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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엄마들 "어린이집 CCTV 반대 42명, 총선 때 심판"

중앙일보 2015.03.05 00:59 종합 10면 지면보기
인천 송도에 사는 두 아이의 아빠 김정석(34)씨는 조만간 동네 학부모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려 한다. 지난 3일 국회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부결 처리한 소식을 듣고서다. 그는 지난 1월 집 근처 송도 K어린이집에서 교사에 의한 학대 사건이 벌어졌을 때 릴레이 1인 시위와 서명운동을 주도했다. 김씨는 “여론이 들끓을 땐 뭐든 다해 줄 것 같던 국회의원들이 이제 와선 폐쇄회로TV(CCTV) 설치조차 무산시키다니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원장 전횡 막을 법 무산"
보육교사총연합도 반발
정부 "내달 국회에 재상정"



 김씨 같은 송도 학부모만 이런 심정이 아니다. 네이버 육아 카페인 ‘맘스홀릭’에는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 42명 명단과 함께 “반대한 의원들 이름을 잊지 말고 총선 때 표로 심판하자”는 글이 쇄도했다. 성난 엄마들은 카카오톡 메시지, 블로그를 통해 반대 의원 명단과 “자기 지역구에 반대표 던진 의원은 절대 뽑지 마라”는 글을 퍼 나르기도 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물거품이 된 뒤 ‘안심보육’ 대책에 기대를 걸었던 학부모들이 국회를 향해 속을 끓이고 있다. 보육교사들의 인권 보호를 이유로 정부의 각종 보육 대책을 무산시킨 의원들의 행태 때문이다. 인천 어린이집 피해자 김씨 역시 “CCTV 설치가 미봉책인 건 안다. 부모 입장에선 아이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 아니냐”고 되물었다.



 부모들만이 아니다. 보육교사와 전문가들도 CCTV 설치 외에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 다양한 대책이 담겼던 개정안이 부결된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개정안엔 CCTV 설치뿐 아니라 보조교사·대체교사 배치와 보육교사에 대한 심리상담, 아동학대 범죄자의 어린이집 운영 제한 등 다양한 안전 대책이 담겨 있었다. 당장 처우 개선을 기대했던 보육교사들은 실망했다.



 경기도 안양시의 한 가정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교사 김모(27)씨는 “지난해 아이를 유산하고도 대체 인력이 없어 계속 출근해야 했다. 보조교사와 대체교사를 배치해준다고 해 기대했는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전국보육교사총연합회 김명자 대표는 “연합회는 이번 개정안을 지지했다. CCTV가 설치되면 원장의 전횡을 막을 수 있을 거라 봤다. 원장이 교사 겸직을 하면서 자기는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다른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나눠 맡기는 등 부정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CCTV를 달면 그런 부분이 투명해질 거라 생각했다”며 아쉬워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CCTV 설치는 어린이집 소속 아동 학부모 전체가 반대하면 설치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런데도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은 법안의 세부 내용도 검토하지 않은 채 CCTV 설치만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도 “CCTV 법안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나머지 중요한 안전 대책이 많았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정광진 어린이집총연합회장은 “어린이집 원장들 입장에선 개정안 부결을 바랐다”며 “정부는 보육료를 5년 동안 겨우 3% 인상했는데 보육료는 교사 인건비와 보육의 질로 연결된다. 이번 개정안엔 그런 근본적인 게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4월 임시 국회 때 개정안을 재상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스더·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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