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식으로 돈 벌어 모교에 4억5000만원 기부한 대학생

중앙일보 2015.03.11 00:50 종합 21면 지면보기
베이지색 셔츠를 입은 앳되 보이는 청년이 지난 2일 경북대 홍보실로 들어왔다. 군 복무까지 마치고 12년째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다. 그는 자신이 알려지는 걸 무척 부담스러워했다.


경북대 4학년 박철상씨
월~목 수업, 주말 홍콩 투자사 근무
대구 고교 2곳에도 1억원 지원 약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박철상(30·사진)씨. 그는 최근 경북대에 매년 9000만원씩 5년간 4억5000만원 장학기금을 조성했다. 그리고 올해 분 9000만원을 전했다.



 장학금은 더 있다. 2013년 경북대 정외과에 1억원을 기탁했다. 또 대구 서부고와 경북여고에도 연간 1억400만원을 약속했다. 그는 장학기금을 소개한 뒤 “최소 20년은 지속해야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부는 더 있다. 행보는 상상을 초월한다.



 박씨는 4학년이지만 홍콩에 본사를 둔 투자사의 일원이다. 그는 중학교 때 모의투자대회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박씨의 재능을 눈여겨 본 증권사 사장이 그를 홍콩 투자사의 인턴으로 추천했다. 그는 1년 만에 직원이 됐다. 여기서 거시경제와 기업을 분석했다.



 연봉도 만만찮다. 6년째다. 그러는 한편 국내 주식에도 직접 투자한다. 수능 뒤 과외로 번 종잣돈 200만원 등 총 1000여만원을 투자한 게 10여 년 만에 수백억원(추정)으로 불어났다. 비결을 물었다.



 “주식 투자한 10년 동안 한 번도 손실이 나지 않았습니다. 예측이 맞은 거죠. 서브프라임 사태 등 금융위기가 닥칠 때는 수익이 오히려 커졌고…. 수익을 복리로 처리했더니 눈덩이처럼 불어납디다.”



 그는 책벌레다. 1년에 책을 100권 이상 읽는다. “책 덕분에 시야가 넓어지고 통찰력이 생겼습니다. 투자의 바탕이 되고 있죠.”



 그는 자산을 운용하면서 기부의 소중함에 눈을 떴다. 큰 돈을 벌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자산운용가를 보면서 공허함을 느껴서다. “제 도움 받은 이가 형편이 나아지면 위안을 얻게 돼요. 치유 효과입니다. 그러면 투자도 성과가 더 크게 나요.”



 그는 기부를 생각하며 먼저 부모의 의견을 들었다. 허락했다. 박씨는 수익의 15%를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쓰기로 결심했다. 그 결심을 앞당긴 게 세월호 사고였다. 그는 지난해 진도와 안산을 찾아 살신성인한 사람들 얘기를 현장에서 듣고 많은 걸 느꼈다.



 그는 이번 학기에 6학점을 신청했다. 벌써 수년째 월화수목은 수업을 듣고 남는 시간에 보고서를 읽은 뒤 회사에 의견을 보낸다. 그리고 금요일엔 홍콩행 비행기를 탄다.



 “이제 이 생활도 정리하려 합니다. 장학기금 20년치 등 필요한 돈은 마련했으니까요. 이젠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생각입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입학을 준비 중이에요.”



 그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경북대 이정우 교수를 자주 찾는다. 세상 이치와 장학기금 운영 방법 등을 묻기 위해서다. 그는 비싼 옷도 입지 않는다. 대학 동료들에게 혹시라도 상대적 박탈감을 주지 않을까 염려해서다.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