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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되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만 알아주면 돼"

중앙일보 2015.03.02 01:22 종합 5면 지면보기
김종필 전 총리가 직접 쓴 자신의 묘비명.
지난달 25일 부인의 장례를 치른 김종필 전 국무총리. 그는 서울 신당동 자택 1층에 마련한 고인의 빈소에서 매일 아침과 저녁 상식(上食·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을 올린다. 부인의 영정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술을 한잔 올리기도 한다. 겨울바람이 매서웠던 지난달 27일엔 삼우제를 위해 부여를 직접 찾았다.


현대사 증언 연재, JP 소회

 2008년 12월 침상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 전 총리가 이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건 꾸준한 운동 덕분이다. 7년째 매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재활운동을 해 왔다. 조금이라도 나아져 주변의 걱정을 덜어 주겠다는 의지다. 오른팔과 오른 다리의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지만 목소리는 정정하다. 상가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미운 사람 죽는 거 보고 오래 사는 게 승리자야. 그런데 졸수(卒壽·90세)가 되고 보니 미워할 사람이 없어.”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본지와 현대사 증언을 위한 인터뷰를 했다. 50~60년 전 일을 성우처럼 드라마틱하게 이야기해 주고 “어때, 재미있는 얘기지?”라며 껄껄 웃는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의 증언록을 어떤 사람들이 읽기를 바랄까. 질문하자 이렇게 답한다. “누가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어. 읽는 사람이 읽고서 ‘헛되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이것만 이해해 주면 돼.”



 그가 쓴 자비명(自碑銘)은 이렇게 시작한다. “思無邪(사무사)를 人生(인생)의 道理(도리)로 삼고 한평생 어기지 않았으며 無恒産而無恒心(무항산이무항심)을 治國(치국)의 根本(근본)으로 삼아 國利民福(국리민복)과 國泰民安(국태민안)을 具現(구현)하기 위하여 獻身盡力(헌신진력)하였거늘.”



글·사진=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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