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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석회의 언론 공개 … 이병기의 청와대 달라졌다

중앙일보 2015.03.02 01:32 종합 2면 지면보기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 둘째)이 지명 하루 만인 지난달 28일 청와대에 출근해 각 수석비서관실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실장은 “당·정·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소통을 강조하고 “경제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은 김성우 신임 홍보수석. [사진 청와대]


토요일인 지난달 28일.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내정자’ 신분으로 아침부터 청와대 각 수석실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당초 30분씩 예정됐지만 보고를 받고 이 실장이 당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예정된 시간을 대부분 초과했다고 한다. ‘내정자’ 꼬리표를 떼지 못한 상태에서도 업무보고를 강행한 건 1일 박근혜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 순방이 예정돼 있어서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가면 비서실장은 국내에 남아 있으면서 각종 긴급한 국정 현안을 챙겨 해외의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등 오히려 더 바쁜 날을 보내야 한다.

공식 임명 앞서 업무보고 받아
"국정홍보 제대로 안 돼" 쓴소리도
대통령 환송 때 김무성과 티타임
일본 정부와 '핫라인' 역할 관측



 선임수석인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이 배석한 가운데 10개 수석실별로 업무보고를 받던 중 이 실장은 전임자들이 하지 않은 두 가지를 지시했다고 한다.



 우선 실장이 수석실 업무보고를 받는 장면을 찍은 영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허태열·김기춘 전 비서실장 때는 업무보고 장면이나 비서실장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장면을 일절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둘째는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홍보수석실 보고 때 “홍보가 중요한데 청와대 밖에서 보니까 제대로 내용이 전달 안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경제수석실 등 정책 분야 수석실 보고 때는 “집권 3년 차를 맞아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정책이 성과를 낸다는 건 국민이 체감하고,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업무보고 때는 수석뿐 아니라 산하 비서관들까지 탁자에 둘러앉아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이 실장은 점심 때는 수석들과 시내 식당에서 설렁탕을 함께 먹으며 상견례를 겸한 식사도 하고 “열심히 일하자”는 당부도 했다. 특히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선 “소통”이나 “당·정·청 협력 강화” 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1일 이 실장을 공식 임명했다. 이 실장은 앞으로 청와대 안팎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여러 사람에게 내보였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실장이 앞으로 청와대 수석실별로 비서관급 이상이 참석하는 식사 자리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 때는 비서관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가 거의 없었다.



 새누리당과의 소통도 강화되는 모양새다. 이 실장은 1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서 박 대통령을 환송하러 나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와 간단한 티타임을 했다. 앞서 이 실장은 유 원내대표 등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앞으로 자주 연락하자”는 말도 했다고 한다.



 취임하자마자 분주한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 실장을 두고 일각에선 일본과의 ‘핫라인’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주일 대사(2013년 6월∼2014년 7월)로 부임했다가 돌아온 만큼 공식 외교라인을 거치지 않고도 소통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실제 요미우리·아사히·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 실장의 발탁 소식을 전하며 “일본 정부에서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정보기관장에서 비서실장으로=국가정보원장에서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이 실장은 정보기관장과 비서실장을 두루 역임한 역대 세 번째 인물이다. 이 실장에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이후락·김계원 전 실장이 중앙정보부(국정원 전신)와 대통령 비서실을 이끈 적이 있다. 특히 이후락은 비서실장과 주일 대사, 중앙정보부장을 지내 이 실장의 커리어와 닮았다. 이후락은 먼저 비서실장(1963년 12월~69년 10월)을 한 뒤 주일 대사(70년)를 거쳐 중정부장이 됐다. 반면 김계원 전 실장은 중정부장을 한 뒤 비서실장을 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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