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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10개월 장관 아니냐"에 답도 못해서야

중앙일보 2015.03.11 00:04 종합 29면 지면보기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현일훈
정치국제부문 기자
“대졸 신입사원 면접에서도 ‘다들 평생직장으로 알고 뼈를 묻겠다’고 말한다. 한 나라의 장관을 하겠다는 분들이 국민들에게 ‘끝까지 하겠다’는 답변 하나를 못하나.”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장관 후보자들이 애매한 답변을 했다는 본지 기사(3월 10일자 6면)를 읽고 한 독자가 기자에게 보내온 e메일의 한 대목이다. “장관직에 올인하겠다는 간절함이 없다. 장관 그만두고 총선에 나가는 것을 왜 대통령에게 물어보라고 하느냐”는 비판도 담겨 있었다.



 지난 9일 새누리당 현역 의원인 유기준 해양수산부·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상대로 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이들의 내년 총선(20대) 출마 여부가 논란거리였다. 내년 4월 총선에 나가려면 늦어도 내년 1월 중순에는 자진사퇴해야 한다. ‘10개월짜리 시한부 장관’이 현실이 될지, 어쩔지 궁금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두 후보자 모두 확답을 피했다.



 유기준 후보자는 “정치 일정에 대해선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 “장관직을 언제까지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유일호 후보자는 “열심히 하겠다”는 동문서답을 했다. ‘위장전입’‘다운계약서 작성’ 등 단골 소재에 대해선 바로 시인하면서 고개를 숙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여야는 9~10일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는 의미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장만 주면 정식 장관이다. 시한부 장관 논란을 키워놓고 받는 임명장이 가벼울지 궁금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10일 두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두 후보자의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답변이 적절치 않았다”며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두 후보자가 ‘총선 스펙용’ ‘징검다리용’으로 장관직을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들었다. 박 대통령은 올해가 경제 살리기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집권 3년차의 화두는 책임이 돼야 한다. 책임장관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 상황인 만큼 장관직을 커리어 관리용으로 삼기엔 상황이 너무 중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 4년을 더 하는 것보다 장관직 수행이 더 중요한 한 해”라며 “청문회를 본 부처 공무원들이 임기가 10개월일지 모를 장관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비록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더라도 국민을 위해 하던 일을 다 마치겠다”는 답이 공복(公僕)의 자세가 아닐까.



글=현일훈 정치국제부문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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