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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tech NEW trend] 멈춤 없이 … 맞춤 쇼핑시대

중앙일보 2015.03.13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구매 물 흐르듯 … '옴니채널' 전쟁
온라인·오프라인·스마트폰·PC …
들락날락해도 쉽게 살 환경 조성
온라인 검색 → 모바일 구매 → 수령
기업들 고객 맞춤형 마케팅 개발











봄에 입을 원피스를 사려는 백송이(36·서울 목동)씨. 집 근처 백화점을 둘러보고 맘에 드는 옷도 찍어뒀다. 그는 먼저 PC로 온라인 쇼핑몰 몇 곳을 검색해 같은 원피스를 가장 싸게 파는 곳을 알아냈다. 결제를 하려니 ‘모바일 결제시 추가 5% 할인’이란 팝업 창이 떴다. 옷이 18만원이니 5%면 무려 9000원이다. 백씨는 당장 스마트폰을 꺼내 추가 할인까지 받고 결제를 마쳤다. 당장 다음 주부터 새 옷을 입을 요량으로 주말에 백화점 픽업데스크에서 옷을 찾을 예정이다. 백화점에 가는 김에 새로 입점한 일본의 인기 디저트도 맛 보려고 한다. 이런 백씨는 어떤 소비자에 해당하나. 온라인 쇼핑족, 모바일 쇼핑족? 아니면 매장 방문 소비자인가. 쇼핑객의 성향이 분석돼야 그에 맞는 마케팅이 이뤄지기 때문에 유통업계는 이를 중요시해왔다.



 하지만 이완신 롯데백화점 마케팅본부장은 “이젠 그런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이젠 언제 어디서든 쇼핑이 가능한 ‘옴니채널(Omni-Channel)’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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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카트에 물건 넣을 때 앱으로 결제



 옴니란 접두사는 ‘모든 것’‘전체’‘전부’란 뜻이다. 말 그대로 오프라인·온라인·모바일·TV홈쇼핑·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콜센터가 모두 하나로 연결돼 손님이 어떤 상황에서라도 물 흐르듯이 편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생태계가 바로 옴니채널이다.



 이렇게 해야만 ‘돈벌이’가 되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각종 유통경로를 넘나들며 소비하고 있다. 게다가 불황으로 씀씀이를 줄이는 추세다. 물샐 틈 없는 쇼핑환경을 조성해 소비자가 지갑을 조금이라도 쉽게 열 수 있게 유도하는 게 기업의 생존노력이자 신성장 전략인 셈이다.



 옴니채널이 기업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



 지난달 24일 서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IBM 솔루션커넥트 2015’ 컨퍼런스. 이 자리에서 한국IBM의 이용호 커머스 사업부장은 “웹이나 매장만을 고집하는 소비자에 비해 옴니채널을 활용하는 소비자들은 연간 50%를 더 소비하고, 매장에 방문할 때도 30달러 이상을 더 쓰며, 고객으로 남는 기간도 4.5배 이상 길다”고 소개했다. 커넥팅랩 박종일 대표도 구글 조사를 인용해 “매장을 방문하기 전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미리 찾아보는 비중이 90%, 매장 안에서 스마트폰을 쇼핑에 활용하는 비중도 84%나 된다”며 “결국 온·오프라인을 잘 조합해 고객들을 붙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케아, 홈피에 가상 가구 배치 서비스



 가장 먼저 옴니채널을 도입한 건 글로벌 유통기업들이다. 미국의 메이시스 백화점은 최근 옴니채널 최고책임자(COO)까지 선임했다.



