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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 사용설명서] ‘쎄씨봉’ 노래와 EXID ‘위아래’만큼 다른 사랑

중앙일보 2015.03.11 00:01 강남통신 19면 지면보기
‘떠나가도 좋소/ 나를 잊어도 좋소/ 내 마음 언제나 하나뿐/ 더욱 더 더 사랑 못한 지난날들 후회하오’(‘백일몽’ 중에서)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불가에 마주 앉아/ 밤새 속삭이네’ (‘조개껍질 묶어’ 중에서) 1960~70년대 음악감상실을 배경으로 한 영화 ‘쎄씨봉’에 나온 노래들의 가사입니다.



‘그만 좀 건드려/ 애매하게 건드려 넌/ 위 아래 위 위 아래/ 자꾸 위 아래로 흔들리는 나’(EXID의 ‘위아래’ 중에서) ‘피가 쏠려/뜨거워진 온도/ 다가와서 뽀뽀해/내 목과 다리/부드럽게 접촉해’ (버벌진트의 ‘My Type’ 중에서) 요즘 음원 챠트 상위에 있는 노래의 가사들입니다. 영화 쎄씨봉에 나왔던 노래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모두 사랑에 대한 노래인데도 과거와 현재의 사랑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사랑의 기본적인 속성은 변하진 않았겠죠. 하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달라진 것 같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의 사랑의 경우 더 그렇습니다.



이번 주 커버는 10대들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처음 기획할 땐 가볍고 재미있는 화이트데이 풍속도를 전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취재를 진행할수록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 나와서 많이 당황했습니다. 김소엽 기자가 50여 명의 초·중·고등학생들을 심층 취재한 결과 이성교제는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었습니다. 성적인 접촉을 하는 아이들도 꽤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취재 나온 기자에게 얼마나 솔직하게 털어놨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실은 어쩌면 기사보다 훨씬 더할 거라고 짐작할 뿐입니다.



많은 부모들은 여전히 성에 대해 말하기를 꺼립니다. 말을 하는 게 ‘이성교제를 해도 된다’는 의미가 될까, 이성교제를 많이들 한다고 하면 착한 내 아이도 덩달아 휩쓸리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하지만 이미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스마트폰과 PC를 통해 인터넷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이 남녀 합반인 교실에서 종일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런 현실을 두려워하고 외면합니다. 그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더 많이 갈등하고 필요 이상의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젠 청소년의 이성교제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아이들에게 올바른 이성관과 연애법에 대해 알려줘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당신의 역사’에서는 최근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돌보고 있는 인요한 연세의료원 국제진료소장을 만났습니다. 박형수 기자가 인 교수를 만난 건 3주일 전이었습니다. 인 소장은 걸쭉한 전라토 사투리를 쓰는 자칭 ‘순천 토박이’입니다. 3년 전 한국으로 귀화한 그는 “쓸쓸한 건 난 그저 평생 한국말 잘하는 미국인으로 비쳐질 거란 사실이에요.나는 한국놈이고, 한국 사람 없으면 못 사는데 … ”라고 했습니다. 리퍼트 대사 옆에 파란 눈의 한국인 인 소장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리퍼트 대사의 빠른 쾌유를 빌며, 인 소장에게도 응원을 보냅니다.





박혜민 메트로G팀장 acirf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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