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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York Times] 네타냐후 총리의 ‘처칠 증후군’

중앙일보 2015.03.10 00:13 종합 29면 지면보기
조너선 프리드랜드
가디언 칼럼리스트
6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워싱턴 정가에선 오바마가 백악관 오벌오피스에 있던 윈스턴 처칠 흉상을 치워버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전임자 조지 W 부시는 처칠의 흉상을 자신의 바로 곁에 두고 싶어 했지만 케냐 후손으로 제국주의 권력자에게 분노를 느낀 오바마는 흉상을 영국 대사관에 돌려보냈다는 것이었다. 이런 소문은 찰스 크라우트해머 등 보수 논객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됐다. 결국 오바마의 공보비서관은 처칠 흉상이 백악관에 건재하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오바마와 제임스 카메론 영국 총리가 함께 처칠 흉상을 들여다보는 사진을 게재해야 했다. 실제로 처칠의 청동 흉상은 백악관에서 가장 좋은 장소로 옮겨졌다.



 크라우트해머 같은 보수 논객들에겐 오바마가 처칠 흉상을 버렸다는 소문은 엄청난 호재였을 것이다. 그들이 오바마에 대해 믿어 온 이데올로기를 입증하는 얘기로 들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시가 처칠의 후계자인 반면, 오바마는 처칠에게 패한 열등한 세력(흑인)의 후손이다. 또 근성과 의지가 부족해 독재자에게 언제든 무릎을 꿇으려 하는 약해빠진 지도자다.



 지난주 미 의회는 자신을 처칠과 같은 반열에 올리려는 남자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맞아들였다. 네타냐후는 연설에서 처칠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오바마를 언급할 때에는 고맙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십 번 기립박수를 받은 연설에서 그가 전하려던 논리는 명확했다. “유대민족과 문명사회를 멸망시키려는 악의 정권이 세상을 위협하고 있다. 본인은 그런 위험에 굳건히 맞섰다. 그런데 나약하고 순진한 오바마는 이란과 협상하려 한다. 이는 불가피한 대립을 지연시킬 뿐이다. 핵 협상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한다. 오바마가 네빌 체임벌린이 되기를 고집하겠다면 본인은 처칠 역을 맡을 수밖에 없다….”



 네타냐후가 이런 원리주의 강경파가 된 배경에 대해선 논문을 쓸 수 있을 만큼 연구가 많이 돼 있다. 3년 전 102세의 나이로 별세한 아버지 벤지온은 ‘수정 시오니즘’의 창시자인 블라디미르 자보틴스키의 비서였다. 수정 시오니즘은 서안 지구와 가자는 물론 지금의 요르단 영토까지 이스라엘 땅이라며 이를 전부 되찾아 유대인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형 요나탄은 1976년 엔테베 구출작전 당시 이스라엘 국민이 대다수였던 인질 100명을 구출하려다 목숨을 잃은 이스라엘 사령관이다.



 하지만 네타냐후에게 가장 확실한 스승은 처칠이다. 네타냐후는 20여 년째 처칠의 경고를 재연해 왔다. 국회의원 시절이던 1992년부터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기까지는 3~5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해 온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늘 풍전등화의 처지다. 하지만 쓰나미가 몰려드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지혜로운 자신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의 국방과 정보를 책임진 고위 관리들조차 네타냐후의 주장이 틀렸다고 여긴다. 정보기관 모사드의 최고책임자였던 메이어 다간은 네타냐후에 대해 “멍청하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네타냐후의 경고를 무시할수록 그는 점점 처칠을 닮아갈 뿐이다. 처칠 증후군을 앓는 사람에게는 “무시당할수록 내가 옳다”는 신념이 함께한다. 1930년대 처칠이 독일의 위협을 경고했을 때 그 또한 사람들에게 무시당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이란과 핵 협상을 하면 어쨌든 핵무기 개발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 네타냐후는 오바마를 체임벌린이나 정당한 전쟁을 회피하다가 결국 끌려들어 온 루스벨트로 치부한다. 네타냐후가 미 의회에서 열변을 토한 연설의 핵심은 이것이다. 그는 이 연설을 통해 오는 17일로 다가온 이스라엘 총선에서 효과적으로 써먹을 이미지를 확보했다. 세계 무대에서 용감하게 나라를 지키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공화당과 폭스TV 등 오바마의 반대파들도 이 연설의 동영상을 잘 보관했다가 오바마가 이란과 외교적 돌파구를 찾는 순간 내보낼 것이다. 네타냐후는 복잡한 사안을 현수막의 구호처럼 단순화시키는 데 일가견이 있다.



 오바마는 이란과의 핵 협상을 자신의 업적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공화당은 이를 막기 위해 네타냐후의 미 의회 연설을 무기로 쓸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와 전 세계 유대인에게 네타냐후의 연설은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을 초당적으로 지원해 온 미국 의회의 전통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설에 민주당 의원 50여 명이 불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유대인들이 불안감을 느낄 만하다. 그래도 네타냐후는 개의치 않는다. 고립될수록 자신이 옳다는 확신만 강해지는 것 같다.



 백악관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네타냐후를 초대해 논쟁을 일으켰던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은 헤어질 때 네타냐후에게 선물을 줬다. 그를 빼면 미 의회에서 세 차례 연설한 유일한 외국 지도자인 처칠의 흉상이었다. 네타냐후의 그릇된 환상만 부추겨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 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3월 4일 게재

\조너선 프리드랜드 가디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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