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기와 곰팽이, 25년 만에 다시 '동작그만'

중앙일보 2015.03.02 00:28 종합 21면 지면보기
연극 ‘동작그만’ 무대에 선 ‘메기’ 이상운(왼쪽)과 ‘곰팽이’ 이봉원. “오랜만에 둘이 붙어지냈다”며 “절박한 심정의 생활형 개그맨으로 살았던 젊은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새롭게 시작하는 중년 이등병이지만 두렵지 않다. 안 되면 되게 하는 군인정신이 있으니까. 하면 된다. 악으로 깡으로.” (연극 ‘동작그만’ 중 ‘곰팽이’ 대사)

이상운·이봉원의 연극 도전
병영 해프닝 대신 팍팍한 중년의 삶
사업 어렵고 자식 뜻대로 안 되고 …
노력하면 힘든 세상 동작그만 ?
안 될 수 있지만 한번 해봐야죠



 1980∼90년대 브라운관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동작그만’이 연극으로 돌아왔다. 같은 얼굴과 함께다. ‘메기’ 병장 이상운(55), ‘곰팽이’ 이등병 이봉원(53)이 그대로 출연하는 같은 이름의 연극 ‘동작그만’이다. 지난달 27일 시작해 다음달 26일까지 서울 행당동 소월아트홀 무대에서 공연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군생활의 해프닝을 그렸던 코미디가 이젠 중년 가장의 삶을 코끝 찡하게 그린 휴먼 스토리가 됐다는 점이다. 쏜살같이 흘러간 세월의 무게다. 27일 첫 공연 직전 소월아트홀에서 만난 이상운·이봉원은 “바로 우리 세대의 이야기다. 또래들에게 힘 내고 살자는 희망을 주고 싶어 공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극의 배경은 KBS 유머1번지 ‘동작그만’의 25년 후다. ‘뺀질이’ 상병 등 코미디 출연자 모두가 힘겨운 중년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사업은 어렵고, 부부관계는 위태롭고, 부모는 병들었고, 자식은 뜻대로 안 된다. “군대에선 잘한 거 잘못한 거 다 알려줬는데, 밖에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나이 먹으니까 나보고 알려달랜다. 나도 아직 잘 모르겠는데…”라는 푸념이 절로 나오는 처지다.



KBS ‘유머1번지’의 ‘동작그만’. 당시 작가 최성호씨가 연극 ‘동작그만’의 각본도 썼다. [중앙포토]
 이번에 연극 무대에 첫 도전하는 이상운은 “하면 된다는 군인정신이 꼭 필요한 나이가 내 나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학사 장교로 42개월 동안 군 생활을 했다. “살아보니 군대와 인생의 본질은 똑같더라. 80%는 힘들고, 19%는 그럭저럭이고, 1%는 좋은 일로 채워진다. 약해지면 안 된다. 군대도, 인생도 악으로 깡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사업 실패가 트레이드 마크처럼 돼버린 이봉원은 “내 삶 자체가 늘 풍전등화다. 하지만 안 돼도 또 한다.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포기다. 인생에서 가장 큰 죄악은 도전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인생엔 반드시 굴곡이 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변화 속에서 인생의 맛을 알 수 있다”면서 “고생 피해 너무 쉽게 살려고 하면 그 맛을 모른다”고 했다.



 이들이 스스로 꼽는 연극의 명장면은 ‘메기’의 마지막 대사다. ‘곰팽이’에게 “정말 힘들고 안 좋고 나쁜 것들, 우리가 노력하면 ‘동작그만’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무대에서 곰팽이의 대답은 여운이 남게 처리된다. 무대 밖의 이봉원은 분명하게 답했다. “노력해도 안 될 수도 있죠. 하지만 도전해야지요. 하나씩이라도 하다보면 다 될 날도 올 테니까요.”



 실제 삶에서 이들의 인생 계획은 단단하다. 이봉원은 연극이 끝나는 대로 7000m 높이의 히말라야 등정에 도전한다. 일정까지 짜놓았다. 조만간 테이크아웃 식당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이상운의 포부도 만만찮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전국의 지자체·기업 강연에서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해 왔다. 지난해에는 1급 축구 심판 자격증을 땄다. 주말에 진행되는 경기도 생활체육회 주최 축구 경기에서 심판으로 뛸 계획이다. 후배 개그맨 최형만(48)이 대본을 쓴 역사 뮤지컬도 제작할 생각이다.



 “100세 시대인데 우린 50대 중반밖에 안 됐으니 아직 남은 시간이 많다” “초짜 시절 연기와 30년 경력이 보여주는 연기는 천지차이일 것.” 중년이 돼 돌아온 ‘동작그만’ 병사들의 포부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