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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불릴 때 "짜글짜글" … 시의 소리 들어봤나요

중앙일보 2015.03.02 00:29 종합 21면 지면보기
“시는 침묵에 가까운 소리다.”


『시 읽어주는 예수』 낸 고진하 목사

 강원도 원주에서 시골 목회를 하는 시인 고진하(62·사진) 목사가 시 소개 산문집 『시 읽어주는 예수』(비채)를 냈다. “예수가 우리에게 시를 읽어준다면 어떤 시를 고를까.” 이런 물음에서 출발했다는 고 목사는 최근 겪은 이야기를 하나 꺼냈다.



 시골 한옥에 사는 그가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바가지를 들고 나왔다. “집사람이 ‘이 소리를 들어보라’고 하더라. 바가지에는 물에 담근 쌀이 있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짜글짜글’하는 소리가 들렸다. 집사람은 ‘이게 쌀을 불릴 때 나는 소리다. 40년 넘게 밥을 하면서 이 소리를 처음 듣는다’고 했다. 바로 그게 시의 소리더라.” 함축적이고 절제된 언어, 그래서 겨우 토해내는 소리. 고 목사는 그게 바로 시의 소리라고 말했다.



 책에서 그는 윤동주의 ‘십자가’, 김현승의 ‘절대고독’, 에밀리 디킨슨의 ‘짧은 노래’ 등 울림 깊은 시들을 골랐다. 다들 깊은 묵상과 사색 끝에서 겨우 토해낸 시어들이다. 고 목사는 “예수는 궁극의 시인이다. 종교의 원천이야말로 시”라며 “인도의 베다경전도, 예수의 산상수훈도, 붓다의 설법도 그렇다. 종교가 시의 정신에서 멀어질 때 늘 권력이 되고, 교권화했다”고 설명했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제1부)에서는 위로를, ‘나는 어디서나 당신을 본다’(제2부)에선 마음의 눈, ‘바위를 꽃으로 만드는 힘’(제3부)에서는 용서와 받아들임을 노래한다.



 고 목사는 2년째 시골에서 자라는 잡초를 먹고 있다. “잡초에도 고유한 맛이 있다. 그걸 먹으며 흔한 것이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햇빛도, 공기도, 물도 그렇다. 가장 흔한 것 중에 가장 귀한 것이 담겨 있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자꾸 흔하지 않은 것 중에서만 귀한 것을 찾고 있다.”



 추천사에서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는 “시인 고진하의 눈길에 포착된 시인들은 세상의 사소함 속에 깃든 하늘을 보여준다”고 적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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