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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앞질러 최고점 … 96년 3월 6일 새벽 교민과 만세 불렀다"

중앙일보 2015.03.11 01:34 종합 4면 지면보기
해외 건설시장에서 국내 건설업체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분야 중 하나가 초고층(높이 200m) 건축이다. 아랍에미리트·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 등 이미 여러 나라의 스카이라인을 바꿔 놓았다. 그러나 최근의 활약에 비해 한국의 초고층 건설 수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지은 페트로나스 트윈타워(452m·1998년)가 효시다. 이 건물 신축의 총괄책임을 맡았던 삼성물산 김경준(61·사진) 부사장은 “초고층은 한 나라의 경제력과 기술력을 보여 주는 상징물”이라며 “수출이 늦은 건 그만큼 기술집약형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 50년, 신성장 50년 <중> 첨단기술로 일군 세계 6위
'초고층 신화' 김경준 삼성 부사장

 한국의 첫 초고층 수출품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똑같은 초고층 건물 2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한 동은 삼성물산·극동건설이, 다른 한 동은 일본 하자마건설이 지었다. 당시 세계 최고층 건물이었던 만큼 세계의 관심이 높았다. “92년 착공했지만 경험 부족과 기술력의 한계는 분명했죠. 사업 초기부터 일본과 공정 차이가 났습니다. 일본의 기술과 경험을 어깨너머로 배우면서 밤낮없이 손발이 부르트도록 일했습니다.”



 그 덕에 한국 회사가 일본을 앞질러 최고점에 도달했다. “96년 3월 6일 새벽 어스름 무렵이었는데 교민들과 함께 올라가 만세를 불렀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전했다. 이 일은 당시 한국 건설이 값싼 노동력뿐 아니라 기술력까지 갖췄다는 것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 한국 건설의 위상이 높아진 건 물론이다. 이후 초고층은 물론 플랜트 등 국내 건설업체의 기술집약형 상품 수출이 본격화됐다.



 “본사 초고층팀장으로 있던 2004년 아랍에미리트 부르즈 칼리파를 수주했는데, 당시 세계 유수의 업체 7개 그룹과 경쟁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공사기간과 공법 등 기술면에서 우리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초고층 건설 수출 10여 년 만에 시공 기술력이 최고 수준에 올라선 겁니다.” 김 부사장은 “기술과 경험이 풍부해 당분간 우리 업체가 세계 초고층 시장을 주름잡을 것”이라며 “그간의 초고층 건설 경험을 살린다면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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