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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용 "탈북자 쓰레기" 조태열 "이 외무상 애처롭다"

중앙일보 2015.03.05 01:00 종합 10면 지면보기
조태열 외교부 2차관(왼쪽 사진)이 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른쪽은 연단으로 가고 있는 이수용 북한 외무상. [AP=뉴시스]


▶북한 이수용 외무상=“공화국 적대세력이 관심을 두는 건 죄를 짓고 도주한 탈북자라는 인간쓰레기들뿐이다.”

유엔 인권이사회 남북 설전



 ▶한국 조태열 외교부 2차관=“같은 외교관으로서 (이 외무상에게) 깊은 연민의 정을 느낀다.”



 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남북이 연설로 격돌했다. 북한 인권 문제를 놓고서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북한 이수용 외무상이었다. 북한 외무상으론 최초로 인권이사회 연단에서 기조연설을 한 그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조사 과정에서 핵심적 증언을 한 탈북민 신동혁씨가 일부 거짓을 인정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외무상은 “기초가 됐던 증언이 거짓으로 판명됐다. 허위성이 입증된 반공화국 결의들은 지체 없이 무효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북자들을 겨냥해 험한 표현을 쓴 뒤엔 “범죄자들로서는 목숨을 연명하려면 적대세력의 구미에 맞게 조국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도 했다.



 한국 측 대표로 나선 조 차관은 기조연설에서 ‘연민의 정’을 거론하며 반격한 뒤 “북한 인권의 참상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그가 진실을 덮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애처로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북한 당국은 북한 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본격적 충돌은 이어진 반론권 행사 때 벌어졌다. 북한 이흥식 외무성 국장은 “(조 차관의) 매우 도발적인(provocative) 발언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시민들을 억압하고 정치범을 탄압한다”며 “남의 인권을 이야기할 게재가 아니다. 남한에 있는 정치범 수용소나 폐지하라”고 했다. ‘정치범 탄압’은 통진당 해산 등을 빗댄 발언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아동 학대 같은 인권 범죄가 조직적으로 이뤄진다”고도 했다.



 북한의 궤변에 한국은 제네바대표부 안영집 정무차석대사가 나서 “현실 부정을 멈추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북한의 근거 없는 주장에 일일이 반박하진 않겠지만 무고한 탈북민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북한은 국제사회의 우려에 구체적 조치로 응하라”고 요구했다. 남북 간 설전이 오간 뒤 장내에 있던 여러 국가의 외교 사절이 한국 대표단 자리로 와 격려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사절들은 ‘북한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걸 알고 있다. 이 외무상이 여기까지 오고 북한이 반응을 보인 것 자체가 긍정적’이란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회의장에선 ‘한·일전’도 벌어졌다. 일본 외교사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가 1965년 한일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에 한국은 “위안소의 존재가 입증되고 피해자들이 증언하기 시작한 게 90년대인데 65년엔 알려지지도 않았던 문제가 당시 해결됐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안영집)고 반박했다.



 청록파 조지훈 시인의 아들인 조 차관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 거주 시설인 나눔의 집을 방문했을 때 받은 느낌을 기조연설에 담는 ‘감성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아픈 기억을 회상하시는 그분들 앞에서 저는 할 말을 잃었다. 할머니들과 헤어지면서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날이 올 때까지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는 당부의 말씀이 전부였다”며 일본 측에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조 차관은 4일 제네바 군축회의 고위급회의 연설에선 “부정한 행동에선 권리가 발생하지 않는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결코 핵 보유국 지위를 부여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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