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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세제 개편, 증세보다 세출 조정이 먼저

중앙일보 2015.03.13 00:02 경제 8면 지면보기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 교수·한국세무학회장
최근 연말정산을 놓고 세상이 떠들썩했다. 정부의 약속과 달리 세금이 대폭 뛰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13월의 환급액을 갖고 납세자가 흥분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교육비·의료비 등의 필요 경비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했다. 소득재분배를 위한 것이 목적이라고 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이번 연말정산에서 세제 개편이 얼마나 어그러져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다자녀·교육비 지출 같은 필요경비성 소득공제 항목들이 많은 근로자일수록 세금이 더 늘어났고, 고소득층의 세금 증가율은 오히려 낮았다. 결국 정부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게 되면 고소득자일수록 불리하게 되고,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의 저소득 근로자는 세금이 늘지 않는다고 발표를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우리나라의 소득세법은 1949년에 제정됐다. 그때부터 학자금과 가족부양비는 소득공제 항목이었다. 그런데 65년이 흐른 지금 갑자기 소득재분배를 한다면서 이를 세액공제로 전환했다. 재정학에서 저소득층에는 소득공제보다 세액공제가 유리하다고 돼 있지만 이는 세금계산 구조상 그렇다는 뜻이다. 가족이 많으면 교육비·의료비 등의 필요경비는 늘게 마련이다. 그러나 결국 자녀 등 가족이 많은 소득자일수록 종전보다 세금이 증가하게 됐다.



 근로소득세를 통해 소득재분배를 하려면 교육비·의료비 등의 필요경비를 초과해서 벌이들인 금액에 적용되는 초과누진세율(6% 혹은 38% 등)을 지금보다 몇 % 포인트 가량 높이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세율을 올리지 않으려니 교육비 같은 필요경비성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법을 통해 이들 비용의 지출이 많은 근로자만 세금이 늘어나게 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번 연말정산의 파동을 겪으면서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경기가 좋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최근 연말정산으로 개인소득세의 증세가 어렵게 되니 기업의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등 기업을 힘들에 하는 여러 논의가 있는 것 같다. 이는 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우려된다고 할 것이다. 우리의 경쟁국인 대만이나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의 법인세율보다 낮으며 국제적으로는 법인세율을 내리는 추세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조세정책은 경기가 좋지 못하면 기업 등에게 비과세 및 감면 등을 확대해 투자를 유도했다. 국제경쟁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각종의 특례를 부여했다. 그러나 지금은 경기가 좋지 못한데도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기업경영에 부담을 주는 세제를 새로 도입하는 등 기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경기가 좋지 못할 때 기업을 어렵게 하게 하면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에 좋지 못한 영향을 주게 되고, 이는 고용과 복지 등에도 악영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증세보다는 세출구조를 조정하고, 복지지출 등은 순차적으로 늘려나가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보편적 복지 중에서 불요불급한 것은 조정하거나 지연시행하는 등 지출부문의 조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들을 모두 거친 후에 마지막으로 증세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 교수·한국세무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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