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머프·땡땡의 나라 벨기에 … 만화박물관 하나로 36억원 벌어요

중앙일보 2015.03.11 00:20 종합 23면 지면보기
지난해만 30만명의 유료 관람객을 유치한 빌럼 드 그라이브 벨기에 만화 박물관장. [사진 한국국제교류재단]


벨기에 만화를 대표하는 캐릭터인 소년 기자 땡땡(왼쪽)과 개구쟁이 스머프. [중앙포토]
초콜릿과 맥주로 유명한 벨기에가 자랑하는 또 다른 명물은 ‘만화’다.

방한한 빌럼 드 그라이브 관장
전문작가 800명 넘는 '만화강국'
공용어 3개 … 소통에도 큰 도움



 국토는 경상도보다 작지만 전문 만화 작가만 800명이 넘는 벨기에에선 매년 5000종 이상의 만화책이 새로 나온다. 땡땡(Tin Tin)의 모험·스머프·아스테릭스·럭키 루크(Lucky Luke)등이 벨기에산(産) 대표 만화다. 1930년대 나온 땡땡의 모험은 전 세계에 2억 부가 넘게 팔리며 인기를 누렸다.



 벨기에 만화의 성공담이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한국국제교류재단(KF)초청으로 방한한 빌럼 드 그라이브(Willem De Graeve·40) 벨기에 만화 박물관장은 지난 3일 인터뷰에서 “만화가에 대한 국민적인 사랑, 소통에 대한 관심이 만화 강국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드 그라이브 관장은 15년째 자신의 첫 직장인 벨기에 만화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다.



 벨기에인들의 만화 사랑에 불을 붙인 ‘땡땡의 모험’ 을 그린 만화가 에르제(Herg<00E9>)는 당시 22살이었다. 드 그라이브 관장은 “벨기에인들은 22살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젊은 만화가의 성공에 크게 고무됐다”며 이 때부터 만화 창작 붐이 일었다고 말했다. 그는 “벨기에의 모든 가정마다 만화책이 있다”며 “벨기에인들은 소설·사전을 꽂듯 만화책을 서가에 정성스럽게 꽂아둔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가 만화만 볼까봐 걱정하는 부모도 많지만 벨기에에선 만화가 공부에 지장을 준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만화를 자주 접하면 문학·영화 등 다른 분야에 관심이 높아지고 이해력과 소통능력이 늘어난다고 보는 시각이다.



 여러 나라에 점령당했던 역사가 오히려 만화 발전에 한 몫했다는 설명도 있다. 벨기에는 작은 나라(국토 면적 3만㎢)임에도 공용어가 3개다(독일어·프랑스어·네덜란드어). 더구나 벨기에는 스페인·오스트리아·프랑스·네덜란드의 점령을 당한 역사가 있다. 그는 “점령시기마다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그래서 벨기에인들은 ‘문자(텍스트)’보다 효율적인 ‘이미지’ 소통을 고민했고 그 결과 만화가 발달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한국의 부천 만화 센터를 방문했던 그는 “박물관·센터 설립도 중요하지만 도시 자체가 ‘만화 도시’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벨기에 브뤼셀은 유럽 만화의 수도를 표방하며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다. 올해 25주년을 맞이한 벨기에 만화 박물관(1층 무료·2층 유료)은 지난해에만 30만 명의 유료관람객이 찾았다. 박물관 하나가 300만 유로(약 36억 원)를 번 셈이다. 그는 “벨기에 만화 박물관 방문객의 83%는 외국인”이라 설명했다. 상상력의 힘으로 탄생하는 만화는 ‘굴뚝 없는 산업’이자 수출 효자 상품이기도 하다. 벨기에 만화의 75%는 해외로 수출된다. 프랑스 내 인기 만화 10개 중 4개는 벨기에 작가가 그렸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스머프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스머프들이 와인따개의 명칭을 놓고 싸운다. 파파 스머프가 “와인따개 이름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고 해도 남쪽 스머프와 북쪽 스머프로 갈라져 국경선을 긋고 대립한다. 그런데 공공의 적(敵)인 가가멜이 공격해오자 서로 힘을 합칠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공통된 적(敵)이 생기면 협동한다는 에피소드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들려주니 남북한 상황이 떠오른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