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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서울로 대학 보낸 지방 학부모의 하소연

중앙일보 2015.03.13 00:12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성탁 사회부문
차장
부산에 사는 50대 주부는 아들을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내고 있다. 대학 기숙사가 충분하지 않아 원룸에 사는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50만원이다. 대학 학비를 제외하고 월세와 용돈 등 생활비로만 매월 130만원을 송금한다. 그런데도 돈이 부족해 아들은 아르바이트를 한다. 상대평가라서 학점 경쟁이 치열한데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시간을 뺏기니 성적 장학금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주부는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보내면 그 가족은 ‘당장 푸어’가 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고 서울로 대학 간 학생들의 미래가 밝은 것도 아니다. 웬만한 가정에선 자녀의 서울살이 생활비밖에 감당할 수 없어 대학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로 해결한다. 사회에 첫발을 딛기 전부터 빚을 지는 것이다. 다행히 수도권에서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월급 받아 원룸비·교통비 등 생활비에 학자금 대출까지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집 장만은 고사하고 수천만원씩 뛰는 전세자금 마련도 먼 나라 얘기이니 부모의 지원 없인 결혼이 쉽지 않다. 지방의 부모와 서울의 자녀 모두 빈곤의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상존한다.



 고구마 줄기처럼 연결된 ‘지방의 비애’ 뒤엔 ‘인(in) 서울’ 대학 쏠림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성적이 우수한 지방 학생들 중엔 비용이 적게 드는 지방 거점 국립대를 택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대기업의 생산시설이 있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 지방에서 일자리가 사라졌다. 수도권에 밀집한 기업이 서울지역 대학 출신을 선호하자 인 서울 쟁탈전은 전국으로 확대됐다. 이른바 ‘SKY(서울·고려·연세대)’부터 시작되는 대학 서열이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 회자되는 현상도 덩달아 심해지고 있다.



 자녀의 서울 유학비로 등골이 휘는 부모의 고통을 덜어 주려면 지방대의 경쟁력부터 높여야 한다. 비슷한 학과를 백화점식으로 운영하는 구조를 지방 거점 국립대에서부터 바꿔 특성화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지방 국립대를 통합하거나 네트워크로 연결해 서울 유수 사립대 못지않은 인재 배출 통로로 만드는 등 파격적인 방안도 검토할 때가 됐다. 한시적으로라도 지방대 출신의 취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도 공론에 부쳐 보면 좋겠다. 4년제 기준으로 지난해 지방대 취업률이 처음으로 수도권 대학을 앞섰지만 취업의 질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방대 기피현상은 베이비붐세대의 은퇴나 낮은 출산율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서울로 대학 간 자녀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지방 거주 40~50대는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다. 상경한 자녀들 역시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가 부담이지만 더 이상 부모에게 손을 벌릴 수 없으니 결혼을 늦게 하고 아이를 적게 낳는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을 살리는 일은 행정수도를 옮기거나 공기업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대학교육 개혁과 대졸자 취업 문제를 함께 고려하는 정책에서부터 당국의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



김성탁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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