) 자민당 선거대책본부장, 사사키 미키오(미쓰비시상사 상담역) 일·한 경제협회회장 등 6~7명이 참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의 참여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양국 원로들은 도쿄에서 1차 협의를 갖는 데 이어 5월 서울에서 2차 협의를 갖고 공동성명을 채택할 계획이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한·일 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현안을 어떻게 조율하고 해결할 수 있을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합의점을 도출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培晋三) 일본 총리에게 제언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 차원의 논의가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원로급 지도자들의 대화가 양국 관계의 경색을 푸는 돌파구가 될 수 있기를 우리는 간절히 기대한다. 이를 위해 차이점을 인정하면서도 같은 점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양국 간 교집합의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다. 두 나라 지도자들은 한·일 관계의 앞날을 걱정하는 원로들의 고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양국 원로들의 이번 시도마저 무위(無爲)로 끝난다면 한·일 관계는 영영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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