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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사법원, 방산비리 군 간부 봐주는 이유가 뭔가

중앙일보 2015.03.10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북한군의 AK소총에 뚫리는 불량 방탄복 납품비리에 연루된 박모 중령이 지난달 17일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됐다. 구속된 지 겨우 11일 만으로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이미 풀려난 상태였다. 통영함·소해함 납품비리로 구속된 방위사업청 소속 황모 해군 대령과 최모 중령도 구속된 지 얼마 안 돼 보석으로 석방됐다.



 방위산업 비리로 구속됐던 현역 군인 5명 중 4명이 군사법원의 허가를 받아 풀려났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피고인들이 범죄사실에 대해 모두 자백했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군사법원에서 허가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군사법원이 비리 군인들을 풀어준 것은 ‘제 식구 감싸기’ 행위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첫째, 이들을 풀어줄 경우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의 수사는 현재 종결된 상태가 아니다. 수사는 군 최고위층과 정·관계 인사를 겨냥해 정점을 치닫고 있다. 관련자에 대한 자금 추적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리에 연루된 현역 군인들을 풀어주면 ‘입 맞추기’를 하거나 관련 자료를 없앨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구속됐다 풀려난 한 영관급 장교는 구속수사 때와 진술을 바꿔 합수단 수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둘째, 민간인 피의자와 비교할 때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방산비리 합수단 출범 이후 예비역 군인과 업체 관계자 등 구속된 민간인은 모두 17명이다. 이들 중 민간 법원에서 구속적부심이나 보석으로 풀려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민간 법원도 이들의 범행이 매우 중대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뇌물을 받은 군인이 돈을 준 업체 관계자보다 훨씬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게 정상이다.



 셋째, 형식 요건만 갖고 풀어주기엔 사안이 너무 중대하다. 이들의 혐의는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업체에서 돈 받은 정도를 뛰어넘는 악질적인 부패행위다. 후배·동료들의 생명과 국가 안보를 지킬 무기 구입을 주도하면서 저질·불량제품을 사들였다. 일부는 품질기준에 미달하자 시험평가서까지 조작했다. 이들의 부패로 우리 군은 총알이 뚫리는 방탄복을 입어야 했고 구조함인 통영함은 건조됐으나 세월호 구조작업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합수단 출범 100일이 지난 현재 비리가 적발된 방위사업 규모는 거의 2000억원에 달한다. 방산비리를 뿌리 뽑으려면 수사도 중요하지만 법원에서 엄정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율곡사업 비리사건 때처럼 비리 군인들을 집행유예로 풀어줘선 안 된다. 군율(軍律)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줘야 ‘군피아’의 적폐를 끊을 수 있다.



 군사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것은 군 수뇌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각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이 군사법원 판사를 임명하는 현 구조에선 독립적인 재판이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군 비리를 척결하려면 먼저 결함이 많은 군사법원제도부터 개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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