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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실패도 실적이다

중앙일보 2015.03.10 00:02 경제 8면 지면보기
남민우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요즘 언론을 통해 창조경제혁신센터 소식들을 많이 접한다.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기울이는데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참여한 지역별 센터들이 속속 설립, 운영되며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플랫폼을 갖고 있는 대기업과 아이디어 및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을 매칭시키는 좋은 시도가 성공적인 사례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같은 창업지원 정책에 걱정 어린 시선들도 감지된다. 대기업 주도의 생태계가 변하지 않고서는 당장의 보여주기 식 성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대기업 매칭형 창업 지원책도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생적으로 벤처기업이 끊임 없이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도전과 성공, 회수와 재도전’의 선순환이 가능한 토양을 만드는 것이 창조경제 실현의 근본 과제다.



 정부 역시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연초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신성장산업을 지원하고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는데 총 180조원의 정책금융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예산이 375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상당하다. 하지만 창조경제가 3년차를 맞이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이 과제에서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음을 상기한다면 정책이 구두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지 깊이 들여다 봐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자금의 집행 방향과 성과 평가에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창조경제는 다산다사의 벤처 특성을 이해하고 실패를 관용하는 문화 속에서 꽃필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추격형에서 창조형으로 전환하려면 10%, 혹은 1% 미만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벤처기업들이 끊임없이 나와야 한다. 이의 선결 조건인 창업과 재기가 용이한 환경을 위해서는 정책금융 역시 모험 회피 경향과 실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전이 없으면 창조도 없다. 중국에서 제2의 마윈을 꿈꾸며 창업한 젊은이들이 지난해만 290만 명이 넘고, 중국 정부가 이들을 위해 7조원의 창업 기금을 조성해 1인당 최대 1억7000만원을 금융지원 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음으로 중소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비옥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더 강력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협력사를 고사시키는 갑을병정의 수직적인 거래관행과 M&A 시장의 부재 등 국내 기업 생태계는 중소 벤처기업이 자생하기에 척박하기 그지없다.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창의성을 통해 끊임없는 혁신과 발전을 추구하려면 경직된 기업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또 기술력이나 아이디어가 뛰어난 벤처기업 M&A에 대기업이 적극 나서야 한다. 흔히 미국 벤처 성공의 비밀로 엔젤투자 활성화를 꼽는다. 미국에선 벤처캐피털 투자와 대등한 규모의 엔젤투자가 이뤄지는데 이 배경에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 자금 회수보다 더 큰 중간 회수시장이 M&A를 중심으로 존재한다.



 끝으로 창조경제는 창의력이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다. 창조경제가 성과를 내려면 불필요한 정부 규제와 과도한 시장 진입 장벽을 철폐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일례로 영국은 300만 파운드 이하의 핀테크 산업은 규제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외환관리법·금융지주회사법· 전자금융법 등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각종 규제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산업 육성책이 나오기 전에는 전 세계적인 핀테크 흐름에 뒤쳐진 현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



 창조경제가 3년차를 맞이한 지금 내수 중심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실적부진과 구조조정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고, 수출 기업들도 글로벌 경기 침체와 엔저, 달러화 상승 조짐 등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경제를 둘러싼 안팎의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성장 동력은 고갈되고 있다. 국가 차원의 미래 비전이 절실하지 않을 수 없다. 창업 열기가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벤처 붐이 조성되고, 중소벤처가 중견, 대기업 벤처로 쑥쑥 성장하는 모습을 매일 지면에서 접할 때, 비로소 창조 경제가 실현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세습 경제, 기득권 경제의 테두리에 갇히지 않고 진정한 창조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다시 창조경제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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