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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전세 하극상'은 전세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

중앙일보 2015.03.04 00:05 종합 2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김종윤
중앙SUNDAY
경제산업에디터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 사이트에는 깜짝 놀랄 거래가 등록됐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60㎡(전용면적)짜리 아파트의 지난해 12월 매매 가격이 1억6900만원으로 신고돼서다. 이 아파트의 전셋값 최고가는 지난해 10월 등록한 1억7000만원.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비싸진 ‘전세 하극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하극상은 화성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수원시·울산시 등 다른 지방도시에서도 나타났다. 전세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전세 하극상’은 더 이상 사건이 아니게 된다.



 논리적으로 따져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집을 소유할 때의 비용과 전세로 살 때의 비용을 따지면 ‘내 집’보다 ‘임대’가 유리하다. 집을 사면 취득세를 내고 매년 재산세를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해를 거듭할수록 수리비가 들어간다. 감가상각을 반영한 집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전세를 살면 세금 부담이 없다. 수리비나 감가상각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물론 전세를 옮길 때마다 부동산 중개료와 이사 비용이 들지만 총 부담액은 큰 편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내 집 소유 시 부담 규모를 100으로 봤을 때 전세를 살면 부담하는 비용은 60~70 정도로 추산됐다. 전세살이에 드는 비용이 내 집에 살면서 들이는 비용보다 싸면 전셋값이 집값보다 비싸야 정상이다. 하지만 최근 전셋값이 폭등하기 전까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은 50~60% 선이었다. 비결은 전세제도의 마법에 있었다. 경제가 성장하면 급격한 도시화는 피할 수 없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는 농촌 등에서 이주하는 인구가 빠른 속도로 유입되게 마련이다. 이는 만성적인 주택 부족을 야기한다. 집값이 늘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세제도는 주택 구매자 입장에서는 민간 금융이다. 세입자에게 받는 전세금은 이자 없는 대출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면 집값이 뛰었고, 집을 팔면 상당한 자본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금리도 높았다. 원래부터 집을 가진 사람은 전세금을 받아 예금을 하거나 사채시장에서 굴리면 수익이 짭짤했다. 굳이 월세를 놓을 필요가 없었다.



 이런 부동산 시장 구조가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됐다. 모든 여건이 정반대가 됐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저(低)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장이 둔화하니 소득이 늘지 않는다. 생산 가능 인구도 2017년부터 준다. 금리는 바닥을 긴다. 그나마 경기가 더 고꾸라지지 않고 버티려면 금리를 더 내려야 할 처지다. 부동산 시장이 대격변기를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집 주인들은 전세를 놔봐야 득 될 게 없다. 좀 더 수익을 올리려면 월세로 돌리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전세 공급물량은 줄 수밖에 없다. 반면에 전셋집을 찾는 수요는 꾸준하다.



 지금 전셋값이 뛰는 건 마지막 몸부림이다. 지는 해가 뜨거운 법이지만 결국은 저물게 마련이다. ‘전세 하극상’ 사건은 역설적으로 전세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전세금이 집값에 맞닿거나 추월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금 반환 리스크가 생긴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상존하는데 굳이 전세를 찾을 이유가 없어진다. 전세의 퇴장은 이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 찾아온다.



 전세가 사라지면 소비자의 선택은 간단해진다. 집을 사거나 월세로 옮기거나. 이건 소비자가 판단할 몫이다. 문제는 선택의 여지없이 월세로 떠밀리는 서민·빈곤층이다. 내 집 소유 시 주거부담비용(100 기준)에 비해 월세를 살 때 드는 비용은 120~140 정도로 분석됐다. 월세로 갈수록 거주비 부담이 더 커진다는 얘기다. 소득은 낮은데 거주 비용이 더 들면 결과는 ‘월세 푸어’의 양산이다. 월세 내는 데 허덕이는 이들에게 소비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소비 감소→투자 감소→경기 침체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부동산에 기름 부어 경기 띄워보겠다는 쌍팔년식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최경환 경제팀은 여전히 ‘빚내서 집 사라’는 데 집착한다. 은행 목을 비틀어 다음달부터 연 1%대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인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연 1%대의 초저금리라는 말에 귀가 솔깃하지만 핵심은 ‘수익 공유형’이지 ‘손실 공유형’이 아니라는 데 있다. 7년 후 집값이 폭락해 손실이 나면 부담은 모두 돈을 빌린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가계 빚은 한국 경제의 최대 시한폭탄이다. 보통 1, 2월은 가계대출 비수기다. 그런데 올 들어 2월까지 두 달 사이에 7개 시중은행에서 내준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배나 늘어난 3조4000억원이나 됐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는 약 163%(2013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4%)을 훌쩍 넘었다. 시한폭탄의 초침은 째깍째깍 도는데 정부는 뇌관을 제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폭약을 더 장착하려는 듯 “파격 대출 세일”을 외치고 있다. 정작 필요한 ‘월세 푸어’들을 위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 게 우려스럽다.



김종윤 중앙SUNDAY 경제산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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