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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한·일 가치관 공통점 많다" … 일본 외무성 우회 비판

중앙일보 2015.03.10 01:17 종합 7면 지면보기
이틀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9일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6월 독일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에 앞서 의장국 차원에서 영국·미국·프랑스 등 7개국을 차례로 방문해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도쿄 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메시지는 우회적이었지만 분명했다. 정중했지만 묵직했다.

7년 만의 방일 … 균형 있게 언급 노력
"지금의 독일 만든 건 국제사회 신뢰
과거 직시하는 자세 있었기에 가능"



 일본을 방문 중인 그는 9일 강연 시작 5분도 채 안 돼 “올해는 종전 70년이 되는 해로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며 1월 31일 서거한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전 독일 대통령 이야기를 꺼냈다. 바이츠제커는 독일 통일 당시 서독의 대통령이자 통일독일의 초대 대통령(1984~94년 재임). 8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40주년 기념식에서 “그 누구든 과거에 대해 눈감는 사람은 현재를 볼 수도 없다”고 연설했던 인물이다.



 메르켈 총리는 “바이츠제커 전 대통령은 유럽의 종전일인 45년 5월 8일을 ‘해방의 날’로 불렀다”며 “이는 나치의 ‘만행’으로부터의 해방이며 독일이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의 ‘공포’로부터의 해방, 또한 문명의 ‘파괴’로부터의 해방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패전국인 일본이 ‘패전일’을 ‘종전 기념일’로 표현하고 ‘침략 전쟁’ ‘식민지 지배’란 표현을 오는 8월의 ‘아베 담화’에서 삭제하려는 움직임을 비꼬는 듯한 철저한 자기반성의 표현이었다.





 메르켈은 또 “우리 독일인은 이런 고통을 유럽, 나아가 세계로 번지게 했음에도 (국제사회가) 화해의 손길을 뻗어준 사실을 잊지 않는다”며 “이런 신뢰를 준 것은 독일에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40년 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서 대립이 붕괴에 이르게 된 것도 그 바탕은 (국제사회의) 신뢰였다”고 했다. 한마디로 ‘반성’에 따른 국제사회의 신뢰가 오늘날의 독일을 있게 했다는 이야기였다. 그의 소신 발언은 이날 저녁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보다 분명히 나왔다. 메르켈 총리는 일본의 역사 인식을 묻는 질문에 “과거를 총괄(정리)하는 것이 화해의 전제가 되는 법”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베 총리의 면전에서 전쟁 가해국(일본)이 역사를 직시해야만 피해국 간의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을 못 박은 것이다. “뭔가 이야기해 주려고 온 것은 아니지만 독일이 그동안 해왔던 경과를 짧은 시간이지만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에게) 이야기해 줬다”고도 했다. 다만 메르켈은 7년 만의 일본 방문임을 의식한 듯 그 밖의 질의응답에선 일본 한쪽만 일방적으로 비판하진 않고 ‘상호 노력’의 필요성도 균형 있게 강조했다.



 오전 강연회에선 한국·중국·일본의 동북아 갈등과 관련한 질문에 “일본에 조언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를 거론했다. “불구대천(不<5036>戴天·철천지)의 원수였던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가 화해에서 우정으로 발전한 것은 양국 국민이 (서로) 다가가려고 하는 데서 시작됐다. 이는 당시만 해도 당연한 일이 아니었으며 이웃 나라(프랑스)의 관용과 독일의 과거에 대한 (직시하는) 자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동북아에서) 중요한 것은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려 는 시도다.” 다만 “한국과 일본은 가치관도 기술적인 부분도 공통점이 많다”며 최근 일 외무성이 홈페이지에서 한국에 대해 “(한국과 일본은)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삭제한 것을 질책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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