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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세계는 최저임금 '밀당' 중

중앙일보 2015.03.10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진원지는 정부와 여당이다. 포문은 최경환(60)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열었다. 그는 지난 4일 “근로자의 임금이 적정 수준으로 올라야 내수가 살아난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고, 일본의 아베 총리는 노골적으로 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승민(57)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7%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하며 힘을 보탰다. 최저임금을 비롯한 근로자 임금 인상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미국과 중국, 일본 세계 주요국가에서 임금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내수 살리기 위해 임금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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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합심한 한국

"7% 올리자" 밀어붙여

기업들은 반응 미지근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일제히 최저임금 7% 인상을 주장한다. 우선 정부 입김이 닿는 최저 임금이 올라가면 대기업 근로자들까지 임금이 올라갈 것이란 속내다. 과거 노동계와 야당에서 주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했던 것과는 달라진 양상이다.



 이기권(58) 고용노동부 장관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격차해소를 이루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철학이 담긴 것이기 때문에 일관성 있게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이란 흐름이 잠깐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란 얘기다. 한국노총 출신인 김성태(57) 의원도 “최소임금이 최저 6000원대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금 인상을 통해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자 하는 정부의 속마음이 녹아있다. 소득이 늘면 소비도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꺼져가는 경기의 불씨도 자연스레 살아날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이같은 희망이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임금 동결안을 내놓고 있다. 4000여 개 회원사를 거느린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5일 “올해 임금은 국민경제 생산성을 고려해 인상률을 1.6% 범위 안에서 조정해달라”는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인상 권고안(2.3%)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기업을 비롯한 사용자 측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이기권 장관은 “기업의 임금동결과 경총의 1.6% 인상안은 정부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된 것”이라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10% 이상 오른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단 재계의 입장을 수용하는 모양새다.





월마트가 앞장선 미국

직원 임금 9달러로 올려

맥도날드도 압력 받을 듯




세계 최대 유통기업인 월마트가 다음달에 매장 직원의 시간당 임금을 9달러로 올리고, 내년 2월까지 10달러로 인상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가 정한 법정 최저임금은 7.25달러. 오바마 정부가 이를 10.10달러로 올리는 ‘텐텐 법안’을 추진중이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경기를 위축시킨다는 공화당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월마트가 이번 조치에 들이는 비용은 약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50만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 그러자 유통업체 TJ맥스와 마샬의 모회사인 TJX도 최저임금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상반기 에 9달러로, 내년부터는 10달러로 올리는 내용으로 19만여명이 해당된다.



 이전에도 기업들의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긴 했다. 지난해 의류회사 갭과 커피체인 스타벅스 등이 계획을 발표했고, 올 초엔 대형 건강보험사 ‘애트나(Aetna)’가 시간당 16달러 조치를 내놓았다.



 그러나 월마트의 시간당 임금 인상은 차원이 다른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미국내에서 가장 많은 근로자(130만명)를 고용하는 기업인데다, 저임금을 가격 파괴 정책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월마트의 임금 인상은 유통업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종의 ‘스필오버(spill over)’효과다. 근로자들이 고임금을 찾아 이동하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수백만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도 최저 임금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탈 디플레' 사활 건 일본

소득 올리고 물가 높이고

양극화까지 잡으려 나서




디플레이션 탈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아베 정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인상 기조를 강력히 밀어붙일 태세다. 물가 상승, 소비세 인상 등 소비의 발목을 잡는 악재들을 샐러리맨들의 소득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돌파해 보려는 전략이다.



  지난해 대기업 임금상승률이 5년 만에 처음으로 2%를 넘어섰다. 그간 장기 불황을 핑계로 임금 인상에 소극적이었던 일본의 대기업들이 임금 인상 대열에 속속 합류하면서다.



 엔화 약세(엔저)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좋아진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생긴 것이다. 아베 정부가 일본 재계에 임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압박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난관도 있다. 물가 변동을 반영한 실질임금, 즉 근로자의 소비력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10월의 일본의 실질임금지수는 -2.8%를 기록했다. 엔저로 에너지 가격까지 올라가면서 지난해 일본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991년 이후 최고치인 2.7%로 치솟은 탓이다. 17년만에 인상된 소비세율 역시 소비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이에 맞서 아베 정부는 임금을 올려주는 기업들에 한해 법인세를 공제해주는 ‘소득확대 촉진세제’ 시행을 연장하고 감면 요건을 완화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통과시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기업·수출업종에서 일고 있는 임금 인상 기류가 일본 전체 산업으로 확산할지는 불투명하다고 본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이나 경영 환경이 악화된 기업은 임금 인상이 어렵다”며 “대기업의 임금 인상 기조 역시 내년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성장세 주춤하는 중국

연 14% 오른 최저임금도

처음으로 한 자릿수 상승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오르던 중국의 최저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는 등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 9일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가 발표한 ‘연도별 중국의 최저임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32개 성의 평균 최저임금(월급)은 1403위안(한화 24만8331원)으로 전년 대비 7.8% 상승하는데 그쳤다.



 자료는 무역협회가 중국 내 주요 지자체 32곳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취합하는 식으로 분석됐다. 중국은 지방정부에 따라 최저임금 수준이 다르다. 중국의 최저임금 상승률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09년 관련 분석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최저임금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4.4%씩 인상돼 5년 만에 두 배 정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22.2%에 달했던 최저임금 상승률은 2011년 16.5%로 다소 둔화된 데 이어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12~13%선의 성장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더 나아가 무역협회는 올해 중국의 최저임금 상승률이 지난해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중국 정부가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 정책’을 주창하면서 중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7% 전후로 낮아진데다 물가상승률도 2015년 1월에 0.8%에 그치는 등 성장세가 예전만 못해서다. 최용민 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인건비와 관련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이수기·박미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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