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명수 칼럼] 아파트, 매입가보다 올랐다면 팔아라

중앙일보 2015.03.10 17:46
서명수 객원기자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올 들어 아파트의 호가가 뛰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일부 지방에선 과열을 걱정할 정도다. 한동안 찬밥신세였던 대형 아파트에도 매기가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에 따라 집을 가진 사람들의 고민이 커졌다. 과거엔 집값이 떨어져 걱정이었다면 지금은 팔아야 할지 아니면 더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셈법이 복잡하다.



얼마 전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 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서울 서초구에 사는 송모(55)씨 이야기다. 그는 10년 전 은행 빚까지 동원해 7억원을 주고 아파트를 한 채 샀다. 이 아파트는 부동산 호황기 때 14억원으로 올랐다. 내 집 마련은 물론 재테크도 성공했다며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 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10억원으로 떨어졌다. 노후 준비를 위해 집을 팔려고 내놨지만 문의조차 없었다. 최근 부동산 회복세를 타고 호가가 조금씩 오르더니 11억5000만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이 사람에게 집을 팔면 4억5000만원을 버는 걸까, 아니면 2억5000만원의 손해를 보는 걸까.





'손실회피심리' 작용하면 처분 어려워

간단히 생각하면 아주 쉬운 문제다. 아파트 처분에 따른 손익만 따져 보면 된다. 집을 팔면 전체 자산이 늘고 원하는 노후 준비에도 나설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팔면 된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 송씨의 계산법을 감안하면 꼭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14억원이란 추억의 가격이 들어 있다. 11억5000만원에 팔면 2억5000만원을 밑지는 것 같다. 결국 송씨는 아파트 가격이 좀 더 오를 때까지 관망하기로 하고 매물을 거둬들였다. 만약 집을 구입한 가격인 7억원이 그의 머릿속에 있다면 4억5000만원을 남기고 11억5000만원에 팔아 발등의 불인 빚 상환과 노후 준비에 들어갔을 것이다.



아파트나 주식을 거래할 때 누구나 손실을 피하려고 한다. 이른바 ‘손실회피 심리’다. 이익에는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지만 손실은 참기 어려운 게 인지상정이다. 손실의 고통이 이익이 주는 기쁨의 강도에 비해 2~2.5배 강하다는 실증연구도 있다. 그래서 손실과 가급적 마주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경우에 따라선 비상식적인 일도 저지른다. 송씨처럼 아파트 가격이 14억원까지 오른 것을 본 이상 11억5000만원이란 가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현 시세로 거래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언제 또 다시 매입자가 나타날지도 모르는데도 그렇게 행동한다. 그러는 사이 기회비용만 늘어 결국은 손해를 보게 된다.



집이 팔리지 않는 한 돈은 집에 묶여 있다. 돈은 굴려야 자가증식을 하면서 재산을 불릴 수 있는데 이런 기회를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만약 11억5000만원에 팔아 규모가 작은 아파트로 옮기고 나머지 돈을 금융상품에 투자한다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5억원을 연 3%짜리 채권 펀드에 넣어두어도 세전 1500만원의 이자수입이 기대된다. 하지만 대개 손실회피 심리 때문에 이런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최악의 경우 11억5000만원보다도 더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데도 말이다.



사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회복세인 것은 맞지만 오래갈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이다. 정부의 인위적 거래 활성화 정책과 계절적 요인으로 집값이 밀어올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기초체력은 부실해 보인다. 국내외 경제 전반의 불투명성은 걷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1000조원이 넘는 가계대출은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다. 시간의 문제일 뿐 앞으로 금리상승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금리가 떨어질 만큼 떨어져 바닥권에 이른 만큼 앞으로는 오를 일만 남은 것이다. 그게 언제일지 모르지만 금리상승은 가계 빚이란 뇌관을 건드릴 것이고 부동산 시장엔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게 분명하다.





형편에 맞게 부동산 자산 구조조정 나서야

이런 경제적 변수 말고 인구구조학적으로도 부동산은 예전의 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재산이 부동산에 몰려 있는 베이비부머들은 노후를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가격이 오르면 처분에 나서겠다는 움직임이다. 이들의 매물을 이후 세대가 받아줘야 하는데, 집이 ‘소유’에서 ‘거주’ 개념으로 바뀌면서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많이 떨어져 과연 그렇게 할 지 미지수다. 이렇게 볼 때 집을 가진 사람들은 요즘의 거래량 증가와 가격상승을 매각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본전에 집착하기보단 본인의 재무상태를 정상화하는 계기로 삼는 게 좋다는 이야기다. 손실회피 심리로 매매결정이 힘들다면? 거래를 해 전체 자산이 늘어난다면 눈을 질끈 감고 결단에 옮기도록 하자. 원하는 가격과 실제 시세에만 주목하다간 죽도 밥도 안 된다.



그렇다고 내 집 없이 전세나 월세로만 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불요불급하게 큰 집을 깔고 앉아 있는 게 문제이지 살림 형편에 맞도록 규모를 줄이는 구조조정은 꼭 필요하다. 특히 노후엔 주거의 안정성은 필수적이다. 계약 만료 때마다 임대료 걱정, 이사걱정을 해야 한다면 스트레스 받는 일일 것이다. 더구나 집은 연금재원으로도 써먹을 수 있다.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내 집에 살게 하면서 생활비도 해결해주는 똑똑한 노후 도우미다.



서명수 객원기자
공유하기
서명수 서명수 더,오래 팀 필진

'더, 오래'에서 인생 2막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반퇴세대입니다. 데스킹과 에디팅을 하면서 지면을 통해 재무상담을 하는 '재산리모델링' 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행복하고 알찬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