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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별 볼 일 있는 날] 맵고 시린 삶을 녹였네 … 홍합짬뽕 같은‘차줌마’ 차승원

중앙일보 2015.03.11 01:04 종합 16면 지면보기
아무리 나영석 연출이라지만 기왕 선보인 농촌 편과 뭐가 다를 수 있을까 싶었다. 출연자 교체로 이미 촬영한 분량을 덜어내며 출발한 1회는 아슬아슬했다. 물론 그 결과는 이미 우리가 아는 바다. 지난 6일 방송 시청률은 13.9%(닐슨코리아·유료가구 기준). 동시간대 지상파를 앞섰다. 화제성은 그를 훨씬 웃돈다.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나영석 예능’이란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킨 tvN ‘삼시세끼’ 얘기다. 오지 어촌의 세 남자가 유사 가족을 이루며 자급자족 삼시세끼를 차려 먹는 내용이다. 별 얘깃거리 없는 막막한 상황에 인물을 던져놓고, 심지어 동물에서까지 캐릭터와 스토리를 끌어내는 특유의 연출력이 한껏 발휘됐다. 그 인기의 중심에 ‘차줌마’ 차승원(45)이 있다. 열악한 재료로도 한상 뚝딱 차려내는 요리 실력으로, 요즘 가장 핫한 인물이 됐다.

차승원이 계란말이·김치·제육볶음·꽃빵을 만들고 있다(왼쪽부터). 맨 오른쪽은 차승원이 담근 김치들. [사진 tvN]▷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음식이 대중문화 트렌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삼시세끼’는 단순히 ‘먹방’ 아닌 ‘쿡방(요리 방송)’을 보여준다. 맛있게 먹는 모습뿐 아니라 음식을 차려내는 과정에 방점이 찍혔다. 콘셉트 자체가 먹고 자는 게 전부인 프로다. 삶이라는 게 결국은 식구들과 잘 차려진 한 끼를 함께하는 것임을 되새기게 하면서 ‘슬로 라이프’ 트렌드와 맞물렸다. 차승원은 여기서 웬만한 주부 뺨치는, 아니 프로급 요리 실력을 선보인다. 홍합짬뽕, 제육볶음, 장어구이에서 막걸리·어묵·식빵·피자 등 못하는 음식이 없다. 차줌마표 레시피도 화제다.

 그가 선보인 음식들은, 전문 셰프의 고급스런 요리라기보다는 생활형 음식, 집밥이다. 어려운 시절 중국집 주방보조 등 안 해본 일이 없고,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직접 끼니를 해결했다는 ‘과거’와 ‘삶’이 녹아있는 음식솜씨다. 단순히 요리 잘하는 남자를 넘어서 억척스런 살림꾼 이미지도 선보였다. 전문 셰프들의 ‘쿡방’에서는 느낄 수 없는 땀흘린 가사노동의 수고로움이 느껴졌다. “밥 짓고 반찬 만드는 행위가 차승원을 경유하면서 얼마나 찬란한 능력인지 감탄하며 보게 됐다. 아줌마의 가치에 대한 재발견의 반가움이 ‘차줌마’라는 애칭에 담겨있다”(손병우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평도 나왔다. “단지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 부엌살림을 즐기며 잘하는 남성상”(손병우)이다. 이는 음식을 할 줄 몰라 쩔쩔 매는 데서 웃음의 포인트를 찾은 ‘삼시세끼-농촌’ 편의 주인공 이서진과 대비됐다. 유학파 귀공자 이서진과 데뷔 초부터 어려운 가정사를 공개한 차승원의 서민적 이미지의 대조다.

 워낙 예능에 최적화된 배우지만 차승원은 특히 몸 쓰는 예능에 재능을 보여왔다. 가령 ‘무한도전’의 전신인 ‘무모한 도전’ 시절 연탄 옮겨쌓기처럼 단순하고 정직한 노동형 예능에 강했다. 지난 연말 ‘무한도전-극한 알바’ 편에서는 박명수와 고공 곤돌라를 타고 63빌딩 외벽닦기라는 아찔한 미션을 해내기도 했다. “노동하는 직업인으로서 연예인상을 제시한 ‘무한도전’”(김동식 인하대 국문과 교수)의 세계에 잘 맞는 배우다.

 배우 차승원의 연기 궤적은 폭넓다. 출발은 코미디였다. 특히 2000년대 초 충무로 코믹 영화 전성기는 그 없이 불가능했을 정도다. 김상진(‘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장항준(‘라이터를 켜라’), 장규성(‘선생 김봉두’) 등 코미디 감독들이 전부 그와 호흡을 맞췄다. 유난히 큰 키와 코믹한 이미지로 사극에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깬 스릴러 ‘혈의 누’(김대승 감독), 장진 감독과의 첫 만남 ‘박수칠 때 떠나라’ 등 사극과 미스터리, 정극으로 폭을 넓혔다. TV에서는 2011년 홍자매의 로맨틱 코미디 ‘최고의 사랑’(MBC)이 최고의 히트작이다. 한물간 아이돌 가수(공효진)와 사랑에 빠지는 까칠한 톱스타 독고진 역이었다. “결혼한 지 그리 오래고, 큰 아이를 둔 가장으로 그 나이에 로맨틱 코미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한국 남자. 이것만으로도 벽을 깼다”(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평을 받았다.

 알려진대로 차승원은 유부남이자 아이 아빠인 상태로 데뷔했다. 가족의 반대를 물리친 4살 연상녀와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오랜 무명 생활 등 고생담도 남김없이 공개했다. 어쩌면 모델 출신에 스타일리시한 외모의 소유자인 그가 로맨스 히어로 대신, 예능이나 코미디로 갈 수밖에 없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 아버지로서의 면모도 인상적이다. 2013년 큰아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훌륭하지 못한 아버지로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엉뚱한 소송으로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는 “마음으로 낳은 내 아들”이라고 밝혔다. 혈연을 뛰어넘는 진정한 부성애, 가족애의 아이콘으로 더욱 주목받았다.

 양성희 문화부 부장대우 shy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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