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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디저트, 달콤한 공습

중앙일보 2015.03.05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이쯤 되면 ‘일본 디저트의 공습’이라 할 만하다. 매출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유명 디저트 브랜드를 들여오기 위해 백화점들의 경쟁은 전쟁 수준이다. 서울 가로수길·홍대 맛집 모시기→지역 유명 빵집 영입 경쟁→다양한 해외 디저트 브랜드 유치에 이은 ‘디저트 전쟁 4차전’이다.

백화점마다 브랜드 유치 경쟁
크림빵·롤케이크·러스크 …
현지서도 줄 서 사는 제품들
검증받은 맛 한국인 입맛 잡아
입점 후 매출도 수직 상승



 롯데백화점 본점은 8일부터 14일까지 러스크(얇게 자른 바게트빵 등을 튀겨 바삭바삭하게 만든 과자)로 유명한 ‘가또 페스타 하라다’의 팝업스토어(단기 임시매장)를 연다. 연매출 1800억원, 일본 현지에서도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 살 수 있다는 유명 업체다.



이한상 롯데백화점 식품컨텐츠개발담당 수석바이어는 “일본 백화점에서 명품 패션 브랜드를 제치고 전체 매출 5위 안에 드는 업체”라며 “지난해 4월부터 일본 인맥을 총동원해 공을 들인 끝에 겨우 테스트 매장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손님에게 시식을 권하는 방식이나 표정·손짓까지 본사 기준에 엄격하게 맞춰야 한다는 일본 업체의 뜻에 따라 한국말도 못하는 현지 판매사원도 3명이 상주한다.



 크림빵도 일본 디저트 전쟁의 한 축이다.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이 일본 히로시마 본점을 중심으로 3대째 크림빵을 만들고 있는 ‘핫텐도(八天堂)’ 매장을 같은 날 열면서 저마다 “우리가 먼저 들여왔다”고 내세운 것이다. 각 백화점이 신경전을 벌일 만큼 매출도 높다. ‘부드러운 감촉을 즐기며 차갑게 먹는 크림빵’이라는 컨셉트로 오후 3~4시면 품절될 정도로 인기다. 개당 2800원인데 주말이면 점포당 6000개가 넘게 팔린다.



 잘 팔리니 판매 비중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 본점의 경우 일본 디저트의 매출 비중이 2012년 디저트 중 1%에 불과했는데 올 1~2월에는 13.5%나 된다. 신세계의 경우 2012년에는 아예 일본 디저트를 취급도 안 했는데 올해는 디저트 매출의 7.9%가 일본 디저트였다.



 ‘디저트 매출 1위’도 일본 브랜드다. 현대백화점에서는 2013년 8월 매장을 낸 일본 롤케이크 ‘몽슈슈’가 기존의 모든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며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신세계는 일본 초콜릿 브랜드 ‘로이즈’가 지난달 밸런타인데이에 힘입어 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디저트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여 온 백화점 업계가 일본 디저트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왜 유독 일본 디저트가 인기를 모으는 걸까. 신세계백화점 F&B팀 조창희 바이어는 “일본 디저트는 자극적이지 않아 한국인 입맛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너무 달거나 기름진 미국·유럽의 디저트에 비해 일본 디저트는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디저트 왕국’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제품과 오랜 세월 검증받은 노포(老鋪)가 많아 선택 폭도 넓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방사능 공포’가 어느 정도 사라지면서 홋카이도산 생크림을 듬뿍 쓴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일본산 빵·과자 제품 수입은 2010년 1546만 달러에서 매년 감소해 2013년에는 923만 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30%가량 증가(1197만 달러)했다. 최근의 엔저 현상도 일본 디저트 수입 부담을 줄였다.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신선한 제품과 원료를 공수하기 쉽고, 본사 측에서도 품질 관리를 하기가 좋다. 일본 여행을 통해 미리 접한 소비자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일본 디저트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며 “백화점 간 경쟁이 심해 브랜드를 지금 밝힐 수 없지만 다음달 새 브랜드를 들여오는 등 3~4개 일본 디저트 브랜드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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