 메이시스는 ‘샵킥(Shopkick)’이란 스마트폰 앱과 제휴해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면 비콘을 통해 근처 매장의 할인·상품·행사 정보를 제공한다. 또 모든 신발 상품에 칩을 부착해 직원들이 모바일 기기로 실시간 재고를 확인하고 즉시 상품을 조달하고 있다. 샵킥은 최근 SK텔레콤이 ‘카트없는 쇼핑’서비스라며 선 보인 ‘스마트 쇼퍼’의 핵심 플랫폼이기도 하다. 월마트는 고객에게 ‘셀프쇼핑’이란 경험을 선사한 케이스다. 고객이 매장을 돌아다니며 쇼핑 카트에 물건을 넣을 때 스마트폰에 깔린 ‘월마트 앱’을 사용해 바코드나 OR코드를 스캔한 뒤 스스로 결제하는 식이다. 월마트 측은 “월마트 앱을 사용해 쇼핑하는 고객이 그렇지 않은 고객보다 2배 이상 매장을 더 방문하고, 40% 이상 더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 1호점이 들어선 이케아 역시 고객이 온라인에서 자기 방 사이즈와 생김새에 맞게 가구를 가상으로 배치해 볼 있는 ‘디자인 유어 홈’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런 데이터는 맞춤형 마케팅을 하거나 연계·교차 제품을 판매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고객은 매장에 가기 전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원하는 이케아 상품 재고가 있는 지 확인하고 재고가 있는 근처 매장에서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에서 상품을 주문하고 편의점이나 주차장, 지하철 등에 설치된 ‘아마존 라커(사물함)’에서 상품을 무료로 수령해 가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온라인으로 사고 직접 물건을 찾아가는 픽업 서비스가 옴니채널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구글은 라커업체인 ‘버퍼박스(BufferBox)’를 인수하기도 했다.



 명품 업체들도 ‘우리 제품을 사려면 매장으로 찾아오세요’ 라는 고자세를 버리고 있다. 일례로 영국의 버버리는 “매장과 온라인 사이트를 100% 일치시키겠다”고 선언했다. 매장의 모든 직원들은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며 고객 맞춤형 대응을 한다. 고객이 물건을 고르면 물체 감지기술(RFID)로 의상과 액세서리를 스캔해 바로 매장 스크린에 띄워 색다른 경험도 제공한다. 버버리는 최근 신세계 통합 온라인 몰(SSG.COM)에도 공식 온라인 매장을 오픈했다.





롯데, 온라인 구매 상품 오프라인 픽업



 한국에선 롯데그룹이 옴니채널 구축에 열심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계열사 사장들을 모아놓고 “옴니채널을 성공시킨다면 아마존 같은 글로벌 유통기업에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백화점은 현재 명동 본점에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을 오프매장에서 찾는 ‘픽업데스크’와 고객의 위치에 따라 행사정보나 할인쿠폰 등 쇼핑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 비콘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이를 전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수적인 금융업계에도 옴니채널 바람이 한창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전자문서서비스(EFS)’를 내놨다. 태블릿PC로 영업점 방문 목적을 접수하고 기다리는 동안 각종 서류를 전자문서로 작성해 일처리 속도를 높였다. 또 영업점 밖에서도 간편하게 금융상품을 가입하고 신청할 수 있게 했다.





MCM, 잡지 속 번호 폰 입력 땐 정보 제공



 국내 패션 브랜드인 MCM의 ‘M5’ 서비스도 눈에 띈다. 소비자는 잡지나 광고를 보다가 상품 옆에 표시된 5자리 숫자를 스마트폰에 입력하면 관련 정보를 한번에 볼 수 있다. 구매한 상품은 매장에서 직접 가져가거나 퀵 서비스로 당일(서울과 경기일부)받아볼 수 있다.



 옴니채널이 대세인 건 분명하지만 성공을 보장하는 마술같은 건 아니다. 실제 IBM이 전세계 3만 명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일상 생활 전반에서 본인이 자주 쓰는 기술을 편하게 사용하는 일이었다. 쇼핑은 그 일부일 뿐이다. IBM의 질 플러리 부사장은 옴니채널이 성공하기 위한 다섯가지 요소로 ▶모든 쇼핑 채널의 가격이 일관될 것 ▶재고가 없는 상품은 집으로 직접 배송해 줄 것 ▶주문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할 것 ▶모든 쇼핑 채널에서 일관된 상품을 갖출 것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을 매장에서 반품할 수 있게할 것 등을 제안했다.



 액센츄어코리아 디지털그룹의 이지영 전무는 옴니채널 중에서도 ‘O2O(Online to Offline)’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온라인으로 고객을 유치해 오프라인으로 오게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씨가 길을 갈 때 스마트폰으로 A취향에 맞는 근처매장 정보를 알려서 매장을 들르게 하는 식이다.



 이 전무는 “디지털융합은 준비한 기업들에겐 좋은 성장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기업조직을 옴니채널 전략에 적합하게 재정비하고 과감하게 실행하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옴니채널=인터넷·모바일·오프라인 등 소비자를 둘러싼 모든 쇼핑 채널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쇼핑환경을 일컫는다. 고객 입장에선 특정 유통채널을 이용하더라도 마치 하나의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설계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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