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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음식] 넌 누구냐 … 옛날엔 구웠는데 이건 튀김이구나

중앙일보 2015.03.11 00:01 강남통신 6면 지면보기
영화 ‘올드보이’ 속 오대수는 15년 동안 골방에 감금된 채 군만두만 먹는다. 사진 속 군만두는 리츠칼튼 서울 취홍의 조경식 셰프가 영화 속 군만두를 재연한 것이다. 군만두는 본래 찐만두의 앞뒷면을 골고루 굽지만 영화 속에선 기름에 넣고 튀겨낸 튀김 만두가 나왔다. 동네 중국집들이 한 번에 많은 양을 만들기 위해 기름에 넣고 만두를 튀겨 내면서 대중에겐 ‘튀김 만두=군만두’로 인식돼 있다.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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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드보이’와 군만두





“여기 서비스로 군만두 주세요.” 중국집에서 요리 주문하면서 당당하게 외치는 말이죠. 만두를 빚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왠지 중국집에서 군만두는 돈 내고 먹기 아깝습니다. 그런데 영화 ‘올드보이’에서 군만두는 당당히 주연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15년째 감금된 대수가 먹던 유일한 음식이자 자신을 가둔 상대를 찾게 해주는 단서죠. 실제 군만두는 만두를 빚어 찌고 이를 다시 팬에 구워내야 하는 정성을 필요로 하는 음식입니다. 주인공이 될 자격이 충분하죠. 다음에 중국집에 가면 군만두 한 그릇 주문해서 크게 한입 베어 물어보세요. 따뜻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마음까지 따뜻해질 겁니다.





#1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잠깐만. 아저씨, 나 여기서 내보내 달라고 안 할 테니까. 나 여기에, 왜, 무엇 때문에 들어왔는지 그것만 얘기해줘요. (남성은 작은 구멍으로 군만두를 집어넣고 문을 닫는다.) 나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데 그것만 좀 알려줘!”

 얼큰하게 취한 오대수(최민식)는 공중전화 부스에서 딸과 통화하다 친구에게 수화기를 건넨다. 대수의 딸과 통화를 마친 친구는 다시 대수에게 전화기를 건네려 고개를 돌리지만 이미 대수는 사라졌다. 두 달 후, 대수는 골방에 갇혀 있다.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는 문에 달린 작은 구멍뿐. 낯선 남성이 작은 구멍으로 군만두를 넣어주자 대수는 자신이 갇힌 이유라도 알려달라고 애원한다.





#2 “김치찌개·장어구이 뭐든지 좋다. 군만두만 아니라면.”

 이유도 모른 채 감금된 지 15년 동안 대수가 먹은 건 군만두뿐이다. 그사이 TV 뉴스를 통해 자신의 아내가 살해됐고 자신이 용의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수는 자신을 가둔 상대를 향한 복수를 꿈꾸며 몸을 단련시키고 젓가락으로 벽을 파며 탈출을 꾀한다. 드디어 작은 구멍을 내는데 성공한 그는 구멍 사이로 손을 뻗는다. 하늘에서 내리던 빗방울이 그의 손으로 떨어진다. 빗방울을 느끼며 바깥에 나가면 지긋지긋한 군만두만 아니라면 어떤 음식이든 좋겠다고 생각한다.



#3 ‘10군데건, 100군데건, 상관없다. 15년 먹은 맛을 잊을 수는 없으니까.(중략) 왜 이렇게 먼 집에서 시켜 먹는 걸까. 오다가 본 중국집만 5개다. 허파가 폭발할 것만 같다.’

 세상 밖으로 나온 대수는 자신을 가둔 상대를 찾기 위해 중국집을 찾아다닌다. 단서는 그릇에 적혀있던 ‘靑龍(청룡)’이라는 글자. 가게 이름에 청룡이 들어가는 중국 음식점(이하 중국집)을 하나씩 찾아다니던 대수는 드디어 자신이 찾아 헤맨 중국집 ‘자청룡’을 발견한다. 그리고 배달 가는 종업원을 쫓아 뛰어간 그는 드디어 자신이 갇혀 있던 건물에 다다른다.





