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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철옹성 갇히면 안 돼 … 남한의 인내·상호존중 따라야"

중앙일보 2015.03.11 01:13 종합 14면 지면보기
레쉐트니코프 RISS 소장(왼쪽)이 박진 전 국회 외통위원장과 대담하고 있다. [모스크바=박진 전 위원장]


“북한은 철옹성에 들어앉아 있어서는 안 되며 (변화하지 않으면) 언젠가 그 요새가 허물어질 것이다.”

[러시아의 생각을 읽다] 레쉐트니코프 RISS 소장
폴란드 MD는 러시아 겨냥한 것
미·러 긴장관계 1~2년 지속 전망



 러시아 정부와 의회에 외교·안보정책을 자문하는 러시아전략문제연구소(RISS)의 레오니드 레쉐트니코프(68) 소장은 지난달 26일 모스크바에서 가진 박진 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석좌교수)과의 대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평화 통일을 위한 인내와 상호 존중의 길을 잘 걷고 있는 만큼 평양도 상호 존중과 인내의 길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걸 이해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레쉐트니코프 소장은 “한반도 평화 통일은 쉬운 길이 아니지만 다른 길은 없다”며 “무력 통일은 아시아에서 안보 문제를 유발하고 남북한 주민에게 비극을 가져다주는 만큼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한 분단은 순리에 어긋나며 한 민족은 한 국가에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옛 소련과 러시아 대외정보부에서 33년간 정보 분석 업무를 하다 2009년 육군 중장으로 예편한 국방·안보 전문가다.



 -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우려된다.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 관계는 앞으로 1~2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이 러시아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걸 이해할 때 관계 개선이 시작될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공통의 역사적 배경을 가진 지역(우크라이나 등)에서 이기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의 앞마당인 캐나다·멕시코에서 이런 정책을 펼친다면 미국이 가만있겠는가.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다른 민족으로 구분하는데, 이는 남북한을 다른 민족, 다른 국가로 구분하는 것과 같다.”



 - 냉전 종식 이후 세계 질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나.



 “미국은 2000년대 들어 다시 러시아를 겨냥한 적대적인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2007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뮌헨 발언(“미국이 모든 면에서 경계를 넘어서면서 유럽에 새로운 분할선을 만들고 있다”) 이후 미국이 새로운 냉전을 본격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정책 선전을 펼치는 한편, 러시아와 러시아의 동맹·우호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시리아·리비아·이란·이라크 등에서 일어난 사태가 이를 뒷받침한다. 러시아는 단일 강대국이 아닌, 다양한 국가들이 공존하는 균형적 관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미국이 추진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의 한국 배치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미국의 사드 미사일은 극동에 배치된 러시아 미사일, 그리고 중국 미사일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은 미사일방어(MD) 체제를 확대할 때마다 특정 국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폴란드에 배치된 MD는 러시아가 아닌 다른 나라를 겨냥한 것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대전 종전 70주년 기념식에 남북한 지도자를 모두 초청했다.



 “2차대전에서 2700만 명이 숨진 러시아의 각 가정은 할아버지든 조상이든 참전 가족이 있기 때문에 2차 대전은 러시아인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한다면 러시아에는 엄청난 선물이 될 것이다. 아울러 한국이 러시아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한다는 좋은 표시가 될 것이다.”



 -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유럽은 중국이 러시아에 위협적이라고 평가하지만 러시아는 중국의 위협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는 두 나라의 관심사가 일치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푸틴 대통령과 중국 지도부의 노력에 힘입어 1000㎞에 달하는 국경에 주둔하는 양국 수비대 병력은 최저 수준이다.”



 - 아시아 태평양을 중시하는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성과는.



 “러시아는 동방으로의 정책 선회 없이는 발전이 어렵기 때문에 신동방정책은 필수적이다. 현재 최우선 과제는 아시아와의 협력을 유럽과의 협력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균형 있는 대외정책의 추구가 가능해진다. 중요한 것은 유럽이냐 아시아냐의 양자 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두 방향 모두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 유가 하락과 서방 제재가 러시아에 미친 영향은.



 “유가 하락과 서방 제재가 러시아에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을 주고 있고 국방 분야에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러시아는 국가 비축 재정이 있어 어떤 어려움도 버텨낼 것이라 확신한다. 어려움을 타계할 수 있는 대응책 중 하나가 경제·국방 분야의 협력이다. 자국 이익 중심의 미국과 달리 러시아는 열린 자세로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추구해왔다. 러시아는 한국과 중국·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과 경제·국방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담=박진 전 국회 외통위원장

정리=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RISS=러시아 정부가 설립한 안보·외교정책 싱크탱크. 대통령실과 의회 등에 대외정책 분석을 제공하고 전 세계와 지역 차원의 정치·경제·사회 흐름을 예측하는 보고서를 낸다. 러시아와 관련된 전략적 위험을 평가하고 테러리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이 연구소의 주요 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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