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은행 지분 51% 쪼개 팔고 … 민영화 뒤엔 집단 지배체제

중앙일보 2015.03.05 02:30 경제 3면 지면보기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을 다수의 과점주주들에게 쪼개 파는 방식으로 5차 매각을 진행한다는 기본방침을 정했다. 이와 관련해 과점주주들이 주주협의회를 구성해 사외이사 과반수 추천권 등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 용역보고서 초안이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배구조 개편 용역보고서 보니
과점주주 5~10인 주주협의회 구성
경영 참여하며 사외이사 과반 추천
희망수량경쟁입찰·블록세일 등
매각방식 6월 확정, 하반기 실행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중인 우리은행 지분 51%를 과점주주들에게 분할 매각하는 내용의 5차 매각 기본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2010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지난해에도 당시 정부 보유지분 57% 중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 30%를 일괄 매각하려다가 실패했다. 정부는 은행의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3조원대에 달하는 경영권 지분을 일괄 매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결론냈다. 우리은행을 확실한 최대주주, 즉 ‘주인’이 있는 은행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사실상 접은 것이다. 차선책으로 선택된 것이 여러 명의 주요 주주들에게 지분을 조금씩 나눠파는 방식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분할 매각을 하면 예비 주주들의 지분 매입 부담이 적어져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이 한층 쉬워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이 사라진다는 단점도 있다. ‘도토리 키재기’ 수준의 주주들이 난립하게 되면 주주들은 은행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예비 주주들의 입찰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동기부여가 약해져 5차 매각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정부가 우리은행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먼저 착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한국이사협회로부터 우리은행 지배구조 개편안 용역보고서 초안을 넘겨받아 검토에 착수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 등 3명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민영화 후 5~10인의 과점주주들이 주주협의회를 구성해 지배하는 집단지배 체제가 된다. 주주협의회는 사외이사의 과반수에 대한 추천권을 가진다. 은행 정관에도 주주협의회의 실체와 권한이 명시된다. 과점주주들이 집단지배 체제의 형태로 은행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주주협의회는 지분율이 높은 주주들의 순서대로 구성된다. 다만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0.5~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주주협의회에 참여할 수 있다.



 분할매각 방식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을 우선적으로 시도할 계획이다. 이 방식은 입찰참가자들로부터 각자의 지분매입 희망가격 및 수량을 받은 뒤 최고가 입찰자부터 순차적으로 희망 지분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해 4차 매각 때 경영권 지분이 아닌 26.97%의 기타지분에 대해 이 방식으로 매각작업을 진행해 5.94%의 지분을 매각했었다. 당시 입찰자들은 최저 0.5%, 최고 10%의 지분까지 입찰할 수 있었다.



 매입희망자가 적어 매각 작업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지분을 블록세일 형태로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블록세일은 사전에 정해진 가격과 물량을 시간외거래나 장외거래로 대량 거래하는 방식이다. 통상 투자은행 등이 일괄 매입한 뒤 여러 명에게 나눠 재매각하는 형태로, 은행 지분을 매각할 때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과점주주들을 물색해 ‘쪼개팔기’ 하는 형태다. 우리은행이 스스로 과점주주들을 구해 지분을 팔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안정적인 과점주주 체제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과점주주 보유 지분이 예보 보유 지분을 초과하면 예보와 우리은행간에 체결된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를 해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논의를 진행한 뒤 이르면 6월께 매각 방식 및 일정을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이후 우리은행 정관 개정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마무리한 뒤 하반기 중 매각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진석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