한 번 쪄낸 후 약한 불에 바삭하게 구워낸 옛날 군만두

'군만두=덤' 되면서 대량으로 기름에 튀긴 만두로 변화

영화 속 중국집은 화교가 운영하는 부산역 앞 '장성향'



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 오대수는 이유도 모른 채 작은 방에 갇혀 15년을 보낸다. 그에게 허락된 음식은 작은 구멍 사이로 밀어 넣어주는 군만두뿐이다. TV를 볼 때도, 事必歸正(사필귀정)이라고 적힌 노트에 자신의 잘못을 적어 내려갈 때도 그의 옆에는 군만두가 놓여 있다. 같은 음식을 하루 세 끼만 내리 먹어도 쳐다보기 싫은 게 사람의 마음인데, 15년을 기름진 군만두만 먹다보니 탈출하면 군만두만 아니라면 뭐든 좋다는 대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영화 속에서 군만두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갇힐 때처럼 이유도 모른 채 풀려난 대수는 자신을 가둔 상대를 찾아나선다. 이때 단서가 되는 게 바로 군만두다. 군만두 그릇에 적혀 있던 청룡이라는 이름을 떠올린 대수는 같은 이름의 중국집을 하나씩 찾아다닌다. 15년 동안 지겹게 먹은 군만두를 다시 먹는 일은 가게 밖으로 뛰쳐나와 구토가 나올 만큼 괴롭다. 그렇게 중국집을 헤맨 대수는 드디어 자신이 먹던 군만두를 파는 중국집을 찾아낸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을 가둔 이우진(유지태)과 마주한다.



 2003년 개봉한 영화 ‘올드보이’는 ‘복수는 나의것’ ‘친절한 금자씨’와 더불어 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개봉 당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호평이 쏟아졌고 2004년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10년이 지난 2013년 미국 할리우드의 스파이크리 감독이 리메이크했다. 올드보이 속에서 군만두에 대한 인상이 강했던 만큼 미국판 ‘올드보이’의 개봉 소식이 알려졌을 때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건 군만두가 어떻게 표현됐나였다. 미국판 ‘올드보이’에서 군만두는 변함 없이 등장했다. 또한 한국판 ‘올드보이’에서 군만두와 함께 강한 인상을 줬던 산낙지는 문어로 바뀌었다.



잘 빚은 만두를 쪄낸 게 찐만두, 이를 기름 두른 팬에 앞뒤로 구워낸 게 군만두다. 찐만두를 기름에 넣고 튀겨낸 것이 흔히 중국집 군만두라 부르는 튀김 만두다.
 사실 영화 속에선 비중 있는 요리였지만 국내에서 군만두는 덤으로 얻어먹는 음식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그래서일까. 손님은 요리를 주문할 때 당연하듯 서비스로 요구하고 주인도 으레 준다. 리츠칼튼 서울 중식당 취홍의 조경식 셰프는 “일반 중식당에서 군만두를 서비스로 주는 건 식당 간 과도한 경쟁이 불러온 것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군만두는 제대로 만들면 정성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음식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군만두는 정확히 말하면 튀김 만두다. 군만두는 본래 만두를 빚어 쪄낸 후 이를 다시 기름을 두른 팬에 앞뒤로 구워낸 것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동네마다 중국집에 생겨나면서 한 번에 손쉽게 많이 만들기 위해 다량으로 기름에 넣어 튀겨내는 튀김 만두의 형태로 바뀐 것이다. 바쁜 중국집 주방에서 만두를 하나씩 정성 들여 굽는 건 보통 일이 아닌 데다 타이밍을 못 맞추면 타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조 셰프는 “호텔에서는 군만두를 약한 불에서 앞뒤로 지져내 겉은 기름에 닿아 구워진 면은 바삭하고 닿지 않은 옆면과 속은 부드러운 두가지 식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둘의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맛은 확실히 다르다. 그릇에 담는 방법도 다르다. 튀김 만두는 손으로 빚은 무늬가 있는 면을 위로 가게 그릇에 담지만 군만두는 잘 구워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평평한 면이 위로 향하게 그릇에 담는다.



영화 속 오대수가 감금 당시 먹었던 군만두를 찾기 위해 이름에 ‘청룡’이 들어간 중국집을 찾아다니며 시킨 군만두들.
 한국의 군만두는 중국의 군만두에서 유래했다. 조 셰프는 “만두의 유래를 두고 다양한 설이 있는데 군만두는 청나라 시대에 한국으로 온 것으로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군만두는 앞뒤로 굽는 조리법이 똑같은데 날씨가 추운 사천·산둥지역에서 즐겨 먹는다. 반면 해산물을 비롯해 식재료가 다양한 광둥 지역은 찐만두를 선호한다. 다만 중국에서 만두를 시키고자 할 때 만두 대신 젠교자(煎子)를 주문해야 한다. 중국의 만두(만터우)는 만두소 없이 빵만 나오기 때문이다. 모양은 비슷하지만 크기는 한국의 것보다 작다.



