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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m 최고층, 52도 기운 호텔 … 시공은 한국이 최고

중앙일보 2015.03.11 01:35 종합 4면 지면보기
2013년 6월 쌍용건설에 국제전화가 걸려 왔다. 말레이시아에서 최첨단 호텔을 짓고 있었던 인도네시아 회사였다. 당시까진 도면상으로만 존재했을 뿐 한 번도 지어 본 적이 없는 건물이었다. 인도네시아 회사로선 실제 설계대로 시공이 가능한지 검토가 절실했다. 쌍용건설은 그해 8월부터 연말까지 검토작업을 거쳐 설계도에 맞는 시공법을 고안해 냈다. 그러자 인도네시아 회사는 법정관리 중이었던 쌍용건설에 8100만 달러짜리 공사를 선뜻 맡겼다.


해외건설 50년, 신성장 50년 <중> 첨단기술로 일군 세계 6위
건설사마다 있는 고성장 비결
삼성, 초고층 기술 압도적 1위
한화, 이라크서 세계 최대 신도시
GS, 플랜트 특화해 실적 최다
SK·대림은 현장관리 능력 탁월

쌍용건설 이상엽 이사는 “쌍용건설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어려운 건축물을 잘 짓기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쌍용건설은 싱가포르에서도 52도나 기울어진 호텔을 지어 화제가 됐다. 세계 유명 건설사들이 불가능하다고 포기했던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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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과 집중’. 해외 건설시장 진출 50년 만에 국내 건설회사의 시공 기술력이 세계 최고가 된 비결이다. 국내외에서 닦은 경험을 토대로 저마다의 특기를 집중 개발했다. 한국 건설사들이 ▶세계 최초 ▶세계 최대 ▶세계 최고 타이틀을 하나 이상씩 갖게 된 것도 이 덕분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를 지은 삼성물산은 말레이시아·대만에서 초고층 빌딩을 지으며 기술을 축적했다. 그 덕분에 세계 처음으로 지상 601m, 158층까지 콘크리트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종전에 일본·대만 업체가 갖고 있던 최고 기록(지상 450m)을 단숨에 150m나 뛰어넘었다.



 현대건설·SK건설은 국내에서 사장·현수교를 시공해 본 경험을 살려 터키에서 세계 최초로 사장·현수교 복합교량을 건설하고 있다. 국내 신도시 건설 경험이 많은 한화건설은 이라크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신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GS건설은 석유·화학 플랜트 분야 중에서도 아로마틱스(벤젠 및 파라자일렌 생산 공장) 부문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지금까지 5개국에서 10건의 아로마틱스 플랜트 공사를 했다. 단일 업체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실적이다. 대우건설은 말레이시아 초고층 상위 5개 건물 중 4개를 지었다. 최근엔 한강·양재천 등 하천정비사업 경험을 토대로 알제리 등지에 하천정비사업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인 특유의 성실함이 바탕이 된 현장 관리 능력도 국내 건설회사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건설현장은 특성상 각종 자재·공구·장비와 수천 명의 근로자가 함께 움직인다. 효율적으로 관리·지휘해야 안전사고를 막고 납기일을 맞추거나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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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건설은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 가스 플랜트 현장에서 무재해 8000만 인시(人時)를 돌파했다. 근로자 1000명이 매일 10시간씩 21년11개월 동안 사고 없이 공사를 해야 달성할 수 있는 대기록이다.



 대림산업이 2011년 필리핀에서 동남아 최대 규모의 플랜트 건설공사(페트론 정유공장)를 수주할 수 있었던 것도 현장 관리 능력 덕분이었다. 자체 개발한 ‘플랜트 자재 관리 시스템(Daelim Material Control System)’ 덕에 공사기간을 프랑스·일본 경쟁 업체들보다 6개월 이상 단축해 입찰할 수 있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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