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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칼럼] 사드 논쟁 부질없다

중앙일보 2015.03.06 00:00 종합 35면 지면보기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탄도미사일은 1000기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3분의 2 이상이 최대 사거리 300~700㎞의 남한 공격용 스커드 미사일이다. 사거리 1300㎞의 노동미사일을 발사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고도를 높이거나 탄도의 무게를 늘리는 방법으로 한반도의 남단까지 커버하게 거리를 조정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이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는 방법은 저층(저고도) 요격이다. 미사일 공격의 과정은 발사 단계, 비상(나는) 중간단계, 목표물을 향해 내려오는 종말 단계로 나뉜다. 종말 단계는 다시 상층, 중층, 저층으로 구분된다. 저층방어는 내려오는 미사일을 지상 20㎞ 안팎에서 요격하는 것이다. 요격할 기회가 한 번밖에 없다는 의미다. 개발 중인 킬체인이나 한국형 미사일(KAMD)이라는 것들도 모두 저층방어용이라 2020년대에 실전배치돼도 종말 단계서 100% 요격이 어려워 안심할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다층방어다. 고고도에서 요격에 실패하면 종말(하강) 단계에서 재차 요격을 시도하는 개념이다. 지금 우리의 요격 수단은 PAC2 미사일인데 그걸로 스커드나 노동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것은 잠자리채로 매를 잡겠다는 것과 같다. 300㎞의 거리를 나는 스커드의 고도는 70~100㎞다. PAC2의 고도는 20~30㎞, 2016년에 도입할 PAC3도 40㎞ 이내다. ‘팔’이 짧아 적 미사일에 못 미친다. 군이 말하는 PAC3의 명중률 50~70%도 과장됐다.



 이런 배경에서 해결사로 등장한 것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다. 사드는 고고도미사일방어라는 이름 그대로 70~150㎞의 고도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한다. 그만큼 ‘팔’이 길다. 높은 고도에서 실패하면 그 아래 단계에서 다시 요격한다. 그래서 다층방어라 한다. 중국이 경계하는 사드의 최대 강점은 X밴드 레이더다. 남북 대결에서는 X밴드 레이더는 북한 미사일 부대의 동향을 감시해 이상징후가 탐지되면 작전통제소에 알린다. 그 이상징후가 미사일 발사 준비라는 확실한 판단이 서면 적 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평택의 X밴드 레이더가 서해 건너 랴오닝성의 대륙간탄도탄 기지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것을 감내할 수가 없다. 북극으로 날아가는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는 평택에 배치된 사드의 ‘주먹’(요격)은 무용지물이다. 사드가 북한만 겨냥한다는 설명이 중국에는 통하지 않는다. 그만큼 미국에는 사드의 한국 배치가 절실하다. 그래야 한국-괌-아랍에미리트(UAE)를 잇는 중국 미사일 감시망이 완성된다.



지금 북한은 핵 EMP(electro-magnetic pulse)를 보유했거나 개발 중이다. 그것은 소련이 개발한 핵무기로 소련 붕괴 후 중국과 북한으로 유출된 것이다. 핵EMP는 지상목표물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공중에서 폭발해 그 지역 일대의 전자 시스템을 모두 파괴해 버리는 전형적인 초현대 무기다. 한국 상공에서 한 발만 터지면 전자 시스템에 의존하는 우리의 전쟁 수행 능력과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모든 생활이 중단돼 갑자기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꼴이 된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껏 알아온 핵무기와 전혀 다른 개념의 핵무기다.



 북한의 2012년 대륙간탄도탄 대포동 발사와 2013년 3차 핵실험을 계기로 우리는 탄도미사일방어(BMD)체계를 당연히 바꿔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우리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미사일방어망(MD)과 사드 배치 문제에만 매달려 있다. 고속으로 진행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은 우리의 포괄적 BMD체계 구축을 독촉하는 데도 우리 군은 특정 무기의 도입에만 열중하고 거기에 기생한 무기 브로크들의 배를 불린다. 미국의 산·군복합체는 한국에 새로 개발한 값비싼 개별 무기체계의 구입을 계속 압박할 것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정치·경제·안보·군사를 포괄하는 BMD체계에 합당한 장비만 우리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도입해야 한다.



 BMD체계를 구축하려면 정치·경제·외교·군사를 포함하는 포괄적 안보전략을 먼저 수립하고 그 기반 위에서 군사전략을 짜고 그 틀에 맞는 개별 무기의 획득(구매)을 결정해야 한다. 사드를 받느냐 마느냐도 이 큰 틀 안에서 결정할 문제이지 단순히 미국과 중국 어느 쪽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차원이 아니다. 김정은의 핵·미사일 집착을 고려하면 적 미사일 요격망 구축은 서둘러야 한다. 명중률이 낮은 미사일이라도 겹겹이 배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더 현명한 선택은 남북관계를 개선해 사드를 포함한 BMD체계가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다.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끝나면 기회는 올 것이다. 박근혜 정부 남은 3년에 남북관계에 질적 변화가 와야 한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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