 군만두가 서비스 음식으로 전락한 후 많은 중국집에선 업체에서 받은 군만두를 튀겨낸다. 조 셰프는 “동네 중국집 군만두 맛이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건 직접 빚는 대신 납품 받은 군만두를 사용하는 게 경제적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군만두 맛집으로 꼽히는 중국집은 대부분 화교들이 운영한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자청룡으로 나온 중국집도 화교가 운영한다. 다만 서울이 아닌 부산에 있다. 중국음식점이 즐비한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의 장성향(부산시 동구 초량동)이다. 영화 개봉 후에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일본 등 해외 관광객들이 올드보이 만두를 찾아 일부러 오기도 한다. 서울에서도 화교들이 모여 사는 연남동에 하하·송가·이품분식·향미 같은 군만두 맛집들이 모여있다. 이들 중국집 군만두는 당면·두부 등을 넣는 한국식 만두와 달리 고기 육수를 넣어 먹을 때 육즙이 입안에 퍼지고 고기 특유의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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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군만두 맛집



서울에서 유명한 군만두 맛집 3곳을 소개합니다. 레스토랑 가이드북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 그랜드인터컨티넨탈 배한철 총주방장, 더플라자 허성구 총주방장, 리츠칼튼 서울 중식당 ‘취홍’ 조경식 셰프의 추천을 받아 중복되는 3곳을 추렸습니다.





쟈니덤플링

“반달 모양의 군만두, 반은 굽고 반은 쪄서 바삭하면서 촉촉하다.”




● 특징: 이태원에 있는 수제만두 전문점이다. 작은 가게에 들어서면 붉은색 간판이 만두 전문점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긴다. 아래 반은 굽고 위의 반은 쪄서 군만두의 바삭함과 찐만두의 촉촉한 식감, 만두소와 육즙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군만두가 인기다. 찾는 사람이 많아 20개 단위로 냉동만두를 포장 판매한다.

● 가격: 군만두(반달) 7000원(10개)

● 영업 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9시30분(명절 휴무)

● 전화번호: 02-790-8830

● 주소: 용산구 보광로9길5(이태원동 130-3)

● 주차: 불가



하하

“중국집 많은 연남동에서 손꼽히는 군만두. 물만두·통만두도 맛있다.”




● 특징: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집이 많은 연남동에서도 손에 꼽히는 중국집.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국집 같은 분위기지만 사람들의 줄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인기다. 군만두는 얇고 쫄깃한 만두피를 잘 구워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감칠맛이 난다. 군만두를 비롯해 물만두·통만두·왕만두 등 만두 종류가 다양하다.

● 가격: 군만두 6000원(10개)

● 영업 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30분(2·4주 화요일 휴무)

● 전화번호: 02-337-0211

● 주소: 마포구 동교로 263(연남동 229-12)

● 주차: 불가



이품분식

“감칠맛 나는 만두소가 일품이다. 채소의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다.”




● 특징: 허름한 외관과 손글씨로 적어 붙인 메뉴판·가격표 등이 동네분식점 같은 분위기를 낸다. 그러나 맛으로는 연남동 중국집을 대표할 만큼 유명하다. 맛집 관련 프로그램에 잇따라 소개되며 더욱 유명해졌다. 도톰한 만두피에 만두소를 넣고 튀겨낸 군만두를 비롯해 파는 다른 음식들의 가격도 저렴해 부담 없이 들르기 좋다.

● 가격: 군만두 5000원(10개)

● 영업 시간: 오전 10시~자정

● 전화번호: 02-333-3130

● 주소: 마포구 성미산로 184(연남동 228-11)

● 주차: 불가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독자 사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부녀 만두’




2년 전 딸 유송(8)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였습니다. TV를 보던 남편과 딸이 함께 동네 마트에 가서 만두 재료를 사왔습니다. 채소를 싫어해서 만두도 잘 안 먹던 딸이었는데 둘이 TV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만들어보자고 한 거죠.



 재료는 간단합니다. 당면·부추·간장·소금 약간만 있으면 됩니다. 만두피는 마트에서 파는 걸 썼습니다. 당면을 뜨거운 물에 불려 데치고 다른 재료를 다져 잘 섞어 만두피에 넣은 후 모양내 빚기만 하면 돼요. 오래 익힐 필요 없이 만두피만 노릇하게 구워내면 끝이죠. 아빠와 요리하며 즐거워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뿌듯하더라고요. 평소 채소를 싫어하는 데다 아토피가 있어 가리는 음식이 많던 딸이었지만 아빠랑 처음으로 만들어 본 만두는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대학 입학하고 첫 미팅 때 남편을 만났습니다. 그때 그 모습이 각인되어 있어서인지 신랑이 철없고 어리게만 느껴졌어요. 아이 낳고 육아에 지칠 때마다 무심한 남편에게 원망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자랄수록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부부도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딸에게도 아빠의 군만두, 좋은 기억이 되겠죠.



이희영(38·용인시 상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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