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영란, "언론자유 침해않도록 특단 조치해야…위헌은 아니다"

중앙일보 2015.03.10 13:14



김영란 전 대법관이 말하는 ‘김영란법’
"앞으로 부패방지법으로 불리길 바란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에 대해 “2012년 8월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입법예고한 ‘원안’에서 일부 후퇴했다”며 “아쉽게 생각한다‘고 10일 밝혔다. 법안 통과 일주일 만인 이날 법안 최초 제안자로서, 김영란이 말하는 ‘김영란법’에 대한 첫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초 원안은 크게 부정청탁 금지, 금품 등 수수금지, 공직자이해충돌방지 3가지 분야로 구성돼 있었다”며 “그런데 앞의 두 가지는 통과됐지만 공직자이해충돌방지 부분은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원안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넣은 것은, 예컨대 장관이 자기 자녀를 특채 고용하거나 공공기관장이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특혜공사발주를 하는 등 사익 추구를 금지시키는 등 이해충돌이 있을 경우 사전에 방지하자는 것이었다”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반쪽 법안’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회에서 이해충돌방지규정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하니 최우선적으로 추진돼 이미 통과한 법안과 함께 시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의 위헌 가능성 논란에 대해서도 일부 공감했다. 김 전 위원장은 “100만원 이하 금품수수시 직무관련성을 따져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부분은, 현행 형법상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고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뇌물죄를 통해 처벌할 수 있는데도 김영란법에 의해 과태료만 부과하겠다는 것이어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의 핵심사항인 부정청탁의 개념이 축소된 부분에 대해선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원안에서 부정청탁을‘특정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에게 법령을 위반하게 하거나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게 하는 등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청탁 또는 알선 행위’로 광범위하게 규정했는데, 통과된 법에서는 이를 삭제하고 15개 유형을 열거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일각의 검ㆍ경 수사권 남용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웬만해선 부정청탁에 걸리기 힘들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영란법이 공직자에 국한한 원안과 달리 적용대상을 공직자 외에 언론사, 사립학교 등으로 확대한 데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공직사회 반부패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접근을 하기 위해 대상을 공직자로 한정했고, 가장 먼저 공직분야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었다”며 “우선 공직분야의 변화를 추진한 다음 그 다음 단계로 민간 분야에 확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부분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우리 헌법상의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사착수를 일정한 소명이 있는 경우에 한다든지 수사착수시 언론사에 사전통보 한다든지 하는 등의 장치를 예로 들었다.



김 전 위원장은 금품 등 수수 관련 예외조항이 애매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사회상규상 위반되지 않는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수많은 판례가 형성돼 있다”며 “공짜 돈 봉투는 없다는 원칙을 세워나가면 법집행에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이 법으로 인해 경제 발목을 잡을 것이란 시각에 대해서도 “큰 그림을 보지 않은 것”이라며 “부패를 없애는 것은 동시에 경제적으로 더 큰 성장을 가져온다”고 일축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법안은 처음 제안됐을 때부터 엄청난 저항에 부딪쳤다”며 “지금도 저항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렇게 국회 심의과정을 거쳐 통과된 것만해도 기적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김영란법이 ‘반쪽 법안’이더라도 시행도 전에 개정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시행하면서 부패문화를 바꿔보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강화된 조치를 추가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앞으로 ‘김영란법’이 ‘부패방지법’으로 불리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제 이름으로 불리니까 법의 내용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앞으로 이 법의 취지가 드러날 수 있게 기꺼이 제 이름이 안 써지는 쪽으로, ‘부패방지법’으로 써주길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웃으며 기자간담회를 마무리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사진 뉴시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