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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뇌 연구가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중앙일보 2015.03.05 00:02 종합 29면 지면보기
서유헌
한국뇌연구원장
서울의대 교수
미래 과학 연구는 우주 연구, 즉 외계의 우주 연구와 소우주인 뇌 연구가 가장 중요한 첨단 연구가 되리라 예견하고 있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천지창조’ 중에 아담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하나님 뒤쪽 배경에 사람의 뇌를 그렸다. 비록 뇌는 우주에 비해 너무나 작지만 뇌의 신비와 창의력은 우주보다 크고 생명의 신비와 우주의 신비는 뇌에 의해서만 밝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뇌의 발달 정도, 특히 창의성과 지혜의 정도가 동물의 생존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룡은 큰 체구에 비해 너무 작은 뇌(70g 정도)를 가지고 있어서 행성 충돌로 대재앙에 빠진 지구 환경에 지혜롭게 적응할 수 없어 멸종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또한 네안데르탈인은 낚시와 불은 물론 언어도 사용할 줄 알았는데 2만5000년 전쯤 멸종되었다. 전반적으로 뇌의 크기는 인간보다 작지 않으나 동기부여, 주의력, 창의력, 인간성을 주관하는 대뇌의 전두엽(이마엽)이 인간보다 덜 발달돼 있었다. 따라서 인간보다 동기부여가 적어 주의력 집중을 통한 창의적 계획을 잘 수립하지 못하고 인간성의 부족에 따라 희생이나 협동심이 뒷받침되지 못해 인간과의 지적·창의적 경쟁에서 결국 패배해 멸종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여기서 우리는 민족·국가·개인 간에도 동기부여, 창의력, 인간성, 도덕성이 흥망성쇠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대답은 “나는 뇌다(I am the brain)”이다. 70억 인간은 모두 뇌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 독특한 창의력, 재능, 지능, 감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각 개인의 다양한 재능과 창의성을 뇌인지 과학으로 분석하고 발전방법을 개발해 적용하는 뇌기반교육(Brain Based Education)이 이루어져야 우리 사회는 더욱 밝게 발전할 수 있고 창조경제도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뇌를 연구해 보면 그 사람의 특성을 알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천재성은 입체공간적·물리수학적 뇌 기능을 주관하고 있는 두정엽(마루엽)이 잘 발달되어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두정엽 천재’로 부르고 있다. 각종 약물·알코올·게임 중독자나 연쇄살인자는 창의성, 인간성을 조절하는 전두엽 이상으로 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들은 동기 부여, 집중력, 창의력, 도덕성이 떨어져 황폐화된다.



 뇌에 적절한 자극을 가하면 정보 전달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시냅스 회로가 생성되고 회로가 치밀해지며 넓어지게 된다. 하지만 뇌를 사용하지 않거나 반대로 너무 많이 혹사하면 회로는 사라지게 된다.



 또한 뇌에도 줄기세포가 존재한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뇌세포가 생성되어 창의력이 유지될 수 있다. 우리는 뇌를 평생 창조할 수 있다. 개인의 노력과 독특한 인생경험에 따라 각 회로의 발달이나 소멸이 진행된다.



 ‘열정, 영감, 희망을 붙잡고 노력하는 80세가 이상과 열정, 용기를 잃어버린 20세보다 청춘이다’라는 울먼의 시 ‘청춘’은 뇌과학적으로 맞는 내용이다. 따라서 나이를 탓하지 말고 뇌를 적절히 사용하면 나이보다 젊어지는 행복한 뇌가 되어 창의적 업적을 낼 수 있다. 치매 없이 100년도 거뜬하게 살 수 있다.



 컴퓨터 개발에 공헌한 튜링 박사는 ‘튜링머신’ 발명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단축에 일조해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1950년 ‘기계에 지능이 있는가’를 판별하기 위한 튜링 테스트를 제안했다. 64년이 지난 지난해 수퍼컴퓨터 유진 구스트만(Eugene Goostman)이 처음으로 튜링 테스트를 통과해 13세 소년으로 인정받았으나 제대로 된 인공지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제대로 된 인간의 뇌를 닮은 창의적 인공지능이 구현된 신경컴퓨터와 신경로봇이 개발된다면 인류의 미래에 큰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로봇과 인간이 같이 살게 되는 세상이 수백~수천 년 내에 올 수 있다고 예언했다. 미래엔 튜링 박사가 말했던 “나는 누구인가” “나는 기계인가, 사람인가?”라는 인간의 정체성 문제가 크게 대두될 것이다.



 보다 확실한 사실은 지금부터라도 뇌를 닮은 진짜 창의적이고 스마트한 컴퓨터인 스마트폰과 신경로봇 개발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나라는 창조경제의 세계적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창조경제의 핵심 원동력은 창의가 용솟음쳐 나오는 ‘뇌 연구’에서 나온다는 인식 아래 과감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미국·EU·일본에서는 향후 10년간 뇌 연구, 특히 창의적 기법을 이용한 ‘뇌 지도’ 작성 사업에 기존 연구비 외에 각각 45억 달러, 11억 유로, 1000억 엔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의 뇌 연구도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통해 뇌융합 연구와 창조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유헌 한국뇌연구원장 서울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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